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 레스토랑 킷사

제10장 - 일상 속에 뿌리내린 기준점

by 홍다정


프랜차이즈 형태로 확장된 ‘카페 레스토랑 킷사’

밝은 조명과 넓은 창, 그리고 식사를 중심으로 구성된 메뉴를 갖추고 있다.


기존 킷사의 고전적인 분위기를 유지하면서도 누구나 부담 없이 문을 열 수 있도록 설계된 공간이다.

혼자여도 어색하지 않고 가벼운 식사를 해결하기에도 자연스러운 이곳은,

특별한 날을 위한 목적지라기보다 의식하지 않아도 반복되는 일상의 한 장면에 가깝다.



일본의 대표적인 체인형 킷사인

1.피노키오 2. 코메다커피 3. 호시노커피 (출처. 공식홈페이지)

코메다 커피, 호시노 커피, 피노키오는 각기 다른 색채를 띠면서도 ‘일상의 반복’이라는 같은 결을 공유한다.


코메다가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는 상태’ 그 자체에 집중한다면,

호시노 커피는 조금 더 잘 차려진 시간을 보내고 싶을 때 찾게 되는 ‘변주된 일상’을 지향한다.

반면 피노키오는 오므라이스와 크림소다, 푸딩 아라모드 같은 메뉴를 통해

어른이 되어 다시 돌아온 유년의 시간을 연출하며 의도적으로 추억을 소환한다.

출처. 네이트뷰 인사이트 기사.https://view.nate.com/life/view/219123/

이러한 공간들을 보다 보면 예전 우리나라의 ‘민들레영토’‘엔하우스’ 같은 공간들이 떠오른다.

형태는 조금 다르지만, 누구나 부담 없이 들어와 각자의 방식으로 머물던 그 익숙한 장소.

비록 지금은 점점 사라지고 있지만, 나는 이것이 영영 사라진 것이 아니라

언제든 지금의 방식으로 다시 풀어낼 수 있는 형태라고 생각한다.


그 시절을 기억하는 사람도, 처음 경험하는 사람도 각자의 온도로 머무를 수 있는 그런 공간 말이다.


코메다커피에서 일하기 시작하면서,

그 생각이 그냥, 맞다는 걸 알게 됐다.


나의 하루는 항상 아침 7시, 현관의 유리문을 닦는 것으로 시작되었다.

차가운 유리창을 투명하게 닦아내고 있으면 약속이라도 한 듯 단골손님들이 하나둘 문을 밀고 들어왔다.

처음에는 그들의 공기가 낯설고 차갑게 느껴졌다.

특히 예민한 눈빛의 할머니와 늘 굳은 표정의 회사원은 내가 주문을 조금이라도 머뭇거리면

여지없이 날 선 반응을 보이곤 했다. 낯선 점원에게 쉽게 곁을 내주지 않겠다는 듯한 팽팽한 긴장감이 있었다.


하지만 그 긴장을 녹인 것은 특별한 순간이 아니라,

매일의 반복이었다.

같은 시간에 얼굴을 마주하고, 같은 인사를 건네고, 같은 메뉴를 준비하는 일.

어느 순간부터는 주문을 받기도 전에 “평소 드시던 거 맞죠?”라고 먼저 말을 건네게 되었고,

그때부터 그들의 표정이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무뚝뚝하던 할머니가 일상의 안부를 묻고,

주머니에서 작은 과자를 꺼내 슬그머니 건네주시던 순간. 그 작은 변화들이 쌓이며 나의 일은 단순한 노동이 아니라 하나의 관계가 되었다.


그 안에는 새로운 경험을 기대하는 긴장감보다는,

이미 서로를 알고 있는 상태로 돌아가는 편안함이 더 크게 작용하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이곳은 무언가를 새롭게 느끼기 위한 공간이라기보다,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삶의 ‘기준점’ 같은 장소에 가까웠다.


그래서 나는 이런 공간을 만들고 싶다.


특별함으로 사람을 끌어들이는 곳이 아니라, 익숙함으로 다시 돌아오게 만드는 곳. 누군가 자연스럽게 들어와 잠시 숨을 고르고,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다시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는 공간.






킷사는 단순히 커피를 마시는 곳이 아니다. 사람이 머무는 방식이 쌓여 만들어진 공간이다.

어떤 곳은 메뉴로 기억되고, 어떤 곳은 분위기로 남고, 어떤 곳은 그곳에서의 시간으로 각인된다.


하지만 결국 공통적으로 남는 것은 하나다.


그곳에 다시 가고 싶어지는 이유.

나는 그것이 킷사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새로운 경험을 주는 곳이 아니라, 이미 알고 있는 상태로 돌아갈 수 있는 곳. 낯선 공간이 아니라, 시간이 쌓이며 익숙해지는 장소.


그래서 내가 생각하는 킷사는 누군가의 일상 속에 스며들어 자연스럽게 반복되고, 그 반복 속에서 사람을 편안하게 만드는 다정한 기준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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