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느린 게 가장 빠르다' 예전에 무한도전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그 누구도 관심 갖지 않을 만큼 짧은 순간 지나간 말이 하나 있다. 초보 운전자를 가르치는 상황에서 옆 자리에 타고 있는 초보 운전자의 실수를 가리키며 방송인 유재석이 한 말이다. '원래 가장 느린 것이 가장 빠른 거예요. 괜찮아요' 아무리 인터넷 이곳저곳을 뒤져보아도 많은 사람들이 이 말을 스치고 지나갔는지 그 흔한 '짤'조차 존재하지 않는다.
'태극권'은 타 스포츠나 무술에 비해 가장 정적이고 느린 무술이다. 이런 느린 동작으로 수련을 하는 것 또한 이 무술의 강점이기도 하다. 이런 느린 동작의 수련의 목적은 아이러니하게도 빨라지기 위해서 이다. 이는 천천히 움직이며 몸의 움직임을 미세하게 관차라고 느끼고 연결시켜 긴 동작으로 만들어진다. 그 결과 몸에 익숙하게 된 동작이 힘을 쓰고자 할 때, 영민하게 반응하게 되는 전달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나의 저서 '촌스러워도 괜찮아'는 이런 '느림'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느리다는 것은 답답하고 바보 같아 보이기도 한다. 젊은 시절에는 '농부'보다 '사냥꾼'을 선호한다. 기민하게 움직이고 상대의 약점을 파악한 뒤 잽싸게 움직여 목표물의 숨통을 끊어내는 사냥꾼의 민첩함이 곧 전투력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인간의 문명에서 '사냥꾼'은 변방으로 몰려갔고, 문명의 중심은 농업국가의 차지가 되었다.
그렇다. 느린 것이 가장 빠른 것이다. '대기만성형'이라는 방송인 유재석이 했던 이야기라 그런지 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이 책은 속도를 늦출수록 탁월해지는 생각의 힘에 대해 이야기한다. 책에서는 얼마 전 나도 읽었던, 생 택쥐페리의 '어린 왕자'의 한 구절을 예로든다.
"너의 장미꽃이 그토록 소중한 것은 그 꽃을 위해 네가 공들인 시간 때문이야."
자신이 사랑을 하고 있던 장미꽃이 유일무이한 존재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은 어린 왕자에게 사막여우가 했던 말이다. 그것이 나에게 길들여지기 위해서는 일정기간의 시간이 분명히 필요하다. 시원하게 들이켠 물이 내 몸의 이곳저곳에 퍼져 들어가는 시간, 갓 지핀 온돌 바닥이 집 전체를 은은하게 데워주는 데는 분명히 일정 시간이 필요하다. 그것을 가다리지 못한다면 그 결과 값은 우리 안에 머물지 못하고 어디론가 사라지고 만다.
우리가 얻고 싶은 것들은 과연 무엇일까. 사회는 어떤 원리로 돌아가게 되는가. '돈, 사랑, 명예' 이런 것들이 나에게 와서 길들여질 시간이 충분하지 않다면 그것들은 안전하지 않은 보금자리를 떠나 자신을 안전하게 보호해주고 성장시켜줄 다른 보금자리로 떠날 것이다. 슬로싱 킹은 그것들이 온전히 나에게 스며들 시간적 여유를 말하고 있다. 한 아이가 말했다. '책을 뭐하러 읽어?' 그러자 답했다. '지식을 얻기 위해 읽지' 그러자 아이는 다시 물었다. '지식인에 검색해보면 되지' 이는 얼핏 맞는 이야기다. 책의 간단한 요약본이나 그 책을 일고서의 감상평은 당신이 이 글을 읽는 것처럼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사막여우가 말한 그 장미가 특별한 이유는 내가 그것과 함께 한 시간이 있기 때문이다. 결코 그것들은 배신하지 않는다. 얼핏 유튜브에 있는 영상만으로 태극권의 동작을 흉내 내 볼 수 있다. 하지만 앞서 말한 동작과 동작의 연결이라는 기민한 연결관계에 대한 깊은 이해가 없다면 이는 '흉내'에 그치지 않는다. 명품 포장백에 숨겨놓은 싸구려 가방을 '여자 친구'에게 선물한다는 설정은 유머 사이트에서 종종 확인된다.
명품가방으로 포장된 싸구려는 결코 명품이 될 수 없다. 그럴듯해 보이는 것들에 둘러싸여진 나의 지식과 행동은 과연 나를 얼마만큼이나 움직여 줄까. 멀리 가기 위해서는 나를 끌어줄 레커차가 아니라 언제든 뜨겁게 달뤄질 수 있는 엔진이 필요하다. 가장 느린 것이 가장 빠르다는 말은 결국 학창 시절 고개를 책상 위에 꼬라박고 일했던 공붓벌레들이 결국 세상을 움직이는 것과도 같은 이치다. 우리가 말하는 높으신 분들은 책 읽기를 좋아하고 사색과 명상을 좋아했다. 공부에 게으름이 없었다. 그 결과 느리다면 느리지만 빠르다면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세상의 기득권을 장악하고 있으며 그것에 느림의 미학의 반증이 되기도 한다.
