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나무는 기다린다.
빛을 좇지 않고 땅을 파고든다.
눈에 보이는 키보다
보이지 않는 뿌리가 더 중요하다.
대나무는 5년을 묵묵히 견딘다.
그 긴 기다림 끝에
단 하루도 쉼 없이
하늘을 향해 자란다.
나는 대나무를 닮고 싶다.
눈앞의 성과에 급급하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 뿌리를 내려
내 속을 단단히 다지고 싶다.
급하게 달릴 필요는 없다.
칼을 갈며 나를 다듬는다.
베이지 않는다고 조급하지 않고
멈추지 않으며 단련한다.
불안은 잠시다.
대학생활의 좌절,
공모전의 실패,
모두 지나가는 풍경이다.
대나무는 서두르지 않는다.
서두르지 않기에
숲을 만들 수 있다.
나는 대나무다.
급하지 않게, 묵묵히,
내 길을 걷는다.
땅 속 깊이 뿌리를 내리고,
하늘 높이 자랄 날을 기다린다.
내가 누구인지 먼저 알아가자.
성공은 허황된 이름이 아니고
인내는 기다림의 또 다른 이름이다.
나는 오늘도 칼을 간다.
서툰 마음을 다스리고,
깊은 꿈을 품는다.
5년 뒤, 아니 10년 뒤에도
나는 대나무처럼 자랄 것이다.
어제 부산에서 집으로 돌아왔다.
2박 3일 동안 두날개 컨퍼런스에서 들은
목사님의 설교가 내 생각을 바꾸었다.
그 말씀 속 대나무 이야기가 내 머릿속에 깊이 뿌리를 내렸다.
대나무는 처음 5년 동안 거의 자라지 않는다.
겨우 3cm 남짓 자랄 뿐이라, 지켜보는 사람에게 쉽게 좌절하게 만든다.
그러나 그 시간 동안 대나무는 하늘을 향해 자라는 대신, 땅속 깊이 뿌리를 내린다. 이 뿌리는 5년의 기다림 끝에 비로소 빛을 발한다.
그리고 때가 되면 대나무는 하루에 30cm씩 자라며, 어느새 30m에 이를 만큼 높게 성장한다.
그렇게 자란 대나무는 혼자가 아니라, 서로 어우러져 하나의 큰 숲을 이루며 그 존재를 드러낸다.
그 이야기가 나를 흔들었다. 나도 대나무처럼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요즘 나는 자꾸 조급한 마음에 휘둘린다.
성과가 눈에 보여야만 안심이 되는 기분.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불안했다.
하지만 세상은 내가 휘어잡을 수 없는 곳이다. 모두가 약한 존재이며,
그 약함을 견디며 살아가는 것이 삶이다.
그러나 그 약하다는 이유로 멈춰 서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 약함 속에서 우리는 인내하고, 다듬어 가야 한다.
지금은 성과를 바라기보다 나 자신을 다스리며 뿌리를 내려야 할 때라는 것을 깨달았다.
무뎌진 칼을 초라하다고 느끼기보다
묵묵히 칼날을 갈아야 한다.
비록 그 과정이 더디고, 남들은 금방 나아가는 것처럼 보여도 나는 내 속도대로 가면 된다.
스스로를 탓하거나 불안해하지 않고, 그 중심을 한결같이 지켜 나아가면 된다.
천재는 다섯 살부터 두각을 나타낸다고 한다. 그들은 재능을 갈고닦아 세계를 뒤흔드는 사람이 된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그런 운명을 타고나는 것은 아니다. 나 역시 스스로의 재능을 찾으려 했지만, 그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우리 모두가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러나, 대부분은 자신의 재능을 알지 못한다.
재능을 찾는 데에는 운명적인 도움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런 도움을 받기란,
내가 인위적으로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의 재능을 발견한다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해도,
현실적으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 않은가?
경쟁과 형평성, 상황과 운, 경제적 제약 등
수많은 외부 요인들이 영향을 미친다.
이는 많은 청년들이 꿈을 찾지 못하는 이유와도 닮아 있다.
어쩌면 재능은 나의 길을 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그 길 위에서 발견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보고, 배우고, 들은 최소한의 것들로
나를 정의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바탕으로 재능이 아닌, 삶의 길을 찾아가고 싶다.
나는 대나무처럼 될 것이다.
천천히, 차근차근 내 뿌리를 내리고,
수십 년을 갈 수 있는 나만의 칼을 찾겠다.
아침 6시에 일어나는 것,
게으름을 피우지 않는 것,
규칙적으로 하루를 시작하는 작은 습관.
그러한 작은 실천들이 모여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
나의 뿌리는 아직 작고 얕을지 모르지만,
언젠가 하늘을 향해 자라날 것이다.
그날을 위해 지금은
묵묵히 견디고, 다스리고, 성장할 것이다.
섣부른 성공은 교만의 지름길이고,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다.
그러니 나는 내 속도대로,
천천히 걸어갈 것이다.
글도 계속 써야 한다.
포기하지 않고 꾸준히 쓴다면 언젠가 나만의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을 거다.
기회는 스스로 만드는 거라는 말처럼 나는 그 기회를 감당할 그릇을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건
보고, 배우고, 느끼는 모든 것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일이다.
5년 뒤, 10년 뒤에도 묵묵히
내 칼을 갈고 있을 나를 상상해 본다.
그때 나는 어떤 모습일까?
지금은 모르지만,
오늘 하루를 충실히 살아간다면
분명 좋은 답을 찾을 수 있겠지.
나는 대나무다.
아직은 작은 뿌리일지 몰라도,
언젠가 나도 하늘을 향해 자라날 것이다.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내게 주어진 하루를,
그리고 앞으로의 길을.
이 글은 대나무가 되기 위한 나의 첫 다짐이다.
부디 내 삶을 바꿀 첫걸음이 되길 하나님께 기도한다.
2025년 1월 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