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 '쉼'은 진행 방향을 역행하는 것이 아니다_추

by 오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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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의 어원은 '쉬다'에서 나왔다. '쉬다'는 '머무르다'를 의미한다. '머무른다'라는 표현은 진행 중 잠시 멈추어 일정 수준에서 그쳐 있는 것을 말한다. 진행하다가 잠시 머무는 것을 영어에서는 'spir'이라고 하고 이는 spirit,(영혼), inspire(영감을 얻다), expire(마치다)과 같은 어원이다. 그 뿌리를 끝까지 쫒아가도 보면 '흐르는 곳에서 천천히 움직이는 행위인 'swim'과 만나게 된다. 흐르는 곳에서 천천히 움직이는 행위인 '수영'은 '호흡'과 연관되어 있고 이 둘은 진행 속도를 늦추어 일정 수준에서 천천히 움직이며 머물러 있는 것을 말한다. 한자에서 쉴 휴(休)를 살펴보면 나무에 사람이 기대어 있는 모습을 하고 있다. 하는 일을 멈추고 나무 그늘에 있는 사람으로 쉼을 표현했다. 쉼은 다시 말해 '진행 속도'를 멈추거나, 거의 멈춰질 수준으로 낮추는 것을 의미한다. 호흡을 낮추거나, 동작을 낮추는 등 진행속도를 낮춰, 다음 진행을 효과적으로 만드는 역할을 한다.


현대인의 쉬는 시간은 정말 쉬고 있을까. 현대인들의 '쉼'은 상당한 방향으로 왜곡되어 있다. 학생들은 공부 중 쉬는 시간에 스마트폰을 보고, 직장인들은 휴일 중 음주를 하며 다이어트를 하는 이들은 먹고 싶은 것을 마음껏 먹는 '휴식'을 취한다. 다만 이것들은 진행 방향을 늦추거나 일시적으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전속력으로 역방향을 향해 돌진하는 것이다. 쉰다는 것은 다시 말하자면 진행 속도를 멈추거나 멈춰지는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다. 런닝머신을 1시간 탄 사람에게 휴식은 속도를 낮춰 걷는 수준으로 진행하거나, 잠시 멈추는 것이지 거꾸로 뛰기를 전속력으로 달리는 것은 아니다.



다만 여기서 멈춘다는 것은 완전히 '멈추는 것'은 아니다. 이것은 진행 방향 중 일부의 빈틈을 말할 뿐이다. 고로 '마침'과는 완전히 다르다. 쉼표의 모양이 진행 방향으로 살짝 기울어져 있는 이유는 언제든 진행할 약간의 긴장감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이것은 진행 방향에서의 완전한 해방과 다르다. 진행하는 방향에서 완전한 해방은 '쉼'이 아니라 '마침'을 닮았다. 대체로 어떤 업적을 달성한 이들은 '쉼' 중에 도약을 하는 경우가 많다. '쉼'이라는 것은 다시 말하면, '약몰입' 상태에 들어가, 의식의 일부를 무의식으로 전달하는 '레지스트리 조각모음'이다. 등산을 하는 이가 잠시 멈추어 올라왔던 경로를 살피고, 다시 올라갈 경로를 살피면서 체력을 비축하는 이유는 앞으로 올라갈 목표에 대한 쉬지 않는 '약몰입'과 같다. '약몰입'은 표면적으로는 진행하고 있지 않지만 진행의 순간에서 한 발 떨어져 나와, 전체를 살피며 진행을 멈추는 것이다. 쌓아 올린 탑을 무너트리며 쾌감을 느끼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커다란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서는 '작은 성공'을 여러번 경험하는 것이 좋다. 큰 성공을 작은 성공 여러 개로 쪼개는 이유는 쪼개어진 성공과 성공의 '틈새'로 '쉼'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쉼'은 앞서 말한 바와 같이 호흡과 같다. 사람은 어떤 일을 하기에 앞서 호흡을 장전한다. 숨을 내쉬기 전에 숨을 들이켠다. 숨을 들이켜고 일은 진행한 이후에는 숨을 내쉰다. 결국 모든 것은 '숨을 내쉬는 구간'을 기준으로 둔다. 만약 무거운 짐을 들어 올린다고 해보자. 우리는 무거운 짐을 들기 전에, 호흡을 들이켠다. 그 무거운 짐을 내려 놓은 이후에는 숨을 내쉰다. 그러나 한 호흡으로 모든 것을 처리하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호흡을 쪼개어 여러 개의 바위를 옮길 수는 있지만, 무호흡으로 한 번에 거대한 탑을 쌓아 올릴 수는 없다. 고로 어떤 일을 할 적에는 호흡을 쪼개어 하는 것이 좋다. 호흡을 쪼개는 것에서 중요한 것은 '내쉼'을 말한다. 고로 들이키기만 하는 일에서는 과호흡 상태에 빠져 질식하기 쉽상이고, 내쉬기만 하는 상태에서는 무호흡 상태에 빠져 질식하기 쉽상이다. 현대인의 삶은 대체로 내쉬는 구간과 들이 마시는 구간을 구분 짓는다. 또한 내쉬는 구간에는 내쉬지 않고 다시 들이 쉰다. 주중에는 열심이 일을 하다가, 주말에 내쉰다. 다만 내쉬어야 할 주말에는 다시 다른 '놀이'를 하느라 숨을 들이켜니, 쉼없이 질식하는 현대인들이 태반이다.



진짜 휴식이라는 것은 '영화'를 보고, '게임'을 하고, '음주'나 '폭식'을 하는 것이 아니라, 하던 일을 모두 멈추고, 혹은 진행 방향을 현저하게 낮추고. 아무 일도 하지 않는 것이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지만 진행 방향의 반대편으로 전속력 질주하면 질식한다. 쉼 없이 진행하면 빠르게 도달하는 것이 맞으나, 사람은 내뱉는 호흡없이 생존하지 않는다. 고로 쉴 때는 차라리 무해한 것이 낮지, 진행방향에 해가 되면 안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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