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화 - 경계 너머의 존재

신이라 불리는 소녀

by 하얀 오목눈이

바람이 불었다.


노란 꽃들이

부드럽게 흔들렸다.


그리고


내 앞에 서 있던 소녀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처음 마주한 얼굴


햇빛을 받은 얼굴.


맑고

투명한 피부.


눈은

이상할 정도로 깊었다.


그녀는

나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미소를 지었다.


첫마디


“왔네.”


그녀의 목소리는

이상하게도 자연스러웠다.


마치

오래전부터 알고 있던 사람처럼.


나는

잠깐 말을 잃었다.


“…여긴 어디야?”


내 질문에

그녀는 잠깐 고개를 기울였다.


그리고


가볍게 웃었다.


이해할 수 없는 말


“여긴… 뭐라고 해야 할까.”


그녀는

하늘을 한번 올려다봤다.


“경계라고 부르면 쉬울까?”


나는

그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경계?”


그녀는 다시 나를 보며 말했다.


“너희가 말하는

삶과 죽음의 사이.”


그 말에

내 심장이 잠깐 멈춘 것 같았다.


그리고


그녀는

조금 더 가까이 다가왔다.


“아, 그리고 하나 더.”


그녀는

장난스럽게 웃었다.


“나는 이 세계를 다스리는 존재야.”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신이라고 할까?”


그녀는

손을 뒤로 모은 채 말했다.


“비유하자면… 신이라고 할까?”


순간


나는

그녀를 멍하니 바라봤다.


그리고


표정이

굳었다.


믿을 수 없다는 얼굴


“…뭐?”


입에서

그 말이 그대로 나왔다.


그녀는

내 표정을 가만히 보더니


피식 웃었다.


“아, 역시 그 표정 나오네.”


갑작스러운 변화


그 순간이었다.


빛이

번쩍였다.


아주 짧게.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다시 바라봤을 때


그녀의 모습이

바뀌어 있었다.


새로운 모습


하얀 원피스는 사라지고


대신


짙은 네이비 색의

세일러복.


흰 카라와

리본.


짧은 스커트.


완전히


일본 여고생 같은 모습이었다.


당황


“…뭐야 이건.”


나는

무의식적으로 한 발 물러섰다.


그녀는

그 반응이 재밌다는 듯 웃었다.


“이게 더 익숙하지 않아?”


“너희 세계 기준으로.”


나는

말문이 막혔다.


장난기 어린 신


그녀는

빙글 한 바퀴 돌았다.


치마가

살짝 퍼졌다.


“어때?”


“이 정도면 신 같아 보여?”


나는

어이가 없다는 표정으로 말했다.


“…전혀.”


그녀는

잠깐 입을 삐죽 내밀었다.


“너무하네.”


질문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다시 물었다.


“…진짜로.”


“…여긴 어디고, 나는 왜 여기 있어.”


이번에는

조금 더 진지한 목소리였다.


잠깐의 침묵


그녀는

내 눈을 바라봤다.


아까와는 달리

조금 조용해진 표정이었다.


그리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진실


“너.”


“죽기 직전이야.”


그 말은

너무 담담하게 나왔다.


그래서 더

무겁게 느껴졌다.


멈춰버린 시간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머릿속이

하얘졌다.


‘죽기… 직전?’


그 말이

계속 맴돌았다.


설명


그녀는

조용히 말을 이었다.


“몸은 지금 병원에 있어.”


“의식은 거의 끊어진 상태고.”


“그래서 여기로 온 거야.”


나는

주변을 다시 바라봤다.


노란 꽃밭.


따뜻한 햇빛.


그리고


이상할 정도로

편안한 공기.


경계의 의미


“여긴 선택의 장소야.”


그녀가 말했다.


“넘어갈지.”


“아니면 돌아갈지.”


흔들리는 마음


나는

숨을 삼켰다.


“돌아간다는 건…”


그녀가 대답했다.


“살아난다는 거지.”


“물론, 쉽진 않겠지만.”


시선


나는

고개를 숙였다.


손을 바라봤다.


아무 상처도 없었다.


아무 고통도 없었다.


그리고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럼…”


“…여기 남으면?”


그녀는

잠깐 미소를 지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조금 다른 느낌이었다.



“편해져.”


“아무것도 안 아프고.”


“아무 걱정도 없어.”


그녀의 말은

달콤하게 들렸다.


너무나도.


하지만


내 머릿속에는


다른 것들이 떠올랐다.


어머니.


동료들.


친구들.


선택의 시작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왜 나야.”


그녀는

어깨를 으쓱했다.


“특별한 이유는 없어.”


“그냥… 너라서?”


다시 미소


그리고

그녀는 다시 웃었다.


장난스럽게.


“어때?”


“이제 조금 믿을 마음 생겼어?”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하나만은 확실했다.


이곳은


돌아갈 수도 있고


끝낼 수도 있는


그 경계라는 것을.


바람이 다시 불었다.


노란 꽃들이

한 번 더 흔들렸다.


그리고


내 선택을 기다리는 것처럼


그녀는

가만히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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