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이라는 이름의 기적
재판이 끝난 뒤.
세상은
조금씩 조용해졌다.
뉴스도
점점 줄어들었고
인터뷰 요청도
이제는 거의 오지 않았다.
마치
폭풍이 지나간 뒤처럼.
나는 다시
원래의 자리로 돌아갔다.
물류센터.
아침 공기는
여전히 차가웠다.
창고 문이 열리면
차가운 공기가 안으로 들어왔다.
지게차 소리.
박스가 움직이는 소리.
그리고
스캐너의 익숙한 소리.
삑.
삑.
나는
스캐너를 들고 있었다.
예전과 똑같은 일.
하지만
내 마음은 조금 달라져 있었다.
민수가 옆에서 말했다.
“야 신입.”
나는 돌아봤다.
“왜.”
민수가 웃었다.
“요즘 일 더 열심히 한다?”
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원래 열심히 했거든.”
민수가 피식 웃었다.
“그래그래.”
팀장님이
멀리서 말했다.
“거기 둘!”
우리는 동시에
돌아봤다.
“잡담 말고 일해라!”
민수가 소리쳤다.
“네 팀장님!”
나는
웃으며 다시 박스를 들었다.
일은 여전히
힘들었다.
무거운 박스.
빠른 속도.
끝없는 물량.
하지만
이곳은
내가 버텨온 곳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나를 인정해 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우리는 휴게실에 앉았다.
민수가 말했다.
“요즘 신입 인기 많다.”
나는 눈을 깜빡였다.
“뭐가.”
“다들 얘기하더라.”
“…멋있다고.”
나는
바로 말했다.
“야 그만해.”
옆에 있던 선배가
웃으며 말했다.
“진짜다.”
“솔직히 인정한다.”
“끝까지 싸운 거 대단하다.”
나는
조금 어색하게 웃었다.
“그냥…”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에요.”
그때
팀장님이
휴게실 문을 열었다.
“야.”
나는
고개를 들었다.
“신입.”
“네.”
팀장님이 말했다.
“오늘 물량 적다.”
“네.”
“조금 일찍 들어가라.”
나는 놀랐다.
“…네?”
팀장님은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어머니 병원 가야 하잖아.”
나는
잠깐 말을 잃었다.
“…괜찮습니다.”
팀장님이 말했다.
“괜찮긴.”
“일은 우리가 한다.”
민수가 옆에서 말했다.
“그래.”
“오늘은 우리가 처리할게.”
나는
천천히 고개를 숙였다.
“…감사합니다.”
그날
나는 평소보다
조금 일찍 퇴근했다.
집으로 가는 길.
하늘이
조금 붉게 물들어 있었다.
나는 병원으로 향했다.
어머니는
재활 치료를 받고 있었다.
재활실 문을 열었다.
어머니는
평행봉을 잡고 있었다.
두 다리는
아직 많이 약했다.
하지만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물리치료사가 말했다.
“조금 더 해볼까요.”
어머니는
숨을 천천히 쉬었다.
“네.”
나는
옆에서 조용히 지켜봤다.
한 걸음.
그리고
또 한 걸음.
아주 작은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그걸 보는 내 마음은
말로 설명하기
어려웠다.
어머니는
결국 휠체어에 다시 앉았다.
그리고
나를 보며 웃었다.
“왔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네.”
“오늘 일찍 끝났어요.”
어머니가 물었다.
“일은 괜찮냐.”
나는 웃었다.
“네.”
“다들 잘해줘요.”
어머니는
조용히 말했다.
“그래도…”
“…너 너무 무리하지 마라.”
나는
어머니 손을 잡았다.
“…괜찮아요.”
“이번에는 제가 도울 차례잖아요.”
어머니는
잠깐 나를 보더니
작게 웃었다.
“이제 다 컸네.”
나는
그 말을 듣고 웃었다.
병원 창밖으로
해가 지고 있었다.
나는 생각했다.
인생은
정말 이상하다.
어떤 날은
모든 것이 무너지고
어떤 날은
다시 조금씩 돌아온다.
완전히 예전처럼
돌아오지는 않더라도
그래도
조금씩
다시
앞으로 나아간다.
나는 어머니 휠체어를
천천히 밀었다.
병원 복도를 지나며
조용히 말했다.
“엄마.”
어머니가 물었다.
“왜.”
나는 말했다.
“…우리 이제 천천히 가요.”
“천천히.”
어머니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날 밤
나는 오랜만에
조금 편안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