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2장 - 나를 만든 찬란한 이중생활
2017년, 나는 하루를 두 번 살았다.
낮에는 킷사에서,
밤에는 도톤보리 한복판으로 들어갔다.
내가 일하던 매장은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는 그 전광판 바로 앞에 있었다.
항상 사람이 몰렸고, 나는 그 안에서 2층과 3층을 맡고 있었다.
패션을 전공했던 나에게 '포에버 21(Forever21)'은 일터라기보다, 숨이 트이는 곳에 가까웠다.
낮에는 숨을 참고 일하다가,
밤에는 숨을 쉬러 가는 느낌이었다.
코메다에서의 하루는 길었다. 아침부터 시작해서 아홉 시간을 채우고 나오면
이미 지쳐 있어야 정상인데, 나는 집으로 가지 않았다.
밥을 먹어도 됐고, 어딘가에 앉아 쉬어도 됐는데, 그냥 매장으로 갔다.
오피스에 앉아,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코메다에서 있었던 일들을 꺼내놓고 특별할 것 없는 일상 이야기를 나눴다.
돌아서면 금방 잊힐 것 같은, 가벼운 이야기들.
지금 생각해보면, 그게 내가 쉬던 방식이었다.
나는 늘 출근보다 두 시간 먼저 도착했다. 일 때문이 아니라,
거기 있고 싶어서였다.
내가 말도 안 되는 일본어를 내뱉으면, 일본 직원들이 단어를 짚어줬다.
“아, 그거 말하고 싶은 거지?”
나는 “아 맞아, 그거!” 하고 다시 말했다.
그리고 그날 틀린 단어를 적어두고, 다음 날 또 틀리면서 다시 썼다.
책으로 배우는 일본어는 머리에서 맴돌았고, 사람 사이에서 배우는 일본어는 입 밖으로 나왔다.
나는 그렇게 배웠다.
쉬는 날에도 매장에 갔다. 일 때문이 아니라,
그 공간은 이상하게 나를 계속 붙잡았다. 그렇게 쌓인 시간들이 나를 바꾸고 있었다.
낯선 이방인이었던 나는,
어느 순간 그곳에서
낯설지 않은 사람이 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