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발] 천금의 어록: 이건희의 말

by 오인환

빌 게이츠가 독서를 좋아한다는 사실은 너무나도 유명한 사실이다. 빌 게이츠가 누군가의 책을 읽고 감상평을 블로그에 올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난 뒤부터 나도 책을 읽으면 독후감을 블로그에 올리기 시작했다. 그때쯤, 혼자서 그런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다. '빌 게이츠 쯤되면, 웬만한 작가들보다 견문도 많고 사회적 위치도 높을 텐데, 세상에서 그렇게 잘난 사람이 왜 자신보다 성취하지 못한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거지?' 하는 생각 말이다. 빌 게이츠는 지금도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해 독후감을 쓰며 자신의 견문을 넓힌다. 세계 제일의 부자 순위에서 업치락 뒤치락하며 1위를 주고받고 하는 그도 항상 공부하고 겸손하다. 그렇다면 영화나 드라마에서 나오는 우리나라의 재벌의 이미지는 어떤가? 재벌들은 욕심의 상징이며 가난한 사람들을 깔보고 돈으로 모든 것을 해결하려 드는 세상 법보다 위에 있는 거칠 것 없는 존재들로 그려진다.

정치와 결탁하여 가난한 사람들의 돈을 착취하고 무시하며 돈을 허투루 사용하는데 거리낌 없는 그런 재벌의 이미지는 과연 맞는 것일까. 나는 아무래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삼성전자의 시가총액이 400조 원을 넘어 500조 원으로 뛰어오른다고 해도 재벌가들이 더 큰 부를 위해 더 많은 욕심을 부릴 것이라는 생각은 별로 들지 않는다. 이건희의 어록들처럼 그는 자신의 재산이 이제 10배가 오르던 100배가 오르던 큰 관심이 없을 것이다. 예전에 일론 머스크나 스티브 잡스들의 젊은 시절 인터뷰를 보자면 그들은 실제 돈을 위해 움직이는 사람들이 아니었다. 부자가 되어 돈을 많이 번다하더라도 그것을 거들먹거리며 돈만을 쫒는 사람도 아니다. 구두를 파는 사람이나 햄버거를 파는 사람, 스마트폰을 파는 사람, 농사물을 파는 사람 등, 우리가 어떤 산업의 종류를 막론하고 일정 규모가 지나가면 더 이상 산업의 종류는 상관이 없어진다. 모두 사람을 관리하고 돈을 관리하는 일이 되어버린다.

결국 제조사를 관리하던 경영인이 요식업의 최고 경영인이 되기도 하고, 자동차 제조회사의 경영인이 되기도 한다. 결국은 그런 위치다. 사람을 관리하고 돈의 흐름을 관리하는 일의 능력이 리더의 능력이다. 이는 경영인들에게만 해당되지 않는다. 정치를 비롯한 모든 집단에서 통용된다. 결국 파이를 키우고 보면 장사꾼이냐 정치인이냐를 따지지 않고 모두 '리더'들이다. '리더'는 당연히 많은 사람과 많은 돈의 최정점에서 그것들을 통솔한다. 그들에게 관리되는 돈과 사람이 많아지게 되고 당연히 많은 사람을 알게 되고 많은 돈을 사용하게 된다. 그것이 영향력 있는 사람이자 부자들의 만들어지는 원리인 것이다. 욕심이 덕지덕지 붙은 부자들의 모습은 '우리가 바라볼 수 있는 부자'들의 모습일 뿐 재벌의 모습은 아니다.

삼성은 실제로 말이 많은 기업이기도 하다. 해결해야 할 문제도 많고 욕을 먹기도 한다. 하지만 삼성의 규모가 그렇게 크다면 물론 경영진의 잘못을 이야기해야겠지만 모두 그들을 탓할 수만은 없다. 규모가 커다란 집단에서의 리더라 할지라도 그들 또한 우리와 같은 24시간을 사용하며 생활하고 우리와 같이 부모, 자녀를 가지고 있는 가정을 갖고 있으며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일 뿐이다. 다만, 우리가 생각하는 사소한 문제를 말 한마디, 결단 한 번이면 해결될 것을 질질 끌고 있느냐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들에게는 그만한 중요도의 결단이 수 십, 수 백 개가 겹겹이 쌓여 그들의 결재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정주영 회장의 현대를 좋아했지만, 지금의 현대를 별로 좋아하지는 않는다. 최근 코나 리콜 사태에서 했던 현대에 대한 실망뿐만 아니라, 현대는 여전 대한민국 1류 기업의 면모가 전혀 없어 보인다.