'몰입'은 학습되는 과정이다. 우리가 무거운 바벨을 몇 차례 들어 옮기는 인 노동이지만, 그것을 반복하다 보면 그에 맞는 근육이 발달하게 된다. 그것은 더 이상 '노동'이 아니라' 운동'으로 변한다. 아무 이유 없이 뛰는 러닝 머신이나, 무거운 쇠덩이를 들었다 놨다 하는 일을 돈을 주고라도 배워야 하는 행위로 여기는 이쯤, 우리는 우리를 힘들게 하는 고통을 반복할수록 그것이 학습이 되고 그 학습이 나를 성장시킨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한 차례 성장을 하고 나면 당연히 최초 내가 노동이라고 생각했던 행위의 강도는 우스워진다. 현대인의 최대 죄악은 '스마트폰'이다. 스마트폰은 이곳저곳의 플랫폼을 옮겨 다니며 길게는 10분 짧게는 3~5분짜리 영상 및 글을 제공한다. 단 기간만 몰입하면 대략적인 원하는 정보를 학습할 수 있는 것을 얼핏 효율적이지만 그것은 결국 두뇌의 퇴화를 유발한다. 오죽하면 우리는 자동차로 하루 종일 이동을 하며 결국 약해진 체력을 돈을 주고 배우고 있는가.
우리가 하는 모든 행위는 학습이다. 당장의 체력을 안배하고 내일 더 멀리 가기 위해서는 잠시 앉아서 쉬는 것이 중요하다. 하지만 그것은 멀리 갈 수 있는 방법이 아니다. 체력이 소진될 만큼의 걷기를 매일 한 사람은 당장 오늘 가는 거리가 짧다고 하더라도 더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것이다. 핸드폰을 내려놓고 책을 들어 쥔 사람의 두뇌와 그 반대의 두뇌는 분명 다른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다. 단 한차례의 무거운 바벨을 들어보지 않아던 사람과 매일 30~70kg씩 무게를 증량해 가며 바벨을 들어 올린 사람 간의 근력 차를 바라보며 '왜 저렇게 비효율적으로 살지'를 말하는 사람은 없다. 우리가 말하는 효율은 장기적 비효율일 뿐이다. 뒤로 갈수록 탄력을 받는 복리 곡선처럼 장기적인 안목의 훈련은 결국 사람을 성장시킨다. 20대, 30대에 빠르게 성장하고 고소득 대기업에 취업하는 일보다 소중한 것은 느리지만 40~50이 되어 자산가로 성장하는 일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철학이 굉장히 마음에 든다.
예전에 아이를 하나 가르쳤을 때 그 아이는 모든 것을 질문했다. 질문이 좋은 것이라는 것을 대략적으로 알고 있는 아이에게 질문은 좋은 것이었다. 하지만 그 아이가 하는 질문은 '결코 슬로싱 킹이 아니었다.' 막히는 수학 문제를 보고 '이거 어떻게 푸는 거예요?'를 묻고, 해석을 하다 말고 '이 단어는 뜻이 뭐예요?' 이렇게 묻는 아이는 내가 그에 대한 대답을 해주고 나면 '아~'하더니 다음 문제로 넘어갔다. 그 밖에 다른 아이들도 그랬다. 문제를 풀다가 막히면 답지를 먼저 살펴보기도 하고 다시 앞부분의 설명 부분에서 자신이 막혔던 부분을 찾아봤다. 나는 아이에게 말했다. 문제를 풀 때, 그때마다 뜻이나 해결 방법을 묻는 건 학습이 아니라 모방일 뿐이라고 말이다.
지금도 학원가에서 아이들은 멋들어진 양복을 차려입고 혼자사 수월하게 문제를 풀어 재껴버리는 강사들을 바라보곤 한다.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고 그들이 풀어내는 학습 방법을 모방하기에 급급하지만, 헬스장 퍼스널 트레이너들은 결코 무거워하는 바벨의 무게를 대신 들어주지 않는다. 그것은 자신의 성장에 방해가 되는 일이다. 스스로 생각해보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뉴턴은 만유인력을 어떻게 발견했느냐의 질문에 '내내 그 생각만 했으니까'라고 대답했다고 한다. 어차피 답이나 해설지를 보면 '아 맞다!'하고 바로 깨우치는 수학 문제를 두고 10시간, 20시간을 고민하는 것은 효율적인 공부가 아니라고 생각이 들지도 모른다. 그것을 풀 시간에 다른 걸 하나 더 풀지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그 행위와 사고마저 학습된다. 어려운 것은 남에게 맡겨버리고 나는 쉬운 거나 더 많이 하겠다는 바보 같은 착각 말이다.
사회는 고차원적인 일을 해결하는 사람에게 더 많은 소득을 안겨준다. 누구나 할 수 있는 일 따위에게 고소득을 넘겨주지 않는다. 그렇게 쉽게 학습하는 방법만 터득한 이는 사회에서 남을 위해 더 고차원적인 일을 생각해내는 사람이 아닌, 남에게 고차원적인 일을 비싸가 맡겨두고 자신은 간단한 반복 작업만 하겠다는 의지나 다름없다. 우리가 의사와 변호사에게 사건과 진료를 맡기는 이유는 그것이 내가 처리하기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남이 하기 어려운 일을 맡을수록 소득은 올라가고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아지게 된다. 그것은 단순한 수요 공급의 경제 원리에도 적용된다. 사랑에도 적용이 되고 관계와 명예 등에도 적용된다. 그런 것이 적용되지 않는 것들이 어디에 있느냐 말이다. 더 고차원적인 문제를 골똘하게 생각해보는 일들... 피하지 말고 당당히 맞서 시간과의 싸움에 이길 수 있는 이들을 길러내는 것이 천재적인 인재가 기르는 방법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