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시작점보다 끝점: 100일_찬물샤워와 피제팅

by 오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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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부터 100일을 카운트하면 2024년 1월 1일이다. 누군가는 1월 1일에 신년계획을 시작하겠지만, 같은 날 나는 완료하기로 했다. 2024년은 새로운 습관을 하나를 정착하고 시작할 예정이다.

예전부터 궁금했던 것이 있다.

'찬물 샤워'다. 찬물샤워가 정신과 신체 건강에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넷을 찾아보니 누군가는 터무니 없다고 한다. 반대로 누군가는 효과가 있다고 말한다. 궁금했다. 앞으로 100일 찬물 샤워를 하기로 했다. 단순한 호기심으로 시작한 것만은 아니다. 그만한 이유도 있다. 여러해 전, 자기계발서를 읽고 새로운 습관을 들인 적 있다. '명상'이다. 방법은 간단했다. 가만히 호흡을 세는 것부터 시작했다. 이 습관을 처음 길들일 때, 주변인 중 하나가 물었다.

"그게 효과가 있어요? 그냥 심리적인 거 아닌가요?"

그녀는 '플라시보 효과'에 대해 말했다. 가짜약도 진짜약 같은 효과를 주는 건, 효과가 있다고 믿는 기대심리가 효과를 만들어내는 것이란다. 복용하는 약의 상당수가 '플라시보 효과'라고 그녀는 덧붙였다. 그녀의 말투는 공손하고 예의를 벗어나지 않았다. 다만 말이 담는 컨텐츠는 예의를 벗어나 있었다. 무언가 새로운 습관을 들이는 이에게 과학을 들이밀며 단정적으로 말하는 것이 그랬다. 그녀에게 묻고 싶었다. 시도해 본 적은 있는지 말이다. 그러나 묻지 않았다. 이유는 이렇다. 대화 중 나름의 정답을 찾았기 때문이다. 그녀의 말을 곱씹어봤다. '심리적인 것'이다. 그렇다. 그것이던, 이것이던, 효과가 있다면 정답이다. 자기계발의 일부는 오컬트적인 부분이 있다. '끌어당김의 법칙'이라던지, '찬물샤워', '미라클 모닝', '긍정확언' 등.

과학의 영역이라고 하기 모호한 것들이 자기계발의 분야에서 종교처럼 확산된다.

단순히 눈을 감고 숨이나 쉬는게 무슨 효과가 있나,

남들보다 그냥 일찍 일어나는 것이 무슨 효과가 있나,

차가운 물로 샤워하는 일따위가 무슨 효과가 있을 수 있나,

혼잣말로 중얼거리는 일따위가 무슨 효과가 있나,

망상증 환자처럼 이뤄지지 않은 일을 이뤄졌다고 믿는 것이 무슨 효과가 있나,

일부 사람들은 그렇게 자기계발을 위해 무언가라도 하는 이들을 바보 취급한다.

다만, 분명한 것은 그것들이 효과가 있건 없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보다는 낫다는 것이다. 그것이 '플라시보'의 효과이건, 무의식이건, 끌어당김의 법칙이건, 심리적인 것이건 어쨌건, 무언가를 하는 사람은 분명 효과를 본다.

20대 초반, 영어를 잘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영어 공부에 매진했다. 결과가 괜찮았다. 주변인 중 누군가가 나에게 물었다.

"어떻게 영어 공부했어?"

그의 질문은 자신이 모르는 기가막힌 '한방' 노하우를 찾는 것으로 보였다.

대답했다.

"미국 드라마 중에, '프렌즈'라고 있어. 그걸 여러 번 봤어."

그는 일러준 방식으로 영어를 공부했다. 그러나 얼마 뒤에 자신이 실패했다며 다른 방법을 물었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그래머 인 유즈"라는 문법책을 봤던 기억이 있었다. 그에게도 추천했다. 그러나 그는 역시나 실패했다.