나는 지금 스마트폰, 시계, 노트북, 컴퓨터를 포함해 거의 대부분의 기기가 삼성전자의 기기들이다. 이는 삼성 전자의 기술력이 애플보다 우수하기 때문에 했던 결정들이 아니다. 애플 제품과 삼성제품을 모두 사용해봤던 사람으로서 보자면 애플의 기기에서 찾을 수 있는 강점들 중에 삼성이 부족한 부분이 아직도 존재하기는 한다. 하지만 삼성을 선택하는 이유는 고객 서비스 때문이다. 이런 내용과 철학이 이건희 회장의 어록에 그대로 스며들어가 있다. 나는 스티브 잡스보다는 이건희 회장을 조금 더 좋아한다. 그 이유는 아무래도 '삼성'이 '우리나라의 근현대' 속에서 피어난 꽃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근현대사는 정말 복잡하고도 다양한 문제를 갖은 사회를 만들어냈다. 또한 오랜 기간 개발도상국의 위치에서 제조사로서의 일종의 편견을 갖고 있었을 것이다. 애플보다 삼성이 해결해야 할 문제는 훨씬 더 복잡하고 많았을지도 모른다.

그저 돈 버는 요령만으로 삼성을 이 정도 위치로 올려놓을 수는 없다. 규모 있는 집단의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여러 사람들을 아우르기 위한 일정의 인문학과 역사의 이해나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 등이 필수일 것이다. 수 십 해가 지나면서, 독재정권을 거치고 IMF라는 국가적 위기를 거치는 동안에도 꿋꿋하게 자신의 위치를 성장시켜왔던 집단의 리더는 그 능력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 책에서 이건희 회장의 어록들을 살펴보자면 '상생'을 강조한다. 특히나 남의 발목을 잡지 말라는 이야기가 눈의 띈다. 남들이 걸어가던 뛰어가던 남의 발목을 잡지 말고 자신의 길이나 가라는 이야기는 굳이 기업 경영의 철학이 아니라 하더라도 경쟁사회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알려주는 바가 반드시 있다.

돌다리를 두드리지 말고 그냥 건너가라는 그의 이야기 또한 매력 있는 어록이다. 일단 건너가 보라는 이야기다. 일단 위험을 각오하고 걸어가 보고 시행착오를 몇 번 겪은 뒤, 수정하면 더 완전한 세상으로 넘어간다는 이야기다. 많은 이들이 돌다리를 하나하나 두드리며 한 발자국을 건너는 동안, 발목까지 물에 젖을 각오를 하더라도 성큼성큼 건나 목적지로 건너가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그의 이야기에서 그의 인생의 가치가 역시나 실행력에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실행력은 막가파식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어 영화를 여러 각도에서 보며 입체적인 생각을 하는 것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을 보면 꼭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나 또한 영화를 볼 때, 여러 각도에서 보는 것을 즐긴다. 한 영화를 수 십, 수 백번 돌려보며, 감독의 각도에서도 영화를 바라보고 주인공의 시선에서, 악당의 시선에서, 조연들의 시선에서, 배우들의 시선에서 영화를 여러 차례 돌려본다. 또한 이 영화를 바라볼 또 다른 관객들의 시선 등 여러 시선으로 영화를 보는 것은 결국 그거 말하는 것처럼 입체적으로 생각하는 사고의 틀이 만들어지는 듯하다.

앞서 말한 대로 그는 돈과 사람을 관리하는 사람이다. 즉, 인재를 소중히 여겼다. 이는 삼국지의 조조를 생각나게 하였다. 그의 어록에는 이런 말이 있다. '인재는 데려오지 말고 모셔와라'라는 말이다. 내부적인 내용은 잘 모르겠으나, '권오현 회장'이 미국에 있을 때, 그를 모셔오기 위해 삼성 전자했던 제스처들을 보다 보면 과연 그들이 어떻게 일류기업이 되었는지를 알 수 있게 했다. 우리나라는 인재가 넘치는 나라이다. 하지만 수요공급에 의해 그들 인재들은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도 못한다. 기껏 하여 토익 고득점과 해외연수 그리고 다양한 자격증과 경험을 갖고 있는 인재를 소모품처럼 대하며 그들의 피를 빨아먹으려 드는 중소기업들이 많다. 그런 작은 부자들에게 이건희는 일침을 놓는 듯하다.

책은 가타부타 이야기 없이 깔끔하게 이건희의 어록만 모아두었다. 읽으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것이 독서의 힘이구나. 하는 생각 말이다. 대한민국을 움직이던 경영진들을 모아놓고 했던 초일류기업의 회의 중 회장의 이야기를 아이를 유치원 보낸 뒤 소파에 앉아 편안한 자세로 들을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것 말이다. 심지어 그들이 단 한번 들을 수 있던 이야기를 책꽂이에 꽂아두고 필요할 때마다 들어볼 수 있는 기회를 준다. 독서는 그래서 매우 중요하고도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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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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