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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발] 내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을거라는 착각_더 마인

by 오인환


실제 로또 명당자리에서는 1등 당첨자가 많이 나온다. 고로 사람들은 로또 명당을 찾는다. 그리고 여지 없이 그 자리에서 1등이 나온다.


이것은 그 자리가 풍수지리적으로 좋기 때문이 아니다. 특정 장소에서 로또 판매량이 많을 경우, 자연스럽게 그 곳에서 더 많은 당첨자가 나올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사람들에게는 '확증편향'이 있는데, 특정 장소에서 당첨자가 여러 번 나왔다는 사실에 주목하는 경향이 있으며, 그 이유로 그 곳이 '행운의 장소'라는 인식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다만, 이런 관찰은 일반적인 확률 분포와 무작위성의 일부일 뿐, 실제 그 장소가 다른 장소보다 더 높은 당첨 확률을 가진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는 그저 무작위성과 관련된 통계적 우연이며 사회적, 심리적 요인들의 복합적 결과일 뿐이다. 로또 당첨 확률은 구매장소와 상관없이 동일한 확률을 갖는다.



대치동에서 서울대학교 합격 비율이 높은 현상에도 비슷한 이유가 있다. 대치동은 서울 강남구에 위치한 교육 열풍의 핵심 지역이다. 이곳은 다양한 학원과 사설 교습소가 많다. 입시 컨설팅과 학습 자료 구입에 용이하고 이 곳에 학생을 보내는 학부모의 평균 소득과 학력도 평균적으로 높은 편이다. 이들의 다수는 서울 혹은 경기권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고 학업에 대한 관심과 기대가 높다. 고로 대치동에서 서울대학교 합격비율이 높은 것은 '그러한 사람들이 많이 몰리기 때문'이지, 공부에 관심 없는 이들이 대치동으로 이사를 간다고 자연스럽게 학업 성적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우리 사회에는 이런 현상들이 꽤 많은데, 아마 다수의 집단 심리에 의해 벌어지는 일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예를들어 실리콘 밸리는 기술 기업들이 다수 포진되어 혁신의 중심지로 인식될 수 있지만, 이는 투자 환경과 인재 풀, 네트워킹 기회, 정부 정책 등의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결과이지, 실리콘밸리라는 '지역'과는 아무런 연관성이 없다. 다시 말하자면, 사회는 다양한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 무작위적이고 산발적으로 존재하는 곳이다. 특정 컨텐츠가 이 산발적인 사람들 중 관심이 비슷한 사람들을 모으면 당연히 그곳에서는 네트워크가 발생하고, 다른 장소에 비해 '성공' 확률이 높아질 뿐이다.



이것은 마케팅에서 자주 활용되는 방법이다. 가령 로또 명당은 최초에는 타의에 의해 만들어지지만, 이후에는 '자의'에 의해 홍보된다. 이렇게 홍보되면 이곳의 로또 판매량은 더 높아지고, 판매량이 높아지면 로또 1등 당첨자 비율 역시 더 높아진다. 학원의 경우에도 몇몇 합격자생이 배출되면 더 많은 학생들이 그 학원을 다니게 될 확률이 높아진다. 많은 학생이 학원을 다니면 명문대 배출 비율은 더 높아진다. 이것은 단순한 논리다.



끌어당김의 법칙을 행하는 사람, 100명을 모아서 이들에게 성공 확률을 물어보자. 이들의 성공확률은 일정 비율을 가질 것이다. 다만 끌어당김의 법칙을 믿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목표의식'이 분명하기 때문에 다른 비교군에 비해 더 많은 '성공 비율'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또한 내부에서 선순환적인 네트워크와 정보공유가 이뤄지며 그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다만 이것은 '끌어당김의 법칙' 때문이 아니라, 관심사가 비슷한 이들의 집단이 더 높은 확률의 성공률을 보였기 때문이다. 같은 집단에서는 반드시 성공하지 못하는 집단도 생긴다.



'니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행운에 속지마라'라는 책을 보면, '생존자 편향'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쉽게 말해, 러시안 룰렛이라는 게임을 예로 들 수 있다. 러시안 룰렛은 한 개의 총알을 리볼버의 여섯 개 총실 중에 넣고 무작위로 회전 시킨 후, 사람이 자신의 머리에 총을 겨누고 방아쇠를 당기는 게임이다. 러시안 룰렛에서 살아남은 사람은 극도의 운을 가진 것처럼 보일 수 있다. 다만 이는 생존자 편향의 예다. 즉, 살아남은 사람만이 이야기를 할 수 있고, 생존자의 이야기는 실제 위험성에 대해서는 간과되는 경향이 있다. 당연하다. 실패한 이들은 이미 총을 맞고 죽었기 때문에 '발언의 기회'가 사라진다. 고로 생존하는 사람의 경험만 전승된다. 또한 생존자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그 게임에서 이길 확률은 100%다. 고로 그 게임의 위험성에 대해 무시하거나 경시하는 경향이 생긴다.



생존자가 자신의 생존 노하우에 대한 이야기를 다음 게임자에게 말한다고 해서, 게임의 확률은 변하지 않는다. 즉 살아남은 한 사람의 '스타'는 일정 확률로 만들어진다. 그렇다고 생존자가 의도적인 거짓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우리는 생존한 '스타'의 발언에 주목하는 일에 조심해야 한다.



