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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문득, 글 속에서 천천히

엘리베이터에서 쓰기 시작했다.

by 잉크 뭉치





어릴 적에 책을 읽는다는 것은 나에게 굉장한 일처럼 보였다.

특히 그림 한 장 없는, 글자로만 빼곡히 채워진 소설 같은 책을 읽는 사람들을 보면 왠지 모르게 동경심이 생겼다.



초등학교 6학년에서 중학교 1학년 무렵, 나도 그렇게 뭔가 지적이고 똑똑해 보이고 싶었다.

그래서 수학 과외 선생님의 두꺼운 대학원 수학 서적을 들고 읽으려고 애썼다.



똑똑해 보이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책 속의 용어와 내용을 이해하고 적응하려고 나름대로 씨름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때의 나는 이런 포부를 품었다.


“나는 선천적인 천재가 될 것이다.”



그러나 글을 읽는 일은 교과서를 읽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마치 공부하는 기분이었고, 그로 인해 나는

‘글을 읽는다 = 재미없다’는 편견에

사로잡혔다.


이것은 꼭 학교 급식에서 맛없는 가지무침을 계속 먹다 보면, 나중에 아무리 맛있게 요리된 가지를 먹어도

“이건 맛없는 음식이야”라고 단정 짓게 되는 것과 비슷한 감정이었다.



하지만 글을 읽는 것과는 별개로, 글을 쓰는 것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나는 글쓰기를 잘하기 위해서는 결국

‘잘 읽어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누구의 가르침도 있겠지만, 나 스스로 글쓰기의 한계를 느끼며 얻은 깨달음이었다.



아무리 글이 재미없게 느껴질지라도,

글과 문자는 결국 인류의 탄생과 역사의 시작점이었다.

읽다 보니, 상대적으로 유튜브, 영화, 만화보다 글이 재미없게 느껴질 뿐,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글은 결국 재미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체감했다.



무엇보다 글은 다른 매체들과는 차별적인 장점이 가득했다.

아무리 재미있는 영상과 매체가 넘쳐나더라도,

글만이 주는 차분함은 간절한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었다.



이 글을 쓰게 된 계기는 오늘 아침, 평소 가던 도서관이 아닌 서울 교보문고에 가서 책을 구매한 경험 때문이다.


서점에서 좀 읽어보고, "이거다-!" 싶어서 고른 것도 있고, 계속 고민 고민하다가 빈손으로 갈 것 같아, 확 골라버린 책도 있고, 아무튼 귀감이 되거나, 잘 읽힌 책으로 골랐다.

평소에는 먹는 것 외에 잘 돈을 쓰지 않던 내가, 책을 사며 느낀 소소한 행복에 자연스럽게 미소가 지어졌다.


그래서 책에 대한 나의 짧은 생각을 정리해보고 싶었다.


위의 책들 이외에 요즘 트렌드가 되는 책,

소설 이외에도 무엇이 뜨고 있는지 등등 그 표지들과 내용들을 훑어보면, 마음이 진정된다.


원래 한 권만 사려다가.. 4권을 사버렸다.





좌우지간, 언젠가 읽은 책들에 대한 독후감을 써서 브런치에 올려보면 어떨까 싶다.


저번 주에는 [천국에서 온 택배]를 다 읽었고, 요즘은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을 다시 읽고 있다.


등학생 시절 읽었던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은

나름 밑줄도 긋고, 동그라미도 치며 열심히 읽었지만,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너무도 다르다.


여러 도전을 하고, 꿈을 찾아 방황하며 인생을 다시금 고민하는 청춘은 이 책을 통해 새로운 깨달음을 얻고 있다.



특히, 그때는 중요하지 않다고 느껴 무심코 지나쳤던 부분에 이제는 밑줄을 긋게 된다.


예전에 읽었던 문장들이 이제는 새로운 시선으로 다가온다.


시간이 흘렀을 뿐인데, 책이 던지는 메시지가 이렇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 새삼 놀랍다.



사실 고전은 도서관에서 빌리면 되지만, "한 손으로 잡고" 볼 수 있는 사이즈에 차별성을 느껴 이것도 확 구매했다.


사실 [인간 실격]도 살까 말까 고민했다.

이미 도서관에도 있는 책이지만 읽지는 않았고, 괜히 사고 싶어졌다.

특히 "이자카야"님이 '일기장'에서작품을

심도 있게 읽었다는 이야기를 본 뒤로는 더 그랬다.


그러다 서점에서 '한 손으로 잡고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사이즈’라는 이유가 딱 눈에 들어왔다.

이유가 명확해지자 결국 덜컥 구매하게 되었다.

무엇보다 가격이 저렴해서 망설임을 덜 수 있었다.






예전에 브런치에서 내 글이 뜨기 위해선 어떤 경쟁력을 가져야 할까 고민에 빠졌던 적이 있었다.

“무엇을 써야 할까?” 하는 생각에 속앓이를 많이 하곤 했다.



그런데 차별점과 경쟁력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이를 갖추기 위해 애쓰는 사이,

가장 원초적인 목표였던

‘즐거워서 쓰는 글’이라는 본질을 잃어버렸다.



글을 쓰는 일이 점점 나를 부정적으로 만들었고, 피폐하고 불안한 감정에 갇히게 되었다.

결국 이런 상태로는 장기적으로 나 자신에게 좋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독서를 통해 천천히 깨우쳐 가는 중이다.

이렇게 가끔씩 일상을 쓰면서 글을 올릴 때가 나는 너무 행복하다.



길 위를 걷는 모든 사람이 웃으며 살 수는 없다.

그러나, 글을 쓰고 글을 보는 우리 모두가 소소한 행복이라도 가질 수 있다면, 그걸로도 충분하지 않을까?



글을 쓰며 행복했던 내 모습을 떠올리며,

나는 천천히,

그러나 확실히 내가 누구인지 알아가려 한다.



그래도 명색이 대학생인데, 조만간 휴학하고 배낭 하나 메고 여행을 떠나볼까 한다.



아무튼,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보내요.

웃어서 손해 볼 건 없잖아요~?




2025년 1월 20일 (월)

오전 10시~오후 2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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