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1장 – 나는 그 자리에 남았다
킷사텐의 시간이 늘 따뜻했던 건 아니다. 코메다에는 아침마다 ‘모닝 서비스’가 있었다.
커피를 시키면, 두툼한 토스트 한 조각이 무료로 나간다.
계란 페이스트, 오구라(팥), 잼 중에서 하나를 고를 수 있고 단골손님들은 늘 같은 걸 주문했다.
나는 홀 담당이었다.
주문을 받고, 커피를 내리고, 타이밍 맞춰 토스트를 받아서 내보내는 일.
보통은 주방에서 손만 뻗으면 갓 구운 토스트를 건네준다.
그걸 받아서 그대로 나가면 끝이다.
근데 나는 그걸 한 번에 받을 수 없었다.
주방 앞에 서 있어도 내 쪽으로는 토스트가 넘어오지 않았다. 결국, 홀에서 주방 뒤쪽으로 돌아 들어가 직접 받아와야 했다.
한두 번이면 그냥 넘어갈 일이었는데,
그게 매일 반복됐다.
같은 일을 하고 있는데, 나만 동선이 길었다.
사소한 일이었지만 이상하게 사람을 지치게 했다.
마카나이도 비슷했다. 마카나이는 직원들이 먹는 식사였는데,
다 같이 먹는 밥인데도 나만 빠지는 게 아니라 나만 못 먹는 메뉴가 있었다.
계란 페이스트나 인기 있는 메뉴는 항상 내 차례에서 빠졌다.
대신 매니저가 없는 날에는 달랐다. 주방 아르바이트생들이
“이거 먹어”, “더 먹어도 돼” 하면서 오히려 더 챙겨줬다. 그래서 어떤 날은 괜히 더 많이 먹기도 했다.
지금 생각하면 웃기다. 같은 가게인데,
날씨가 두 개였다.
이유는 없었다.
설명도 없었다.
그냥, 싫어했던 것 같았다.
한 번은 내 앞에서 대놓고 한국 이야기를 꺼내면서, 비꼬듯이 웃었다.
그리고 그날, 내가 하지도 않은 실수로 혼이 났다.
누가 실수했는지는 모두 알고 있었다. 그래서 더 이상했다. 틀린 사람이 아니라, 편한 사람을 혼내고 있었다.
그날, 나는 뒤에서 울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좀 이상하다. 다리 골절이었을 때도 안 울었는데, 그때 일본에 와서 처음 울었다.
근데 신기하게도, 그날 이후로 마음이 조금 달라졌다.
나약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반대였다.
‘그래, 싫어하겠지.’
‘그럼 더 오래 있어야겠다.’
내가 여기서 버티는 게 그 사람한테는 제일 싫은 일일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만두지 않았다.
대신 나를 붙잡아 준 건 사람들이었다.
“대신 미안하다”며 퇴근 후 라인을 보내주던 동료들,
“오늘 발음 더 좋아졌네”라며 먼저 말을 건네주던 단골손님들.
조금씩, 내가 이 공간에 있어도 되는 이유가 쌓여갔다.
대신 나는 온라인에서는 욕쟁이 할머니였다. 현실에서는 아무 말도 못 했으니까.
대신 오프라인에서는 조용했다. 조용하게 버티고, 조용하게 자리를 지켰다.
그리고 끝까지, 그 자리에 남아 있었다.
그게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조용한 방식의 복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