과거 조현병에 걸려 있던 '스트리머'가 이었다. 그는 자신의 미래에 대한 확신을 가지고 있었다. 자신의 자산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을 것이고 이어 세계 유명인들과 어깨를 나란하게 할 것이라고 말하곤 했다. 그는 끌어당김의 법칙을 알고 있었다. 그는 자신의 이야기에 확신을 갖고 있었으며 매일 같을 읊고 읽고 쓰기까지 했다. 책이 말하는 바와 같이 '확언'을 했다. 이미 이루어진 것 처럼 말하고 다녔다. 항상 좋은 기분을 유지하고자 했다. 그러나 그에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끌어당김의 법칙은 분명, 믿어 좋을 컨텐츠는 분명하다. 그러나 수많은 조현병 환자의 망상이 그들 앞에 실현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증명할 방법이 없다. 망상증 환자의 경우는 정상인에 비해 자신의 망상을 확고하게 한다. 그러나 어째서 그들에게만 '끌어당김의 법칙'은 냉혹한 것일까. 일론 머스크나 워렌버핏, 빌 게이츠가 자리에 앉아서 '고급 승용차를 타고 싶어요.', '빨리 은퇴하고 싶어요. 자산이 10배가 늘었으면 좋겠어요.', '주식이 30%는 올랐으면 좋겠어요.'를 쓰고 읊고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면 잘못됐다. 이들의 대부분은 '목표의식'을 분명히 한다. '상태'가 아니라 '행위'에 집중한다. 즉, '고급차와 저택을 갖고 싶어요'가 아니라, 오늘은 어떤 목표를 이뤄야 겠다.는 다짐을 한다.



혹시 '끌어당김의 법칙'에 대한 이야기를 담은 '더시크릿'의 저자, '론다 번'의 다른 성공작에 대해 알고 있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고 있지 않다. 성공하는 방법을 판매하여 성공에 이르는 이들이 간혹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스티브 잡스', '아인슈타인', '뉴턴', '빌 게이츠'의 이름을 빌린다. 그리고 그들은 결국 성공에 이른다. 다큐멘터리와 책의 판매수는 급격하게 올라간다. 다만 생각해보면 이렇다. 스티브 잡스는 '애플 사'를 창업했다. 아인슈타인은 '상대성 이론'을 정리했다. 뉴턴은 프린키피아를 저술했고 빌게이츠는 마이크로소프트 사를 창업했다. 누구나 쉽게 말과 글이면 '끌어당김의 법칙'으로 성공에 이를 수 있는데 왜 그들은 그 쉬운 길을 돌아가야만 했을까. 어째서 스티브 잡스는 투병생활 중에서도 출근을 했고 아인슈타인은 논문을 쓰면서 특허청 직원으로 일해야 했을까.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가 있을 거라는 착각은 언제나 '우상'을 만든다. 김연아 선수는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로 세계 최고가 됐을 것이고 스티브 잡스나 워렌버핏, 일론 머스크, 핸리포드 또한 우리가 모르는 무언가를 알고 있을 것이라는 착각이 항상 '숭배 대상'을 만든다. 우리는 어떻게하면 살을 뺄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돈을 벌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공부를 잘 할 수 있는지, 모두 알고 있다. 다만 그것을 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더 쉬운 '시크릿'을 찾을 뿐이다. 중요한 것은 더 쉬운 길이 아니라, 더 많이 하는 길이다. 일론 머스크는 지금도 주당 80에서 100시간은 일한다. 빌게이츠 또한 주당 80시간과 100시간을 일했으며 토마스 에디슨은 잠자는 시간을 극도로 줄였다. 마르코 피사노는 JP모건의 고의 투자 은행가로, 주당 100시간을 일했으며, 제너럴 모터스의 CEO인 메리 바라는 주 80에서 100시간을 일한다.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수면을 최소화하고 더 많은 시간을 작업에 할애하기 위해 폴리파식 수면을 했다. 니콜라 테슬라는 하루 15시간 이상을 작업했다. 이 모든 것이 그저 끌어당김의 법칙이고 상상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는가.



그것은 그들이 성공을 위한 노력에 대한 폄하다. 예전 백종원 대표가 한 자영업자에게 했던 말이 떠오른다. 필요하다면 발품 팔아서, 음식의 무게도 측정하고 분해도 해보고 맛도 보고, 수 백, 수 천 번을 만들어 봐야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가만히 앉아서 '기분 좋은 상상'이나 했다고 달라지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다만 꾸준한 상상이 행동으로 발현되는 '상관관계'를 따지고 들자면 그럴 수 있다. 개인적으로 '파이어족'을 좋아하진 않는다. 최대한 빨리 벌어서 일을 때려 치우는 것이 목적인 것에 응원하진 않는다. 백종원 대표의 '자산' 때문에 가려진, '요리'에 대한 철학, 박진영 프로듀서의 '자산'에 가려진, '음악'에 대한 철학을 깡그리 무시할 수는 없다. 그저 자신의 일에 철학 없이 '자산에 집중하세요.'는 장기적이지 않다. 돈이란 다수에게 흩어져 있는 '영향력'을 모으는 일이다. 즉, 뭘 했는지, 무엇을 이루었는지, 무엇을 사회에 남겼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자산'을 가늠하기에 가장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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