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장거리 연애, 지구력 게임

by 박유월

순간 0.5초의 정적.

그 무안의 공기를 파열하고 나오는

나의 위로는 벌게진 그의 열기를 가라앉혀 주었다.




"아이고, 참 고맙네요. 그런가요? 하하"




참고로 나는 글래머가 아니다.

그렇게 대단하게 아름다운 여성들이 공존하는 현대사회에서 대단하게 예쁠 것도, 내세울 것도 없기에 단지 연애 좀 해보겠다고 소개팅에 나온 직장인 여성 A일 뿐인 것이다.




하지만 그의 언어를 단지 희롱으로 들을 법할 만큼 단순하게 사고하지는 않았던 것 같다.




사람을 알아가는 데에 너무나도 짧은 한 시간.




그 대화의 시간에서 건너 본 그의 모습은 여느 사람들처럼 일이나 학벌 등 시시콜콜한 대화를 한 것은 마찬가지였지만, 그 대화 속에 가리어진 순수하거나 앳된 모습들이 있었다.

마치 좋아하는 소녀 앞에서 얼굴을 붉히는 소년의 모습.




헤어지기 전에 불-쑥 마음이 나온 거야.




그래서 더러워 보이지 않았던 것일까?




우리는 카페 밖에서 짧게 인사를 나누고 헤어졌다.

유유히 걸어 나가는 내 발걸음 옆으로 지나가는 하얀색 산타페가 나를 쫓아보듯 지나가는 것 같았다.





우리 또 보나요?




그는 단도직입적인 사람이었다.

직선적인 그 한마디에 관계는 쭉 이어졌고, 사귀는 일이야 금세 따놓은 당상이었다.




더불어,

그는 고지식한 사람이었다.

장거리 연애를 하면서 그는 자신이 높은 학벌과 똑똑한 두뇌, 자기 일에서 완벽주의적 성향을 가진, 굉장히 계획적인 사람임을 줄곧 연락과 전화를 하면서 필하였고, 나는 '그가 나와 굉장히 여러모로 다르구나' 어림짐작 느낄 뿐이었다.




그래도 사랑이 있어서 좋았다.

몇 번의 만남은 찬바람이 에는 어느 가을날부터 시작해 코가 시리게 그를 기다리는 겨울 되는지도 모른 채 마음만 뜨겁게 애가 닳아 그가 오는 날만 기다리고 있었다.




하지만 그 사랑은 너무 어려웠다.




그가 왔다 간 날에는

사슴(나)은 늘 늑대(그)에게 잡아먹히는 꿈을 꿨다.

데이트가 끝나고 그를 보낸 후면 난 충분히 잠을 자도, 아침에는 늘 못 일어나서 출근할 때

축난 몸을 겨우 일으키곤 했다.

반면 그는 사우나를 한 듯 땀을 뻘뻘 흘리며 새벽잠을 자기 일쑤였고, 아침이면 가벼워 보이는 얼굴로 홀연히 그의 보금자리로 돌아갔다.

그가 가고 나면 나는 쓰러지듯 소파에 나뒹구러 져 기절하듯 잠들거나 미친 듯이 식욕이 올라 폭식을 하곤 했다.




우리는 마치 맞지 않은 퍼즐조각처럼 자주 다투었다.

아, 만나지 않고 다툰다는 건 얼마나 더욱 곤란한 심리전인가.

우리는 일상에서도 늘 얼마나 서로가 더욱 사랑하는지 사랑쟁탈전이라도 하는 듯 문자 한마디에도 입다툼이 터져 날을 세우며 열을 올리거나 몇 날 며칠 연락하지 않기도 했다.




막힌 사랑의 혈관 앞에선 진정한 화해도 할 수 없었다.

누구 하나가 다시 다가가도 우리는 다시금, 팽팽하게 기싸움을 하며 아슬아슬 외줄을 타는 연애를 이어갔다.




매일이 소모전이었다.




결국 누가 먼저 지치는가 지구력 게임.




멈추지 않는 사랑의 지구력 게임에서

과연 누가 먼저 졌을까?




KakaoTalk_20250921_111117264.jpg 유난히 추웠던 겨울인걸 조금은 늦게 알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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