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목소리를 듣는다는 것, 그리고 받아들이는 법
KBS 성우 공채 지원서를 작성하고,
녹음본까지 완성해 보냈던 날.
생각보다 담담했다.
긴장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드디어 해봤다’는 느낌이 더 컸다.
그 이후,
나는 몇몇 사람들에게 녹음본을 들려주며
평가를 부탁했다.
그리고 돌아온 반응은
정말 제각각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듣기 좀 힘든데… 학원부터 다녀야 할 것 같아.”
“뭔가 어색하고, 자연스럽지 않아.”
처음 들었을 때는
잠깐 멈칫했다.
하지만 곧 알게 되었다.
이건 나를 깎아내리려는 말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평가라는 걸.
또 어떤 사람들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줬다.
“그래도 포기 안 하는 건 대단하다.”
“예전보다 훨씬 나아진 것 같아.”
“계속 하면 분명 좋아질 거야.”
그 말들은
크게 들리지 않았지만,
오래 남았다.
그리고 인상 깊었던 건
영상이나 광고 쪽에서 일하는 분들의 이야기였다.
그들은 조금 더 구체적으로 말했다.
“목소리 자체는 나쁘지 않아요.”
“근데 KBS 스타일이랑은 좀 다른 느낌이에요.”
“오히려 애니메이션 쪽이 더 잘 맞을 것 같아요.”
나는 그 말을 듣고
잠시 생각에 잠겼다.
KBS.
내가 막연하게 생각했던 목표였다.
‘성우 = KBS’
그렇게만 생각해왔던 것 같다.
하지만 그분들은
조금 더 현실적인 이야기를 해주었다.
“KBS는 굉장히 정제된 톤을 좋아해요.”
“애니메이션 느낌은 거의 안 써요.”
“대신 대원, 투니버스, 대교 같은 쪽은
훨씬 다양한 톤을 받아줘요.”
그 말을 듣고 나서야
나는 조금 이해가 되었다.
‘아, 내가 잘못된 게 아니라
방향이 조금 다른 거구나.’
이건 실패가 아니라,
조정해야 할 과정이었다.
솔직히 말하면
조금 아쉬움은 있었다.
‘조금 더 잘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우울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조금 더 또렷해졌다.
내가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방향이 나에게 맞는지.
예전 같았으면
이런 말을 들으면
괜히 기분이 가라앉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나는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성장은
칭찬보다
피드백에서 더 많이 온다는 걸.
그리고
지금의 나는
완성된 사람이 아니라는 것도.
그래서 나는
이 모든 반응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로 했다.
좋은 말은
앞으로 나아갈 힘으로.
쓴 말은
방향을 잡는 기준으로.
그리고 계속
해보기로 했다.
어쩌면 나는
아직 시작도 제대로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괜찮다.
중요한 건
지금 내가
멈추지 않고 있다는 것이니까.
내 목소리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하지만 분명한 건
어제보다 오늘이,
오늘보다 내일이
조금씩 더 나아지고 있다는 것.
나는 그걸로 충분하다.
그리고 언젠가는
누군가가 내 목소리를 듣고
이렇게 말해주길 바란다.
“괜찮다”가 아니라,
“좋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