나와 그의 차이는 무엇이 었을까? 정답을 내렸다. 정답은 '해내야겠다는 의지의 차이'였다. 누군가는 가장 쉽고 빠른 하나의 노하우를 찾아 시도해봤고, 누군가는 뭐가 되도 닥치는대로 해봤다는 것이 유일한 차이일 것이다.

그것은 방법의 문제가 아니었다. 시간을 돌이켜 내가 영어 공부를 하던 시기로 가보면 나는 그랬다. 미국 드라마를 돌려보기도 했다. 쉬운 문법책을 찾아보기도 했다. 도서관에서 영어로 된 만화책을 빌려보기도 했고, 영어로 일기를 쓰기도 했다. 간단한 메모를 영어로 하다. 일정표는 영어로 썼다. 일부러 누군가의 영문 필기체를 흉내내보기도 하고, 혼잣말도 영어로 바꿔 봤다. 뿐만 아니라, 잠을 잘 때는 영어로 된 음악이나, 영화를 틀어 놓고 이어폰을 귀에 꽂고 잠에 들었다. 단 하나의 방법이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것은 아니다. 그때는 나는 '영어를 잘하는 나의 모습'을 상상도 해보기도 하고, 론다 번의 끌어당김의 법칙도 철저하게 믿었다. 가끔 성당이나 교회에서 기도도 드려보고, 부처님, 알라신, 하나님 가리지 않고 부탁했다. 긍정확언이건, 미래 일기, 감사일기 쓰기 뭐든 닥치는 대로 시도했다. 무엇 단 하나의 이유라는 것은 없다. 그 열망이 단하나의 이유라면 이유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는 법이다. 목이 마르면 우물은 파게 되어 있다. 한 가지 방법으로 파는 사람은 닥치는대로 파는 사람을 이길 수 없다. 한가지 자세로만 파는 사람은 닥치는 대로 자세를 바꿔가며 파는 사람을 이기지 못한다. 갈증은 '수단'을 무력화 시킨다. 달려들게 한다. 고로 '결과'라는 것은 '해내야겠다'는 열망이 만드는 것이지, 과정이나 방법이 기가 막혀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다이어트의 방법 중 '피제팅'이라고 있다. 피제팅은 사소한 움직임을 쉬지 않고 하는 것을 말한다. 다리를 떨거나 손가락을 까딱거린다던지, 몸을 흔들거린다던지 하는 무의식적인 활동이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칼로리를 소모시킨다는 것이다.

기껏 해봐야 고개나 까딱거리고 다리 떠는 행동이 무슨 운동이냐고 물을 수도 있다. 다만, 소파에서 가만히 TV를 시청하는 것도 시간당 70칼로리는 소모된다. 생각보다 별 것 아닌 것들이 모이면 커다란 성과가 된다. 운동량이 부족한 현대인들에게 시간을 내어 운동을 하는 것은 무리지만, 피제팅을 하라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작은 행동을 반복하는 것은 작지만 결국 크다. 피제팅이 중요해지는 이유는 우리가 소모하는 칼로리의 총합을 알았을 때 생긴다. 인간이 소비하는 칼로리의 대부분은 기초대사량이다. 활동대사로 소모되는 칼로리는 20%뿐이고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그저 소모되는 에너지가 전체 소모 중 70%나 된다. 하나의 방법을 찾다보면 금방 지쳐버린다. 자전거타기 30분은 꽤 힘든 운동일 수 있지만, 이때 소모되는 칼로리는 250 칼로리다. 다시 말해서 이 정도면, 빼빼로 하나 정도의 칼로리다. 빼빼로를 하나 까먹으면 30분을 자전거를 타야 한다. 이 '열심히'의 함정에 빠지면 금방 지친다. '빼빼로'를 먹는 일은 쉽고, 자전거 30분을 타는 일은 어렵다. 쉬운 일과 어려운 일을 등가교환하는 일이 어떻게 지속할 수 있나. 이에는 더 쉬운 일을 더해보자. 사람이 앉아 있을 때, 다리만 떨어도 하루에 300칼로리는 더 소모된다. 피제팅은 살을 빼기도 하지만, 부지런한 사람이 되게 한다. 청소를 깨끗이 하거나, 무거운 짐을 들고가는 누군가를 돕거나, 먼저 인사하고 먼저 말을하고 더 웃게 만들 수 있다. 작지만 더 많은 긍정적인 효과를 삶에 가져온다. 30분 자전거를 타느라, 에너지를 최대한 저축하느니, 더 많이 움직이는 것이 낫다.

