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피아노 건반 아랫부분은 검정색이었다. 윗부분이 흰색이었다. 초기 피아노에서 흰색 건반은 반음을, 검은색 건반이 전음이었다는 말이다. 그런데 어째서 흰건반이 아래로 내려오고, 검정 건반은 위로 올라갔을까. 초기 피아노에서 흰색 건반의 재료는 '코끼리 상아'다. 그 당시에도 코끼리 상아는 꽤 비싼 재료였다. 이는 귀족들의 부와 지위의 상징이었다. 품질과 가공기술의 차이에 따라 다를 수 있겠지만, 코끼리 한 마리를 잡으면 대략 20개의 피아노 건반을 만들 수 있었다. 고로 코끼리의 상아는 희소성 있는 재료였다. 코끼리의 상아는 일단 자르고 나면 다시 자라지 않는다. 물론 상아를 잘랐다고 해서 코끼리가 생명을 잃지는 않는다. 다만 인간의 욕심에 따라 너무 밑기둥부터 잘라낼 경우, 코끼리는 심한 출혈로 인해 죽는 경우도 있었다. 문제는 인간이 코끼리의 상아를 잘라내고 다시 방생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인간은 상아를 채취하기 위해 코끼리를 죽인다. 상아는 코끼리의 두개골에 깊숙하게 박혀있기 때문에 살아 있는 상태의 코끼리에서 상아를 채취한다는 것은 경제적으로나 기술적으로 힘들었다. 그것을 살려두고 방생한다고 하더라도 코끼리 상아는 코끼리에게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던 신체부위다. 코끼리는 상아를 이용하여 나무의 껍질을 벗기고, 식물을 파헤친다. 방아와 공격에도 상용한다. 그런 상아가 사리지 코끼리 개체수는 점차 줄어갔다. 개체수가 줄수록 희소성의 가치는 더 높았다. 흰색 상아를 이용한 건반 피아노는 '부와 지위'의 상징이었다. 상아색의 흰색 건반이 고급의 상징으로 자리잡자, '상아색' 건반의 수요를 불러 일으켰다. 이후에는 건반의 다수를 상징하는 아랫부분이 흰색으로 자리잡는다. 19세기가 되면서 피아노 제작은 산업화되고 대중화 되었다. 피아노 제작자들은 더 경제적이고 지속가능한 생산 방식이 필요했다. 코끼리를 죽이지 않고 더 많은 인간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14세기 이후, 당구는 유럽의 귀족 문화였다. 이 문화는 19세기 미국 상류 사회에서도 마찬가지다. 어째서 당구는 유럽 귀족들과 미국 상류사회에서 각광받았나. 물론 이 이유만으로 그렇다고 단정할 수 없다. 다만, 당구는 꽤 고급진 스포츠다. 이유는 당구공의 주재료가 '코끼리 상아'이기 때문이다. 앞서 말한 피아노 건반과 같이, 코끼리 상아의 수요는 코끼리 개체수 감소 대비되며 가격을 불러 일으켰다. 이는 역시 수요 공급에 따라 높은 가격을 만들어냈다. 코끼리 상아 하나로 만들 수 있는 당구공의 갯수가 고작 6개 내지 8개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상아를 채집하기 위해, 인간은 코끼리를 죽인다. 당구와 피아노 건반으로 코끼리를 죽이는 일을 막기 위해 1863년 뉴욕타임즈는 다음과 같은 광고를 실었다.
"상아를 대체할 당구공 물질을 가져오는 이에게 1만 달러를 주겠소."
당시 1만 달러면 우리돈으로 대략 2억 5천만원 정도의 가치가 있는 상금이었다. 이렇게 '존 하이엇'은 '셀룰로이드'라는 물질을 만들어냈다. 셀룰로이드는 열을 가하면 모양을 변형할 수 있다. 식으면 이것은 단단해지고 탄력 있어졌다. 이처럼 '변형가능한 물질'은 한 가지 단점이 있었는데, 충격을 받으면 폭발한다. 이런 이유로 '존 하이엇'은 상금의 일부만 받게 된다. 이렇게 폭발하는 셀룰로이드의 단점을 보완한 사람은 '베이클랜드'라는 화학자였다. 그는 1909년 포름알데히드와 페놀을 이용하여 최초의 합성수지를 만들고 폭발하지 않는 물질을 만들었다. 그로써 상아를 상용하지 않는 당구공을 대량 생산할 수 있도록 했다. 이 '변형가능한 물질'은 그리스어의 '변형가능한'이라는 단어인 '플라티코스'에서 이름을 따서, '플라스틱'이 됐다. 결국 '코끼리를 살리자'라는 구호와 '북극곰을 살리자'라는 구호가 정확하게 대치점에 서 있는 모습이다.
