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명의 목소리
국민청원을 올린 그날 밤.
나는
노트북 화면을
계속 바라보고 있었다.
조회 수.
그리고
동의 수.
처음에는
천천히 올라갔다.
100명.
300명.
1,000명.
민수가 옆에서 말했다.
“생각보다 빠른데?”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SNS에서
청원 글이 퍼지기 시작했다.
뉴스 기사에도
다시 올라왔다.
그리고
몇 시간 뒤.
숫자가
갑자기 폭발하기 시작했다.
5,000명.
10,000명.
20,000명.
나는 화면을
몇 번이나 새로고침했다.
민수가 말했다.
“…야.”
“이거 진짜다.”
나는 숨을
천천히 들이켰다.
그리고
불과 몇 시간 뒤.
숫자는
10만 명을 넘었다.
나는 화면을
멍하게 바라봤다.
“…10만.”
민수가 웃으며 말했다.
“야 신입.”
“사람들이 진짜 화났나 봐.”
팀장님도
휴대폰을 들고 있었다.
“뉴스에 또 나왔다.”
나는 화면을 봤다.
속보.
“교통사고 솜방망이 처벌 논란
국민청원 10만 명 돌파”
댓글도
수천 개였다.
“가해자 처벌 강화하라.”
“피해자 가족이 얼마나 억울하겠나.”
“정의가 살아있다면 바로잡아야 한다.”
나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이건
나 혼자 싸우는 일이 아니었다.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모르는 번호였다.
나는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잠시 후
차분한 목소리가 들렸다.
“안녕하세요.”
“청와대 시민소통비서관실입니다.”
나는
잠깐 말을 잃었다.
“…네?”
그 목소리는 계속 말했다.
“현재 국민청원과 관련된 상황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기사와 사건 내용도
보고받았습니다.”
나는
말없이 듣고 있었다.
그는 말했다.
“정부에서도
이 사건을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습니다.”
“…법과 절차에 따라
가해자가 강력한 처벌을 받을 수 있도록
관련 기관과 함께 검토하겠습니다.”
나는
천천히 말했다.
“…감사합니다.”
전화를 끊은 뒤
민수가 물었다.
“누구야?”
나는 말했다.
“…청와대.”
순간
사무실이 조용해졌다.
민수가 눈을 크게 떴다.
“…진짜?”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건 알고 있대.”
팀장님이 말했다.
“세상이 움직이기 시작했네.”
그리고
몇 달 뒤.
2심 재판이 열렸다.
법정에는
전보다 훨씬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기자들.
시민들.
그리고
내 동료들.
어머니도
휠체어를 타고 와 있었다.
나는
어머니 옆에 앉았다.
어머니는 조용히 말했다.
“괜찮다.”
“엄마는 괜찮다.”
나는
손을 잡았다.
“…알아요.”
잠시 후
판사가 들어왔다.
법정이
조용해졌다.
그리고
판결문이
읽혀졌다.
“피고인은 1심 판결 이후에도
자신의 범행을 인정하지 않았으며
반성의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
법정 안이
조용했다.
판사는 계속 말했다.
“또한 사고 이후
피해자에 대한 구호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점.”
“피해자의 가족에게
지속적인 고통과 억울함을
안겨준 점.”
“…그리고
사회적 파장을 고려할 때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
나는
숨을 멈춘 채
듣고 있었다.
그리고
판사가 말했다.
“피고인에게
징역 15년을 선고한다.”
순간
법정 안에서
작은 탄성이 나왔다.
나는
눈을 감았다.
15년.
드디어
조금은
납득할 수 있는 판결이었다.
민수가
내 어깨를 잡았다.
“…신입.”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이건 말도 안 돼!”
큰 소리가
법정 안에 울렸다.
가해자였다.
그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억울하다고!”
“이건 정치 재판이야!”
경찰이
그를 붙잡았다.
하지만
그는 계속 소리쳤다.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는데!”
“사람 하나 다친 걸로
15년이라고?”
순간
법정 공기가
얼어붙었다.
나는
그를 바라봤다.
어머니는
휠체어 위에서
조용히 그 모습을 보고 있었다.
가해자는
계속 난동을 부렸다.
“이거 다 쇼야!”
“언론이 만든 거라고!”
경찰이
그를 강제로 끌고 나갔다.
문이
쾅 닫혔다.
법정 안이
다시 조용해졌다.
나는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처음으로
생각했다.
이 싸움이
이제
조금은 끝이 보인다고.
하지만
나는 아직 몰랐다.
그가
마지막 카드 하나를
아직
남겨두고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