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사소한 차이_성장감은 언제 느껴지나

by 오인환

며칠전부터 목이 따끔거리고 눈이 뻑뻑하더니 콧물이 난다. 남들은 날이 따뜻해서 덥다고 하는데 으슬으슬 춥다. 전기선을 뽑아버리면 전원이 '뻑'하고 나가는 컴퓨터같은 시간을 보냈다. 찌릿찌릿 오한이 살갗과 근육을 뚫고 뼈까지 닿는다. 바늘로 콕콕 찌르는 전기 통증은 온몸 여기 저기 온다. 약국에서 간단한 약을 구입하고 돌아왔다. 일과를 마친 시간은 오후 10시 40분. 집으로 돌아와서 옷도 갈아 입지 않고 글을 쓴다.

당연히 할 수 있을 때 하는 것에는 성장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이게 가능한가...' 그 벽을 넘어서면 그때서야 성장감을 느낀다.

바벨을 더이상 가슴 위로 올리기 힘들다 느껴지는 그 지점. 힘이 쭉 빠져버리며 포기하고 싶은 그 지점을 운동에서는 '스티킹 포인트'라고 한다. 대게 근력 운동에서 '스티킹 포인트'는 중요하다. 스티킹 포인트를 넘어서는 그 순간부터가 성장이기 때문이다. 무하마드 알리에게 기자가 '윗몸 일으키기'를 몇 개나 하나고 물자, 알리는 모른다고 말했다.

"나는 아플 때 부터 숫자를 센다."

성장은 한계를 깨는 순간부터 한다. 99cm는 한번도 도달해보지 못한 1cm를 성장해야 100cm가 된다. 넘어보지 못하면 성장하지 못한다.

아마 지금 쓰는 글은 11시 정각에 업로드가 될 것이다. 20분 간 글을 쓰는 습관을 오늘도 유지할 것이다. 20분간 글을 쓰면 간단한 샤워를 하고 잠을 잘 것이다. 잠에 들면 오래 자고 싶어도 6시 전에 눈이 떠질 것이다. 그러지 않으려고 해도 그렇게 될 것이다. 최근에는 읽고 싶은 책들을 산더미처럼 쌓아두고 읽지를 못했다. 바쁜 일정과 좋지 못한 컨디션 때문이다.

팔굽혀 펴기를 하면 누구나 팔이 후들 거리는 순간에 도달한다. 개인마다 차이는 있지만 후들거리는 구간은 언제나 존재한다. 한 개를 하고도 후들거릴 수도 있고 100개를 한 뒤에서야 후들 거릴 수도 있다. 기존에 몇 개를 했는지와 상관없이, 겨우 넘을 수 있는 그 '스티킹 포인트' 부터가 성장이다. 겨우 하나를 더 들어올릴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르는 그 순간의 '하나'부터가 성장이다. 겨우 그것을 들어 올리면 다음 스티킹 포인트는 그만큼 높아진다.

조금 더럽고 지저분한 이야기지만 사람들은 결코 죽을 때까지 남들과 공유하지 않는 자신만의 시간과 기억을 갖고 있다. 가령 발톱을 자르는 이야기라던지, 큰 볼일을 보고 뒷처리를 하는 방식이라던지, 코와 목구멍에 간신히 매달려 있는 끈적한 콧물가래를 삼키거나 뱉는 노하우라던지. 아주 원초적이거나 지저분하거나 성적인 것들은 죽을 때까지 남들과 공유하지 않고 죽는다. 고로 남들도 비슷하겠거니 생각했던 어떤 부분에 있어서는 근본부터 다를 때가 있다.

남자 화장실 소변기가 자동으로 작동한다거나, 변기 가운데 파리 스티커가 붙어 있다거나 음식점에서는 변기에 얼음이 가득차 있다는 사실을 여자들은 모른다. 반대로 여자 화장실에 있다는 '매너벨'의 존재를 남자들은 모른다. 제주도에서는 제사나 명절을 지낼 때, 롤케이크와 환타가 올라간다는 사실을 외지인들은 모른다. 원래 그렇다. 인간은 굳이 말할 필요도 없고 기회도 없는 그런 것들은 대화 주제로 삼지 않는다. 귀지를 파는 주기, 손발톱을 자르는 주기, 엄지 발가락이 구멍난 양말을 숨기는 노하우 등. 그런 사소하고 찌질한 이야기는 대화주제가 되지 못한다.

그런 사소한 것들은 사소하지만 따지고 보면 인생의 꽤 많은 시간을 차지 한다. 고로 누군가가 봤을 때, 분명 같은 열정을 갖고 있어도 되는 사람과 되지 않는 사람이 있다. 상대도 분명 나와 같을 거라는 표면적인 공감만 하기 때문이다. 다만 분명 무언가가 다르다. 당연히 할 수 있을 때 하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나를 다음 단계로 성장시키는 것은 '당연히 할 수 없을 때' 그럼에도 진행 했을 때다.

사소한 기억이지만 '그럼에도 했다'는 것은 다른 무언가를 할 때에도 반드시 상기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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