예전에 비난 양파에 대한 실험을 책에서 본 적이 있다. 비난한 양파와 칭찬한 양파의 성장 속도에 관한 것이다. 칭찬을 받은 양파가 더 빠르게 자란다는 내용이었다. 이런 칭찬에 대한 효과는 여러 곳에 있다. '물의 결정'에도 차이를 준다고 한다. 일부에서는 이것이 '거짓'으로 밝혀졌다. 다만 이에 대한 호기심은 분명하게 남아 있다. 생각해보면 '칭찬'보다 '비난'이 누군가를 더 성장시키기도 한다. '손흥민' 선수와 '김연아' 선수는 훈련 과정에서 칭찬만으로 받았을리 없다. 칭찬의 비중보다 더 많은 꾸지람을 받았을 것이다. 사람들은 사회적 합의에 의해 '선'이라고 규정된 것들이 모두 '정답'이어야 한다는 착각한다. 그러나 자연 법칙은 '합의'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대부분의 개인이나 사회에 일어나는 현상은 '합의'가 아니라 '법칙'에 의해 일어난다.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다. '노력'만하면 '재능'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말, 혹은 부자는 돈이 많지만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착각도 그렇다. 착하게 살면 언제든 보상을 받고, 악하게 살면 언제든 벌을 받는다는 착각도 그렇다. 그러나 그것은 법칙이 아니다.

실제로 한국노동패널조사에서 999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반적인 삶의 만족도는 '학력수준'이 높을수록 높았다. 심지어 다른 조사에서보면 학력이 높을수록, 소득도 높고, 더 건강하며, 범죄율은 더 적었다 우울증 비중도 적으니 당연히 자살률도 적었다. 이들의 자녀는 서울 상위권 대학에 입학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차이는 유의미한 수준이었다. 사람들은 듣고 싶은 말이 있다.

'행복은 돈과 상관없다'거나,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다'라는 말도 듣고 싶어 한다. 열심히 하면 누구나 성공할 수 있다는 말도 듣고 싶어 한다. 그것에 적합한 몇가지 사례를 찾아 그것이 늘상 있는 법칙처럼 말한다. 다만 실제 누군가는 노력하지 않아도 타고난 재능이 있고 악하게 살아도 잘사는 사람이 있다. 착하게 살고도 힘든 사람들이 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 중 인서울 대학 비중은 80%에 육박한다. 대한민국 부자 순위를 찾아보면 거의 대다수가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출신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거기에는 어떤 '음모론'이 비집고 들어갈 자리가 없다. 우리는 실제로 그들에게 정치를 맡기고 그들에게 돈을 지불한다. 다시말해 사람들이 기대하는 정답과 실제 정답이 다른 경우는 너무나 많다. 이상과 현실은 그렇게 차이가 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하고자 하는 이들의 가능성은 그나마 조금이라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찬물샤워', '피제팅', '긍정확언' 그것이 가짜이건, 진짜이건 알 수 없다. 다만, 분명한 것은 단 1%의 차이라도 0과 1은 '무'와 '유'라는 엄청난 '존재'와 '가능성'의 차이를 만든다.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싶은 것만 믿고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자신의 믿음과 대비되는 것은 난데없이 '악'이나 '거짓'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이 어떤 믿음을 가질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추측' 아니라, '경험'이다. 실제로 경험해 보기 전까지는 막연한 믿음으로 결론 지을 수 없다. 100일 간의 경험이 끝나고 1월 1일이 되면 '오컬트'와 '유사과학', '자기계발'의 경계를 모호하게 오가는 그런 것들에 대한 경험을 '믿음'이 아니라 '경험'의 데이터로 말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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