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화 —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

정의는 아직 살아 있다

by 하얀 오목눈이

마지막 재판 날이었다.


길고 긴 싸움이었다.


처음 사고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이곳 법원에 서 있기까지.


몇 달이 아니라

거의 1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어머니의 사고.


병원.


언론.


국민청원.


재판.


그리고

끝없는 기다림.


나는 법정 의자에 앉아 있었다.


손이

조금 떨렸다.


옆에는

내 변호사가 앉아 있었다.


그리고

뒤에는 동료들이 있었다.


민수.


팀장님.


그리고

회사 동료들.


어머니는

오늘도 휠체어를 타고

조용히 앉아 있었다.


나는 어머니를 바라봤다.


어머니는

나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괜찮다.”


“이제 끝나겠지.”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네.”


잠시 후


판사가 들어왔다.


법정 안이

순간 조용해졌다.


모두가

숨을 죽이고 있었다.


이번 판결이

마지막이었다.


대법원.


이 판결이

최종 판결이었다.


판사가

판결문을 읽기 시작했다.


“피고인은 교통사고를 일으킨 후

피해자에 대한 구호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


법정 안이

숨소리조차 조용했다.


“또한 재판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다.”


나는

가해자를 바라봤다.


그는

여전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판사는 계속 읽어 내려갔다.


“피해자는 평생

휠체어에 의존해야 할 가능성이 크며

가족 또한 심각한 고통을 겪고 있다.”


내 손이

조금 더 떨렸다.


그리고


마지막 문장이

읽혀졌다.


“따라서 본 법원은

원심을 파기하고

피고인에게 징역 20년을 선고한다.”


순간


법정 안이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20년.


나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정말로

끝이 났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동안

꽉 막혀 있던 숨이


이제야

조금 풀리는 것 같았다.


내 옆에서

변호사가 말했다.


“…끝났습니다.”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참고 있던 것이

무너졌다.


나는 변호사를

끌어안았다.


“정말…”


목소리가

떨렸다.


“…정말 감사합니다.”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변호사는

내 어깨를 두드렸다.


“당신이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뒤에서

민수가 말했다.


“신입.”


나는 돌아봤다.


민수도

눈이 조금 빨개져 있었다.


“해냈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고개만 끄덕였다.


법정을 나왔다.


문을 열자마자


플래시가

쏟아졌다.


기자들이

마이크를 들고 있었다.


“최종 판결에 대한

입장을 말씀해 주십시오.”


“피해자 가족으로서

어떤 심정이십니까?”


나는

잠시 하늘을 봤다.


그리고

천천히 말했다.


“오늘 판결은…”


“…저 혼자 만든 결과가 아닙니다.”


기자들이

조용히 듣고 있었다.


나는 계속 말했다.


“저를 도와준 변호사님.”


“끝까지 함께해 준 동료들.”


“그리고

국민청원에 참여해 주신

수많은 시민들.”


“…그분들이 만든 결과입니다.”


잠시 말을 멈췄다.


그리고 말했다.


“저는 오늘

한 가지를 느꼈습니다.”


“정의로운 법은

아직 살아 있다는 것입니다.”


기자들이

조용히 기록하고 있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말했다.


“지금도 억울한 일을 겪고 있는

많은 분들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절대 포기하지 마십시오.”


“끝까지 싸우면

결국 진실은 밝혀집니다.”


그 말을 하고

나는 고개를 숙였다.


그때였다.


뒤에서

누군가 다가왔다.


한 중년 여성이었다.


그녀는

조심스럽게 말했다.


“혹시…”


“인터뷰 봤습니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그녀는

눈물이 조금 고여 있었다.


“저도…”


“…교통사고 피해자 가족입니다.”


나는

말없이 그녀를 봤다.


그녀는 말했다.


“당신 덕분에

희망을 봤습니다.”


그리고

내 손을 잡았다.


“고맙습니다.”


그 뒤로도

몇 명의 사람들이 더 다가왔다.


누군가는

응원을 했고


누군가는

위로를 건넸다.


“수고하셨습니다.”


“정말 대단합니다.”


“힘내세요.”


나는

하나하나 고개를 숙였다.


그리고


민수가 말했다.


“…이제 밥 먹으러 가자.”


나는

웃었다.


“그래.”


“배고프다.”


팀장님이 말했다.


“예약해 놨다.”


“한정식집.”


우리는

차를 타고 이동했다.


법원 근처에 있는

작은 한정식집이었다.


문을 열자

따뜻한 냄새가 났다.


된장.


고기.


그리고

갓 지은 밥 냄새.


우리는

자리에 앉았다.


어머니도

휠체어로 옆에 앉았다.


민수가 말했다.


“오늘은 내가 쏜다.”


팀장님이 웃었다.


“야.”


“이럴 때는 내가 사는 거다.”


나는

조용히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긴 싸움이 끝났다.


그리고


오랜만에

평범한 하루가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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