인간의 편의성의 최정점인 '플라스틱'은 인류에게 엄청난 영향력을 끼쳤다. 오죽하면, 현대 시대를 '석기, 청동기, 철기' 이후인 '플라스틱기'로 정의하는 학자들도 있을 정도다. 플라스틱의 발명은 이처럼 '환경'에서 먼저 시작했다. 다만 이것이 다시 돌고 돌아 '환경 위협'의 상징이 됐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환경을 위해 뻗은 인간의 손이, 환경의 목을 조르는 형태로 바뀐듯 보인다. 사실 환경에 있어서 사람들마다 다양한 견해가 있다. 누군가는 '인간이 자연환경'에 영향을 끼칠 수 없다는 입장이 있고, 누군가는 인간의 산업화가 만든 변화가 환경에 재앙적 위험을 초래했다고 말한다. 그것은 모두 주장이고 의견이다. 실제로 인간이 자연환경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고 믿는쪽의 입장은 이렇다. 지구의 기온은 '태양의 흑점활동과 화산활동'에 더 큰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다. 실제로 19세기 탐보라 화산이 폭발했을때, 지구 기온은 급격하게 내려갔다. 이런 기후 하락으로 역사적 입장에서 나폴레옹의 워털루 전쟁의 패배가 있었고, 전 지구적으로는 농작물 재배의 실패와 대기근으로 이어졌다. 실제로 조선 순조 당시에는 흉작으로 인한 대기근과 역병 창궐로 인한 인명피해에 대한 기록이 있다. 고로 지구 기온이라는 것은 내려가서도 문제고, 올라가서도 문제라는 의미다. 지금에서야 산업화로 만들어지는 새로운 기후 변화에 대해 많은 세계인들이 관심을 가지고 있다. 이런 기후변화를 줄이기 위해 각국에서는 역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문제는 다만 각국의 '이해관계'와도 얽혀있다. 우리 대부분은 '기후변화'에 대해 부정적인 시선을 갖고 있지만, 사피엔스 출현 이전에도, 이후에도 지구의 기온 변화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꾸준하게 있어왔다. 따뜻한 기온으로의 미래가 기정사실화 되는 현재, 우리는 물론 기후변화의 속도를 줄이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다만 변화의 속도를 줄이는 것만이 미래를 대비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니다.
지구가 따뜻해졌을 때, 과연 인간에게는 재앙만 되는가. 분명 그렇지 않다. 최근 기후가 따뜻해지면서 러시아의 일부 동토에서 농사가 가능해졌다는 뉴스기사가 떴다. 다시말해서, 기존 산업국에게는 재앙이 일부 국가에서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는 의미다. 뿐만 아니라, 기후변화는 일부 지역에서 농업 기간을 연장하도록 한다. 일부 냉대 지방에서는 더 긴 선장과 생산성 증가를 갖게 된다. 또한 현재 비옥하지 않은 지역에서 농업이 가능한 형태로 또다른 의미의 개간이 가능하고 농작물을 재배하기 위해 사용하던 '에너지 비용'이 줄어든다. 쉽게 말해, 따뜻하게 만들기 위해, 했던 '탄소배출'이 따뜻해지니, 줄어든다는 의미다. 간혹 북극곰의 살 곳을 지켜달라는 자극적인 문구가 우리를 자극하지만, 사실 기후변화는 새로운 종에게도 기회를 준다. 생각해보면 기후가 따뜻할수록 더 번식하는 종이 많아진다. 우리는 매년 몇 종과 몇 목의 생물이 지구상에서 사라졌는지를 듣고 있지만, 반대로 새롭게 생겨나는 종과 새롭게 생겨는 목은 그 자리를 열심히 채우고 있다. 물류 이동에도 다양한 변화가 일어난다. 현재 인간은 물류를 이동하기 위해 불필요한 해상 교통 경로를 이용한다. 다만 기후변화 이후의 세계에는 북극 해빙의 감소로 인해 북극항로를 이용할 수 있게 된다. 북극 항로의 개발은 무역에 긍정적인 영향이 되고, 아주 극적으로 에너지와 시간 효율을 줄여준다. 물론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 모든 지정학적 이로움이 특정국가에게 귀속된다는 위험성은 있다. 다만 이는 이해관계의 충돌일지 모른다. 우리는 간혹 '환경'을 위한다는 생각을 하지만, 사실 더 근본적으로 갔을 때, '환경'이 아니라 '인간'을 위한 일이다. 공룡이 살던 시대, 즉 중생대 시대에는 현재보다 훨씬 더 높은 기온이었다. 그렇게 따지고 보면, 우리는 지구의 원래 기온으로 회기한다고 말장난 할 수 있을지 모른다. 사실 인간의 기술 변화는 꽤 환경에 긍정적인 편으로 진보한 부분도 있다. 앞서 말한 플라스틱의 발견도 그렇다. 다만 문제는 '폭발하는 인구'와 성장하는 경제다. 그렇다고 폭력적인 방법으로 인구를 강제로 줄일 수도 없고 잘 나가는 경제를 일부로 제동 걸수도 없다. 이 모든 것은 다양한 이해관계로 충돌하기 때문에, 우리는 여기서 '철학'을 만나게 된다. 근본적으로 우리가 환경을 생각하는 이유는 이 또한 '우리'를 위한 일이다. 고로 사람마다 처한 위치와 상황, 가치관에 따라 다양한 이해관계, 입장의 차이가 발생한다.
즉, 환경 문제에 있어서 우리가 가져야 할 태도는 너무 감성적이어서도, 너무 무관심해서도, 때로는 지나치게 이성적이어도 안된다는 것이다. 이런 전 인류가 대적해야 하는 커다란 '과제'에는 댜앙햔 생각과 의견, 경제적, 정치적, 지정학적 입장차이가 있다. 심지어 거의 대부분의 국가가 '민주주의' 국가이자, '산업화 국가'인 시대, 모든 사람이 다른 생각을 할 때에는 하나의 담론을 내리기 참 어렵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