킷사는 하나가 아니었다

제5장 - 내가 나눈 7가지 킷사의 지형도

by 홍다정

킷사는 하나의 스타일이 아니었다.

시대마다 사람들이 동경했던 감정이 쌓여 만들어진 공간이었다.


각기 다른 시대가 품었던 동경이 층층이 쌓여 하나의 지층이 된 것 같았다. 나는 그 지층을 일곱 가지로 나누어 보았다.


클래식 킷사

호텔 레트로 킷사

유럽 동경 킷사

재즈 킷사

쇼와 가정킷사

상점가 레트로 킷사

카페레스토랑 킷사


클래식킷사

가장 전형적인 형태의 킷사다.

어두운 월넛 톤, 낮은 조도, 스테인드글라스 조명.

빛이 많이 들어오지 않는 구조라 자연스럽게

바깥과 분리되는 느낌이 있었다.


커피도 빠르게 나오기보다는 천천히, 기다리는 시간이 포함된 방식이었다.

그래서인지 이곳에서는 나와 커피만 남겨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조용하고 묵직한, 도시 속에 숨어 있는 공간 같았다.

직접촬영. 喫茶木馬(킷사 모쿠바)

이곳에서는,

음식보다 커피가 더 중심에 있는 느낌이었다.

실제로 내가 경험해 본 클래식 킷사들은 식사보다는

커피나 디저트 같은 가벼운 메뉴가 대부분이었다.

킷사는 전체적으로 메뉴 구성이 비슷해 보이지만, 자세히 보면 그 안에서도 중심이 조금씩 다르다.


커피를 중심으로 하는 곳,

디저트와 드링크가 중심인 곳,
식사가 있어도 토스트 정도로 간단한 곳,
아예 다양한 식사류를 함께 파는 곳까지.


그중에서도 클래식 킷사는

커피, 많게는 커피와 디저트 정도로만 구성된 곳이 많다고 느꼈다.


기름을 다루지 않는 메뉴가 많아 전체적으로 깔끔하고 정리된 느낌이었고, 조용한 분위기도 자연스럽게 유지되고 있었다.


요리를 할 때 소스를 오래 졸이면 색이 짙어지면서 맛도 같이 무거워진다.

클래식 킷사의 짙은 월넛 테이블이 딱 그런 느낌이었다.


하얀 접시 위에서는 평범해 보이던 것도

이 어두운 나무 위에 올라가는 순간,

괜히 더 진해 보인다.


진짜 그런 건지는 모르겠지만,어쨌든 그렇게 느껴졌다. 입에 닿는 순간, 그 무게감이 더 또렷해졌다.

직접 촬영. 喫茶ビクター(킷사비쿠타)

스테인드글라스도 비슷했다.

빛을 밝히기보다는 한 번 걸러내는 느낌.

쨍하게 들어오는 빛이 아니라

조금 눌린 채 들어오는 빛.

그 안에 있으면 공간이 더 조용해지고,
시간도 느리게 흐르는 것처럼 느껴졌다.


이 안에서는 먹는 감각도 조금 달라졌다.

급하게 넘기기보다는 한 번 더 씹게 되고,

푸딩을 숟가락으로 찌를 때 느껴지는
그 ‘서걱’한 느낌도 괜히 더 또렷하게 느껴졌다.


가벼운 음식보다는 조금 밀도 있는 음식이 더 잘 어울리는 공간.


이곳에서는 맛을 레시피로 설명하기보다 공간으로 먼저 느끼게 된다. 이곳의 음식이 묵직하게 느껴지는 건

조리법 때문만은 아니었다.


공간이 먼저 그 맛을 그렇게 만들어버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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