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으로, 평범한 삶을 부탁하다
바람이
잔잔하게 불고 있었다.
노란 꽃들이
천천히 흔들렸다.
그 속에서
나는 한참 동안
말없이 서 있었다.
쉽게 선택할 수 없는 것
돌아갈지
남을지
그 선택은
너무 무거웠다.
머리로는
생각할 수 있었지만
마음이
따라오지 않았다.
입을 열다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하나만 물어봐도 돼?”
소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응.”
부탁
“…나.”
나는 잠깐
숨을 고르고 말했다.
“조금만… 여기 둘러보면 안 될까.”
소녀는
눈을 가늘게 뜨며 나를 봤다.
이어지는 말
“그냥… 바로 선택하는 게 아니라.”
“내가 못 해봤던 것들…”
“…해보고 싶어.”
내 말은
조금씩 느려졌다.
하지만
분명하게 이어졌다.
이유
“솔직히 말하면…”
“아직 실감이 안 나.”
“이게 끝이라는 게.”
나는
고개를 숙였다.
“그래서…”
“…조금만 시간을 줬으면 해.”
소녀의 반응
소녀는
잠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나를 가만히 바라봤다.
그리고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흥미
“재밌네.”
그녀는
작게 웃었다.
“보통은
겁부터 먹는데.”
허락
“좋아.”
“어디까지나 체험이지만.”
“네가 만족할 때까지.”
그녀는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가능해.”
조건
“대신.”
그녀가
손가락을 하나 들었다.
“완전히 현실은 아니야.”
“어디까지나 ‘가능성’이야.”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상관없어.”
그리고
나는
잠시 망설였다.
말을 꺼내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했다.
가장 하고 싶었던 것
“…그럼.”
“…하나 더 부탁해도 돼?”
소녀는
눈을 깜빡였다.
“많네.”
“그래, 말해봐.”
솔직한 마음
나는
조금 어색하게 웃었다.
“…좀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나…”
“…연애, 제대로 해본 적 없거든.”
소녀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이어지는 고백
“항상 바쁘고…”
“여유도 없고…”
“그냥… 살아가기 바빴어.”
나는
시선을 피했다.
“그래서…”
부탁의 내용
“…잠깐만이라도.”
“너가…”
나는 말을 멈췄다.
그리고
다시 말했다.
“…내 여자친구로 있어줄 수 있어?”
정적
순간
바람 소리만 들렸다.
꽃들이
조용히 흔들렸다.
반응
소녀는
잠깐 멍하니 있다가
이내
피식 웃었다.
“와.”
“이건 좀 예상 못 했는데.”
장난기
그녀는
한 걸음 다가왔다.
“신한테 그런 부탁하는 사람은
처음이야.”
나는
조금 민망해졌다.
“…미안.”
하지만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재밌어.”
수락
“좋아.”
“해보자.”
“네가 말한 거.”
그녀는
손을 내밀었다.
“여자친구 역할.”
더 큰 바람
나는
그 손을 보다가 말했다.
“…그리고 하나 더.”
“고등학교로 돌아가고 싶어.”
이어지는 이야기
“그때부터…”
“대학교.”
“그리고…”
나는
잠깐 숨을 멈췄다.
“…결혼까지.”
이유
“평범하게 살아보고 싶어.”
“다른 사람들처럼.”
“아무 걱정 없이…”
“그냥…”
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완성되지 못한 삶
“…살아보고 싶어.”
그 말이
겨우 나왔다.
소녀의 눈
소녀는
이번에는 웃지 않았다.
조용히
나를 바라봤다.
이해
“…그래.”
그녀가 말했다.
“그게 네 미련이구나.”
손을 잡다
그녀가
내 손을 잡았다.
따뜻했다.
이상하게도.
시작
“그럼.”
“보여줄게.”
“네가 살지 못했던 시간.”
변화
그 순간
주변이
흐려지기 시작했다.
노란 꽃밭이
사라지고
빛이
번져갔다.
마지막 말
그녀의 목소리가
들렸다.
“후회하지 않게.”
“끝까지.”
그리고
눈앞이
완전히 바뀌었다.
새로운 시작
교실.
창가 자리.
칠판.
학생들의 소리.
나는
책상에 앉아 있었다.
그리고
옆자리에서
누군가가
나를 보며 웃었다.
세일러복을 입은
그녀였다.
“안녕.”
“첫 만남이네, 우리.”
그녀의 말에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그저 바라보고 있었다.
이것이
내가 선택한
두 번째 삶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