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악을 떠난 본질은 불변이다. 다만, 옷을 갈아입을 뿐.
높은 건물이 그림자를 드리우며 나를 덮친다.
새장에 갇힌 새가 그 철사의 꼭대기를
바라보듯,
나도 그 그림자 속에서 고개를 든다.
어딜 가든 높은 건물들이 시야를 차지한다.
아주 먼 옛날부터.
이집트의 피라미드,
로마의 콜로세움,
페르시아의 페르세폴리스.
프랑스의 에펠탑,
미국의 자유의 여신상,
중국의 만리장성,
그리고 끝없이 솟아오른 인공 봉우리들까지.
둘러본 모든 거대한 건축물들은
인간의 욕망과 과시의 기념비이자,
죄악과 탐욕의 꼭대기를 장식하는 상징이다.
결국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하지 않을까.
우리는 얼마나 더 높이 쌓아야
이 바벨탑의 역사를 끝낼 수 있을까?
탐욕과 죄악의 끝자락에서, 그 정점에서
진정 우리가 미소 짓는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어떤 부자가 화성으로 쏘아 올린 로켓이
우리를 반겨주는 미래에 닿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도 결국
달 착륙의 플롯을 반복하는 불친절한 기술과
삶의 진부함에 지나지 않을까.
미소를 지을 수 없는 낙관에 빠져든다.
세상만사가 그렇게도 만만하고 쉽다.
돈 쪼가리를
주먹으로 꽉 쥐며 달린다.
돈 쪼가리만도 못한 나는
그렇게 쉽고, 만만한 부품 역할이라도 하려고 달린다.
세상은 물질만능주의다.
아니라고 해도, 결국 굴복한다.
그것을 부정하는 자들은
물질로부터 자유로운 자들일 것이다.
합리적인 유물론,
보이는 모든 것에 정답이 있다면,
철학자는 떡볶이 장사가 제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