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은 내용과 전혀 상관없습니다. 그냥 탕후루가 먹고 싶었어요.
* '그녀는 어쩌다 일본으로 갔나'와는 이어지지 않습니다.
교토를 오기 위해선 우리 집에서 인천공항까지 한 시간, 인천공항에서 간사이 공항까지 한 시간 반, 간사이 공항에서 교토역까지 한 시간의 총 세 시간 반의 여정을 거쳐야 올 수 있다. 교토역까지 다다르기도 힘든 이곳을 이제껏 총 2번을 왔었다. 5일과 10일 이렇게 두 번. 한 번은 혼자서 왔었고, 한 번은 친구와 왔었다. 이 두 번의 여행으로 나는 워홀을 간다면 교토로 가야지 하고 정했다.
여긴 사실 대단히 재밌는 것도 없고, 늘 새로운 곳도 아니다. 관광지를 조금만 벗어나면 한적하고, 조용하다. 그래서 그런가 사실 여기가 교토라는 것을 가끔 까먹는 것 같다. 이젠 우리 집 앞을 나가는 느낌이 난다. 하지만 아직 나에게 익숙한 공간, 그러니까 내 마음이 편해지는 나만의 공간을 찾진 못했다.
전에 살던 곳은 시흥이라는 곳인데, 그곳은 나에겐 굉장히 익숙하고 안경이 없이도 모든 걸 볼 수 있는 곳이었지만, 그곳에서도 나는 나만의 공간을 찾아냈었다. 익숙한 곳이 다르게 보이는 곳, 늘 걷고 지나가는 길이지만 여긴 여름이 특별히 이쁜 곳, 이 길을 쭉 따라가면 바다가 나오는 곳.
내 마음이 편해지는 공간을 찾아두면 그곳이 더 사랑스럽게 느껴지는 것 같다. 교토에도 그런 곳이 생기면 좋겠다. 우리 집 앞을 나서는 것 같지만 아직도 낯설다. 아이러니하게도 몸은 익숙해져 가지만 마음은 아직 낯설다고 느끼는 것 같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나면 이 감상이 어떻게 변할지 궁금하다.
나조차도 놀랍지만 나는 일본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일개미 습성 어디 안 간다고, 도착 일주일이 지나자 생각보다 많이 써버린 돈에 당장에라도 일을 구해야겠다 생각했다. 그러다 운 좋게 한국어 강사 자리를 덜컥 구해버렸다. 물론 면접 한 번에 트레이닝 두 번을 거쳐서 '운 좋게' 덜컥도 아니다. 그래도 나는 이 잡만 구하면 그냥 바로 생활비 챱, 월세 챱, 모든 게 해결될 줄 알았다. 근데 그건 불가능했다. 나 같은 무경력에 신입 여자애한테 수업을 듣고 싶은 사람이 얼마 없을 것이라는 걸 나는 간과했다. 명색에 기획자면서 시장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 나의 패배의 원인이었다.(그 누구와도 싸우지 않았음)
7월 21일부터 수업을 총 4번 나갔다. 그리고 그 수업의 수입은 8월 말일에나 들어온다. 그 말인즉슨 나는 지금 앞으로 한 달을 더 내가 모아둔 돈으로 생활해야 한다는 말이다. 이미 나는 내가 예상했던 생활비를 훨씬 넘어서 써버렸고, 워홀을 오기 전 꿈꿨던 '한 달은 좀 마음 편히 놀고~ 여행도 다니고~'는 이미 깨져버렸다.
그래서 나는 일을 하나 더 구했다. 크래프트비어를 파는 스탠딩 바인데, 내가 언젠가 일본에서 알바하면 한 번은 이자카야나 그런 곳에서 일을 해보고 싶었던 터라 응모했고, 이영차 면접보고 이것도 덜컥 붙어버렸다. 아직 일을 나가진 않았지만,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한 게 이것도 일을 구할 때는 아 빨리 일 하고 싶다 생각했지만 막상 슬 나갈 때가 되니 가기가 싫어진다. 아직 언제 나갈지는 모르겠지만, 만약 나가게 된다면 그 일의 후기도 써보겠다.
(이영차 돈을 벌어서.. 좀 모아서.. 겨울엔 홋카이도로.. 여행을..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