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곳에 남은 사람은 없었어”

회색도시 2, 복수 이후에 남은 것

by 하얀 오목눈이

회색도시 2에서

정은창의 이야기는

잡히는 순간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이전부터

이미 끝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김성식에게 붙잡힌 순간

정은창은

결국 김성식에게 잡힌다.

죽음을 앞에 둔 상황에서도

그의 시선은

자기 자신이 아니라

여동생에게 가 있었다.

그가 듣고 싶었던 건

사과도, 변명도 아니었다.

단 하나,

왜 그날

정은서가 그곳에 있어야 했는지.


“성일동 강제 철거”라는 이름의 비극

모든 시작은

김성식이 일으킨

성일동 강제 철거였다.

사람을 밀어내고,

건물을 무너뜨리고,

기록에서 지워버린 사건.

그 잔해 속에서

정은서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사라졌다.


“그곳에 남은 사람은 없었어…!!”

김성식의 말은

너무 담담해서

더 잔인했다.

“그곳에 남은 사람은 없었어.”

그 말 한마디는

정은서를

사람이 아니라

통계로 만들어버렸다.

그의 세계에는

살아 있던 사람보다

처리된 구역만 남아 있었다.


잡혔지만

아무것도 끝나지 않았다

김성식은 잡혔다.

하지만

정은창의 마음에는

승리도, 해방도 없었다.

복수는 완성되었지만,

여동생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그 순간은

카타르시스가 아니라

이상할 만큼 쓸쓸했다.


술로 버티던 나날들

사실 정은창은

김성식에게 잡히기 전부터

이미 무너져 있었다.

매일 술로

하루를 밀어내듯 넘겼다.

취하면

잠깐이라도

정은서를 다시 만날 수 있을 것 같아서.


다시 만나고 싶다는 마음

그의 바람은

대단하지 않았다.

세상을 바꾸고 싶었던 것도,

정의를 세우고 싶었던 것도 아니다.

그저

다시 한 번만이라도

여동생의 얼굴을

보고 싶었을 뿐이다.


그래서 이 장면은

더 아프다

정은창은

악인이 아니었다.

그는

지워진 사람의 이름을

끝까지 붙잡고 있던 사람이다.


회색도시 2는

이렇게 끝내 말한다

누군가는

“남은 사람이 없다”고 말하지만,

누군가는

그 말을 평생

안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 무게는

잡혀도,

끝나도,

사라지지 않는다.

정은창의 쓸쓸함은

그 증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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