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인환 씨 맞으시죠?"
이 이야기는 소설도 아니고 실제로 내가 겪은 이야기다.
카카오톡 해외 계정으로 난데없이 질문이 온 적 있다. "누구시죠?" 당시는 한국으로 귀국한지 꽤 지난 시점이었다. 상대는 이어서 계속 내 개인정보를 읊었다.
"XX년 생, 뉴질랜드 XX에서 일하셨었구요."
묻는 말에 대답은 없고 계속해서 상대는 질문을 했다.
"XX하고 친구이시고 지난 회사 사장님 이름은 XXX 맞죠?"
상대는 그 밖에 내가 다닌 학교, 직장, 거주 지역, 사용하던 전화번호까지 그대로 읊었다. 굉장히 무례하다는 생각을 했다. 분명한 것은 정말 친한 친구도 알지 못하는 정보를 그는 읊어댔다. "누구신지 말씀을 해주셔야죠!"
처음에는 친구의 장난일 거라고 생각했다.
아니다. 그 뒤로 그는 내 친구도 알지 못할..., 가족조차 할지 못할 정보를 술술 불었다. "XX 아세요?" 그녀가 마지막에 읊었던 이름은 내가 해외에서 잠시 한국어 괴외를 했을 때 알던 친구다.
친구라고 해봐야 연락한 기간을 길지 않았고 몇 번 식사를 하거나, 언어교환을 했던 것이 전부다.
기분 나쁘게 인사도 없이 남의 개인정보부터 읊어 대는 상대에게 불쾌했다. "묻지 마시고 XX에 대해서 아는 거 다 말하세요."
그때부터는 되려 무서운 생각이 들었다. 일단 XX이라는 친구에 대해 알지 못한다. 그녀는 언어 교환 목적으로 몇 번 만나고, 식사와 술자리 몇 번한 사이일 뿐이다. 다만 그녀는 가지고 있는 여권이 4개가 있었다. 영국, 뉴질랜드 뿐만아니라 그녀가 보여준 여권에는 한국 여권도 있었다. 한국 여권은 내가 가지고 있던 것과 같은 것이었다. 물론 그녀는 한국인은 아니었다. 당시 어떻게 그럴 수 있는지 궁금했다. 그녀는 굉장히 어린 나이였지만 아주 넓은 아파트를 혼자 사용하고 있었으며 아버지는 조금 복잡한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고 알고 있었다. 그것이 전부다. 내가 알고 있던...
해외에서 온 카카오톡 계정은 나의 이야기를 읊다가 이후에는 그녀의 이야기를 읊었다. 머리는 복잡하게 돌아갔다. '혹시 '국정원' 같은 건가.' 망상증 환자처럼 내 현실에 존재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의심을 하게 됐다. '무슨 정보기관에서 나에 대해 뒷조사를 하고 있는건가.' 조현병 환자들이 하는 고민의 종류다. 정보기관에서 자신을 뒷조사하고 음모를 꾸민다는... 내가 정상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건 카카오톡은 '망상'이 아니라, 현실로 내 앞에 대화하는 상대다.
상대는 나의 정보를 술술 더 읊었다. 생년월일을 비롯해, 제주 출신이라는 점과 이메일 주소 등도 모두 읊었다. 자신에 대해서는 묻지 말고 XX친구에 대해서 아는대로만 말해달라고 한다. 그런 무례에 대답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 뒤로 그는 자신이 누구인지 말했다. 자신은 아들을 가진 어머니라고 했다. 자신의 아들이 XX을 만나고 있는데 그녀에 대해 소상히 알려달라는 것이 그녀의 주문이었다. 기분은 나빴지만 숨길 것도 없었다. 간단한 언어교환을 했던 사이였고 특별하게 생각나는 일은 없다고 했다. 그녀의 나이를 묻자. 나이를 알려드렸다. 그 외에 이것저것 질문했지만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대답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아는 것이 없어서다. 그것이 전부다.
며칠 뒤, 수 년만에 XX이 카카오톡 연락이 왔다. "What are you up to?" 잘지내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별생각 없이 오랫만에 온 그녀의 카톡에 의아하며서도 기쁘게 대답했다. 요즘 바쁘게 지내고 있다는 이야기와 한국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 했다. 갑자기 그녀는 물었다. "너 혹시 H씨 알지? 나에 대해서 뭐라고 했어?" 나는 H가 누군지 모른다. 그러나 떠올려보니, 지난 번 정체를 밝히지 않았던 누군가의 어머니라는 사람이 H일 것 같다고 생각했다. 솔직하게 말했다.
"말을 하다니? 무슨 말? 나이를 묻기에 답해줬어."라고 답했다. 그러자 그녀는 갑자기 이상한 말을 했다. "왜 나랑 같이 살았다는 말을 하고 다니는거야?"
그녀가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나는 그녀와 살기는 커녕 당시에는 돈이 없어 아르바이트를 하느라 사람을 만나지 못하던 시기다. 그녀를 본 것은 고작해봐야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그녀는 H와 대화를 했다고 말했다. "무슨 대화?" 내가 묻자, 그녀는 말했다. H는 내가 그녀와 동거를 했으며 그녀는 온통 거짓말을 했다고 말했다. 세상 태어나서 했던 경험 중 가장 황당한 경험 중 하나였다.
나는 그녀에게 말했다. "너 기억나? 너랑 나랑 서로 얼마나 안다고 나한테 그런 걸 따져? 너랑 나랑은 알고 지낸게 한 달 정도 뿐이고 실제 만난 것도 몇 번 되지도 않잖아. 갑자기 불쑥 카카오톡으로 둘이 뭐하는 거지?"
나는 다시 H라는 사람에게 따져 물었다. 우선 H가 어떻게 내 정보를 알았는지 물었다. 그녀는 말했다. "Facebook에서 찾아봤어요." 그 자리에서 내 페이스북을 들어가 보았다. 그녀가 말한대로 거기에는 이름, 전화번호, 가장친한 친구를 비롯해 모든 정보가 다 들어 있었다. 국정원이나 알법한 정보라는 것은 이미 내 스스로 모두 공개하고 있던 것이다. 그것을 바탕으로 아마 H는 나와 XX친구와의 이야기를 스스로 만들어 냈을 것이고 그것을 진실로 여기고 여기 저기 소문을 내고 다녔을 것이다. 이 이야기에 허무맹랑한 망상을 보탠 것은 그녀와 알고 지내던 내 전 직장동료다. 이미 한국으로 귀국한 사람이니 대충 지어 말해도 된다고 생각했던 모양인지, 이야기는 꽤 그럴싸하게 변형되어 있었다. 아니 뗀 굴둑에도 연기가 나는구나.. 연예인들의 찌라시 기사들의 출처를 대강짐작하고 나는 그날 부터 페이스북을 접었다. 그 밖에 이용하던 SNS를 모두 탈퇴하고 한동안은 카카오톡도 쓰지 않았다.
내가 경험했던 일화 중 너무 충격적인 사건이다. 그 뒤로 수 년이 지나고 독후감을 기록하는 용도로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시작했다. 그러나 다시금 그때의 충격이 기억에 남는다. 지금도 H가 누구인지 얼마든 찾아 볼 수 있다. 그녀가 했던 방식을 그대로 이용하면 말이다. 그녀는 실제로 평범한 아줌마였다. 그러나 그녀의 무례는 나에게 외상후스트레스 장애 같은 것을 남겼다. 고로... 사람은 항상 경솔하면 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