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지가 팔자가 좋으면 동냥이 잘 되는 거고, 왕자가 팔자가 안 좋으면 왕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동국대에서 철학와 불교학을 졸업하고 성균관에서 동양철학 석사를 받은 '자현 스님'은 노력이 결코 복을 이길 수 없다고 말했다. 비슷한 이야기를 가수 '故신해철' 님도 한 적 있다. 그 또한 서강대에서 철학을 공부했던 인물이다. 故신해철 님과 자현스님의 차이라면 자현스님은 '복'을, 故신해철 님은 '운'을 말씀하셨다. 복이든 운이든, 모두 노력은 넘어서지 못할 것이라고 그들은 말했다. 팀 마샬은 '지리의 힘'에서 지정학 위치가 국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이야기 했다. 지정학적 운명은 쉽게 말해 벗어날 수 없는 힘이다. 그것은 노력이나 성실함으로 얻을 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그저 환경에 의해 정해져 버린 것이다. 세상은 원래 불공평한 것이다. 우주에는 뜨거운 곳과 차가운 곳이 있고 볼록한 곳과 오목한 곳이 있다. 노력여하로 모든 것이 정해진다고 보기에, 우주는 평평하지 않다. 우주에서 불평등하다는 것은 어쩌면 가장 자연스러운 말이다. 사회주의가 자본주의에 패배한 까닭도 자연 이치를 거스르는 이상적인 체제였기 때문이다. 재레드 다이아몬드의 역작, '총균쇠'에서도 문명의 발전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설명한다.
"당신네 백인들은 그렇게 많은 화물을 발전시켜 뉴기니까지 가져왔는데 어째서 우리 흑인들은 그런 화물을 만들지 못하는 겁니까?"
뉴기니 얄리가 던진 질문이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 저자는 역사를 거슬러 올라간다. 결국 문명간에 불평등이 존재하는 이유는 후천적 원인보다 선천적 원인이 더 많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그것을 '환경적 차이'라고 그는 말했다. 거주하는 곳이 북반구 유라시아 대륙의 적당한 위도에 있게 된 '운'. 그것으로 이들은 가축화와 작물화가 쉬웠고 식량 생산에 유리했으며 확산과 이동 속도가 빨랐다. 유량이 풍부하고 총, 균, 쇠를 발전할 수 있는 주도적인 위치를 선점할 수 있었다. 그것은 노력보다 '환경'의 영향이다. 갈라파고스 군도의 핀치새를 보며 자연선택설을 주장했던 다윈도 이를 뒷받침한다. 자연을 극복하며 번영하는 것보다 자연에 적합한 이들이 번영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스스로의 능력보다 '환경'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주어진 '환경'을 어떻게 받아드려야 하는가.
예전 프로젝트 '님'이라는 다큐멘터리가 있었다. 다큐멘터리는 평범한 침팬지를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는 천재 침팬지로 길러내는 실험이었다. 이 실험에서 침팬지를 성장 시켰던 것은 '침팬지'의 노력과 능력이 아니었다. 실험자들은 일반적인 침팬지 선정했고 점차 환경을 변화 시켰다. 최초에는 정해진 선을 지나면 사과 한 조각을 주었다. 나중에는 버튼을 누르면... 문제를 풀면... 식으로 그 환경을 바꾸었다. 점차 환경에 적응한 침팬지는 결국 인간의 언어를 이해하고 간단한 소통을 할 수 있는 천재 침팬지로 길러졌다. 이 말이 '노력'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 노력보다 중요한 것은 '환경' 즉, 운과 복이다. 신해철 님과 자현 스님이 말한 '운'과 '복'은 둘 다 같은 속성을 지닌다. 둘 다 외부적인 환경이라는 것이다. 단 이 둘에는 무시 못할 차이가 있다. 운은 자연이 우연하게 주는 것이고, 복은 스스로 짓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이렇다. 길을 가다가 돈을 주었다면 운이 좋은 것이고, 평소 도움을 주던 상대가 나의 위기 상황에 도와준다면 복을 지은 것이다. 운이라는 것은 기다리다보면 적당한 기회를 만난다. 복은 다르다. 복은 직접 경험하고 실천해야 한다. 복과 운 중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가를 따지고 들어야 할까. 그렇지 않다. 비타민과 무기질 중에서 무엇이 더 중요한가. 더 건강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 둘 중 무엇을 먹어야 하는가. 이 질문은 크게 잘못됐다. 둘 다 건강한 사람이 되기 위한 필수요소라면 그 순위를 정할 것이 아니라, 그 둘을 모두 취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노력보다 중요한 '운'과 '복'이 좋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생각해보면 그렇다. '복'은 능동적으로 얻을 수 있고, '운'은 수동적으로 얻을 수 있다. 다시말하면 복을 지으며 운을 기다리는 것이 중요하다. 때로 어떤 결과는 노력하지 않아도 얻게 되기도 한다. 다만 앞서 말한 비타민과 무기질처럼 '노력'도 있다면 좋은 일이다. 고로 복을 짓고 노력하며 운이 들어오는 때를 기다린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