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망해도 성공하고, 성공해도 망하는 방법

그릇 키우기

by 오인환

책을 읽다보면 따로 메모를 하지 않는다. 스마트폰 '전원 버튼' 두번 클릭으로 빠르게 카메라앱을 실행한다. 그 자리에서 촬영한다. 잊혀질 것 같은 좋은 생각이나 아이디어는 녹음이나 받아쓰기로 엉성하게 기록하긴 한다. 기록이 쌓이면 어린시절 사진첩 들여다 보듯, 사진을 넘겨보며 읽던 책을 곱씹을 수 있다. 찍어 놓은 사진 중 '나는 거의 나이 들지 않는다'라는 사진의 그래프가 있다.

그래프 왼쪽 상단에는 '1880년~2015년 동안 전 지구의 연평균 기온'이라는 그래프도 있다. 두 그래프는 묘한 공통점이 있다. 산업혁명 이후 지구 연평균 기온은 꾸준히 올랐다. 마찬가지로 나이도 멈추지 않고 올라가는 것이 뻔하다. 다만 두 그래프는 멈춰진 시간처럼 고정되어 있다.

환경 분야에서 1도의 10분의 몇 정도도 아주 중대한 변화를 만든다. 기후 전문가들의 말에 따르면 지구 평균기온이 2도가 올라도 재앙을 맞이한다고 한다. 그러나 그래프는 평온하다.

'나이'를 나타낸 그래프의 시작점은 내가 태어난 시작점과 근접하다. 끝점은 현재와 근접하다. 태어나고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나이 변화도 이처럼 출렁거림이 없다.

그래프는 얼마나 우리를 눈속임 할 수 있는가를 말하는 예시다. 그래프의 문제는 수직축이다. 수직축을 확대하면 변화를 찾는 것은 불가능하다. 기만일 수 있는 이런 눈속임은 거짓일까. 그럴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 있다. 실제로 5천만년 전 지구 평균 기온은 지금보다 15도나 높았다. 지구 기온은 꽤 출렁거림이 심한편이고 이 과정에서 각 기후 맞는 생물종이 번영하기도 하고, 쇠퇴하기도 한다. 기후변화는 '지구'를 위한 선택이 아니다. 단순히 '인간'을 위한 선택이다. 우리에게 맞는 기후가 왔다가면, 다음에는 다음 기후에 맞는 생물종이 번영하고 지는 것이다. 실제로 기후 변화는 서유럽과 미국, 동아시아에는 재앙이지만 러시아나 캐나다와 같은 일부 국가에서는 되려 기회이기도 하다. 전세계가 고심하고 있는 기후변화 조차 생각에 따라 별일 아니다. 수직축을 기하급수적으로 늘려, 인간존재를 초월해 버리는 것이다. '기후변화야 어찌됐건 알바 아니다.라는 것을 말하는 것이 아니다. 아주 커다란 흐름도 '더 아주 커다란 흐름' 앞에서는 출렁이지 조차 못한다는 것을 비유적으로 하는 말이다.

외부적인 상황이 나를 흔들만큼 커다란 상황일 때는 생각해본다. 그 상황에 휩쌓인 좁은 시선에서 벗어나 기간을 10년 100년 1000년으로 확대하고 시각을 내 두 눈에서 머리 위로, 구름위로 확대해보는 것이다. 그러면 세상 별일이 다 있어도 별일 아니다. 내가 있는 자리에서 발버둥쳐도 획기적으로 변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그럴때는 받아들여야 한다. 받아드리는 방법은 다양하겠지만, 시각을 획기적으로 늘려서 수직축을 키우는 것이다. 그러면 모든 일이 다 별일 아니다.

받아드릴 수 밖에 없는 일들은 이렇게 받아드리면 된다. 다만 모든 것을 받아드리기만 해서는 안된다. 자신이 할 수 있는 일들을 해보는 것은 중요하다. 이때도 이런 시각을 갖는 것은 꽤 도움된다. 스노우볼 효과라고 있다. 눈덩이가 눈밭에서 구르면, 점점 더 커지는 일이다. 대부분 사람은 '스노우볼 효과'를 두려워 한다. 복리로 커지는 스노우볼이 언젠가 감당하지 못할 만큼 커져서 자신을 삼킬 것 같기 때문이다. 스노우볼 효과는 대부분 장기투자자들이 좋아하는 말인데, 이 말을 많은 사람들이 이미 알고 있으면서 실행하지는 못한다. 머리로 아는 것과 감정은 분명 다르기 때문이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그릇을 가지고 있다. 아무리 넘치는 것을 퍼줘도, 언젠가 자신의 그릇 크기 만큼만 담아간다.

로또 1등을 했던 사람이 얼마 뒤에 도박빚에 허덕이거나, 졸딱 망했던 사업가가 얼마 뒤, 재기에 성공하는 것처럼 말이다. 수직축은 인간의 그릇이다. 신이 얼마나 많은 것을 퍼주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얼마를 펴주든 그것을 모두 포용할 수 있는 그릇을 키우는 일이다. 큰 돈, 큰 기회, 큰 역할. 이런 것들은 분명 좋은 것임에도 사람들은 무의식의 두려움에서 그것을 거부한다. 고로 시선을 넓혀 더 넓게 보고, 넓게 담아보는 그릇을 키우는 것이 1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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