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발_원서] 일단 시작하고, 나중에 완성하라.

by 오인환

언제 샀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묵혀두고 묵혀두었다가, 책의 측면이 노랗게 색이 바랜 이 책을 드디어 꺼내 읽었다. 원서는 같은 책이라고 하더라도 표지가 종이 재질이냐 혹은 딱딱한 재질이냐 등으로 바인딩 방식 등으로 구별되어 판매한다. 종이 재질로 되어 있는 표지는 조금 저렴한 편이다. 우리나라의 책들은 비교적 재질이 좋고 하드케이스로 일괄적인 편이다. 이런 부분은 아마 대외적으로 보이는 걸 중요시하고 '소유욕'을 충족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문화적 특성에 기반한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은 우리 스스로에게 '게으름뱅이'라는 꼬리표를 붙이지 말라고 말한다. 요건데 리오넬 메시는 자신이 슛을 차기 전, 자신이 언제쯤 슛을 해도 좋을지 팀 매니저에게 묻지 않는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일에 대해 원하는 상황이 오면 결단력을 갖게 되고 실천하게 되어 있다. 갑자기 어느 날 아침 축구 선수 메시에게 발레를 배워볼 생각이 없냐고 물어본다면 분명 그는 결단하지 못할 것이다. 우리가 미루거나 고민하거나 결정하지 못하는 것은 잘 알지 못하는 부분에 대한 불안감 때문이지, 우리가 그런 유전자를 갖고 태어났기 때문을 의미하지 않는다. 꼬리표를 붙이는 행위는 스스로를 그렇게 결정 지어 버린다. 우리는 그렇게 태어나지 않았다. 실천 못하는 사람들에게 '우리는 그런 사람들이 아니니, 스스로 그렇게 단정하지 마세요'라고 친절한 메시지를 책의 첫 장에 써둔다.

일을 미루는 많은 사람들은 선택 장애를 함께 갖고 있다. 선택을 못하는 일은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고 싶지 않을 때 발생한다. 어떤 결과라도 겸허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 때 우리는 과감하게 선택한다. 페이스북의 창업자 주커 마크 버그와 스티브 잡스는 그들의 상징이라고 불릴 같은 옷을 입는다. 그들이 같은 옷을 입는 이유는 하루에 내려야 할 결정의 피곤도를 줄이기 위해서 말이다. 하루에 루틴을 정하고 일상에서의 결정의 피곤도를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 매일 같은 옷을 입거나, 자동차 열쇠나 지갑을 같은 곳에 두는 것도 중요하다. 일주일의 계획을 미리 짜두는 것도 중요하다. 너무 많은 결정을 해야 하는 것은 아무것도 선택하지 못하는 역설을 낳는다. 넷플릭스의 여러 드라마를 고르다가 결국 고르지 못하고 잠에 드는 것처럼 결정의 피곤도를 줄인다면 망설임 없이 시작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아질지도 모른다.

또한 우리가 더 완벽함을 위해 준비기간을 갖는 것 또한 문제이다. 그 부분은 책의 제목의 대표한다. 'Start now, Get perfect later' 지금 시작하고, 나중에 완성해라. 무언가를 하는 일에 있어 '완성'은 항상 차후의 문제이다. 무언가를 하는 것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작'하는 것이다. 미루는 행위는 완전함을 위한 준비 운동과 같다. 하지만 모든 신호가 파란불이 되면 운전을 하겠다는 마음 가짐과 같이, 완전한 기회는 존재하지 않는다. 준비 운동 없어도 시작은 얼마든지 할 수 있다. 하얀 도화지에 검은색 배경을 칠하려면 한 번의 완벽한 붓칠로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불완전한 수십수백 번을 덧칠하는 것으로 점점 더 완전한 검은색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밤에는 계획을 세우지 말고 휴식을 취하고 잊어버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날의 계획은 활동 전에 세우는 것이 가장 좋다. 또한 하나가 끝나고 나서야 다음 계획을 짜는 것이 좋다. 사람들은 보통 결정을 하지 못하거나 걱정을 하는 이유는 미래에 대한 과도한 부정적인 망상 때문이다. 가령. '~하면 어쩌지?' 하는 괜한 고민들은 내가 무엇을 할 때마다 망설이게 한다. 하지만 그러한 일은 가장 최악의 경우이다. 그런 최악의 경우를 매번 겪어보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런 최악을 가정하고 시작하지 못한다. 사실, 그렇다. 우리는 실제로 최악이 다가왔을 때, "그 거봐라!"라고 하는 미래를 맞췄다는 당최 알 수 없는 안도감을 가지려고 한다. 공부를 안 해서 걱정이 되던 아들이 망한 성적표를 가지고 돌아왔을 때 "그것 봐라. 공부 안 하니까 점수가 그렇지!"를 이야기한다.

자신이 가정이 맞았다는 헛된 안도감은 사실 현실에서는 최악의 비극이다. 그렇다면, 최악의 비극을 가정하지 말고 맞추지도 말아야 한다. 그러기 사실 그것을 맞출 가능성은 매우 낮다. 어쩌다 한 번 씩 맞아 들어가는 그런 비극적인 가정이 각인되다 보니, 자신의 마치 생각한 일들이 곧 일어날 것이라고 받아들일 뿐이다. 우리가 가정한 그런 비극은 결코 일어나지 않는다. 일어난다고 하더라도, 굳이 시작하기 전 그것을 먼저 떠올릴 필요는 없다. 그냥 시작하고, 서서히 최악에서, 차악으로, 차악에서 차선으로 차선에서 최선으로 궤도를 변경해 가면 그만일 것이다.

나는 이 책의 번역본이 나왔는지 몰랐는데 나중에 봤더니, '결정'이라는 우리나라 번역본이 이미 출간되어 있었다. 이 책은 저자가 거침없이 그의 본 말투를 글에서도 써두기도 하고 필터 되지 않는 용어들을 사용하기도 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번역이 어떻게 되었는지 궁금하다. 책을 읽으면서 상당 부분 내가 차용하고 있는 방식들이 많아 스스로 대견하기도 하기도 했다. 아마 같은 생각을 아직 못해 본 사람들에게는 꽤 유용한 사고방식을 제안한다. 내가 나중에 책을 쓴다면 이런 식의 '결정 장애를 벗어나는 법'에 관한 방식을 쓰고 싶었는데 제목부터 시작해서 내용까지 나쁘지 않았다. 다만, 한국어 번역본의 제목이 원서 제목에 미치지 못하는 듯해서 조금 그 부분이 아쉽기는 하다. '롭 무어'라는 인생 역전의 주인공의 이런 책을 읽으며 나의 지금과 비교해가며 힘을 얻기도 했다.

요즘 많이 의기소침되어 있었는데, 좋은 자극을 받은 듯했다. 참고로 원서를 읽을 때는 영어공부를 목적으로 읽는 것은 좋지 않다. 그저 영어라는 포장지로 싸여 있는 내용물에 대한 굉장한 호기심을 갖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어쨌건 지난번 읽었던 '영어 독서가 취미입니다.'라는 책을 읽은 후 완독(정독)했던 첫 번 째, 원서이다. 완독까지는 다른 한국어 책을 읽으면서 읽어서 그런지 3일 정도가 걸렸다. 하지만 완독까지 꽤 오래 거릴는 수준의 책은 아니다. 앞으로 영어, 일본어, 중국어, 한국어의 포장지를 가리지 않고 좋은 내용은 모조리 훑어보겠다는 마음으로 독서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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