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8.
나는 소심한 성격의 소유자다. 어릴 때부터 별명이 소심이었고, 극강의 안정제일추구 인간이었다. 진로고민, 취업고민 하기가 싫어서 의대 간 사람이니 말 다했다.
다들 도시남녀의 사랑법이라는 드라마를 보셨는지 모르겠다. 드라마에는 이은오라는 주인공이 나오는데, 자신의 소심한 성격과 현실에 환멸을 느끼고 양양으로 떠나 새로운 성격의 삶을 개척해 나가는 인물이다. 매우 아름다우시다.
나는 이은오를 보면서 왠지 모를 부러움을 느꼈다. 나도 저런 자유로운 삶을 살아보고 싶다는, 성격을 바꿀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며 살던 찰나였다.
그러던 중 우연히 평택 주한미군기지에 잠시 파견을 갔다. 미군들이랑 같은 숙소와 식당을 공유하면서 하루 종일 원숭이마냥 기웃기웃 거리며 구경하면서 지내는 시간들이었다.
비가 쏟아지는 날이었다. 어김없이 우산을 안 들고 나온 나는 옆에 있는 별로 친하지도 않은 동기에게 우산 공유 구걸을 시전했고, 몸의 반 정도만 겨우 우산 속에 욱여넣고서 비틀비틀 걸어가고 있었다. 그때 앞에서 키가 건장하신 미군 두 분께서 당당히 비를 맞으며 걸어오는 게 보였는데, 그 모습이, 그 지극히도 평범한 일상의 모습이 나에게는 뭐랄까. 자유로움으로, 그리고 드라마 속 이은오의 모습으로 보였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아! 나도 저렇게 비를 맞으면 이은오처럼 될 수 있겠구나!!”
그다지 현명한 생각은 아니었지만 바로 실행에 옮겼다. 왜 그리 용감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몹시 신나 있던 상태였던 것 같다. 그날 밤, 비가 쏟아지는 거리로 나가서 무작정 달리기 시작했고, 5분 만에 뭔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았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기분이 좋았다. 스스로가 뿌듯했다. 산성비로 인한 탈모가 조금 진행되었겠지만.
이런 행동 하나로 성격이 변한다고 할 순 없다. 그래도 조금은 변한다고 난 믿는다. 어쩌면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어도 이 믿음이 변화의 시작일지도 모른다. 뭐든 간에 변하긴 변할 것이다.
그러니 자신의 성격에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있는 독자분들이 계시다면, 환경부터 바꿔보시길 추천드린다. 새로운 사람을 만나든, 새로운 장소로 가든, 군대에 입대하든 환경이 변하면 나의 생각이 변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 새로운 생각에 작은 용기 한 스푼만 넣어주면 되는 것이다.
빗속으로 들어가는 첫 발자국이 어렵지
빗속에서 걷는 건 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