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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필]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_일론 머스크

by 오인환

2006년, 대만에서 지진이 발생한다. 이때 우리나라에서 통신지연 사태가 일어났다. 왜 그랬을가. 이유는 이렇다. 대만에서 홍콩으로 이어지는 심해 4000미터에는 광케이블 8개가 있다. 이중 7개가 지진으로 끊어져 버린다. 여기서 우리나라도 1대만과 연결된 2개의 케이블 중에 하나가 끊어져 버린 것이다. 이후 모든 통신의 전화는 한 개의 케이블에 몰린다. 그 결과 통신 지연사태가 벌어졌다. 전화와 인터넷 등의 서비스가 중단된다. 여기서 생각도 못해 본 부분을 알 수 있다. 실제 '온라인 연결'은 사실 '물리적 연결'을 기반으로 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알리 익스프레스', '이베이', '아마존' 등의 해외 사이트를 이용할 수 있다. 바다 건너 먼 나라와의 통신 방법은 '물리적 연결'이 기반이다. 현재 전 세계의 인터넷 혹은 대부분의 국제통신은 '해저 통신 케이블'을 통해 이뤄진다. 물론 위성통신도 존재한다. 그러나 위성통신은 항공기나, 선박, 전쟁 상황 등의 특정 상황에서 1%정도만 보조적 역할을 할 뿐 거의 대부분은 해저케이블을 통해 이뤄진다. 해저 케이블은 말 그대로 지구 해저에 깔려있는 광섬유 케이블이다. 전 세계 해저 케이블 지도를 살펴보면 정말 무식할 정도로 대륙과 대륙을 잇는 케이블 지도가 나와 있다. 그 길이를 다 합하면 130만 킬로미터나 된다. 이는 감이 잡히지 않을 수도 있지만, 지구와 달을 한바퀴 반을 묶을 수 있을 정도의 길이다. 이것을 인류는 수작업으로 진행한다. 케이블을 배에 싣고, 바다 바닥에 말그대로 깐다. 즉, 엄청난 '혁신'이라고 하는 것은 대체로 이런 '노동'의 댓가다.

최근에 비슷한 영감을 주는 일화가 있었다. 2021년, 말레이시아 탄중 펠레파스 항에서 출발한 에버 기븐호는 네덜란드 로테르담에 도착할 예정이었다. 아시아에서 유럽으로 넘어가기 위해 100%의 확률로 수에즈 운하를 지나가야 한다. 이 과정 중 이 커다란 배는 수에즈 운하 중간에 좌초가 되어 버린다. 원인은 운전미숙. 이 단순한 사고로 전세계 무류의 12%가 정지해 버린다. 또한 일시적으로 유가가 폭등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하기도 한다. '딸깍' 한 번이면, 해외에서 마법처럼 집 앞으로 물건이 배달되는 것은 실제로 엄청난 '수작업'의 결과물이다. 수작업의 결과물에 대한 예시는 '수에즈 운하'의 이야기로 이어서 계속해 볼 수 있다. 수에즈 운하는 앞서 말한대로 전세계 해상 무역량의 12%를 담당한다. 아프리카와 아시아를 잇는 연결 구간을 뚫어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운하를 팔 때, 굴착기나 트럭이 동원됐을 거라고 생각한다. 다만 수에즈 운하의 착공 시기는 1859년부터 시작된다. 즉 이 시기는 굴착기나 트럭 등이 없는 '오스만 제국' 시대다. 공사 진행 중 후반부에는 증기기관을 이용한 굴착기나 발전된 기계장비도 도입됐다. 다만 이 작업의 초기에는 말그대로 대규모 인력이 동원되어, 삽과 손으로 땅을 파기 시작했다. 이런 고전적인 작업방식은 꽤 '비효율적이고 멍청하다' 여겨질지 모르지만, '고급승용차'나 '반도체 기기', '첨단 의료기기' 등도 이 루투를 통해 들어온다. 다시 말해, 우리가 현재, '최첨단'이라고 여기는 대부분의 것들도 꽤 '고전적인 방식'의 기반아래 이뤄지는 셈이다.

이런 예시는 '일론 머스크'를 보면 확실하게 알 수 있다.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회사들, 특히 테슬라와 스페이스X는 꽤 혁신적인 기술과 대담한 프로젝트로 유명하다. 이 혁신의 기반은 무엇일까.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창의성이라고 생각할지 모른다. 또한 이런 창의성을 증진시키기 위한, 직원 복지와 적은 노동시간이라고 여길지 모른다. 다만 이 회사들은 혁신적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살인적인 스케줄을 달성해야 한다. 대부분의 직원들은 긴 근무시간과 높은 작업환경에 놓여지는데, 이런 이유로 일론 머스크가 운영하는 회사는 타 회사에 비해 '산업재해률'이 높기도 하다. 꽤 단순한 논리다. 높은 생산성은 더 많은 노동에 기인한다. 누군가는 적게 일하고 많이 얻는 '효율적 방식'을 혁신이라고 부를 수 있으나, 사실 대부분의 혁신은 '엄청난 수작업'과 '엄청난 노동 시간' 뒤에 존재한다. 역사적으로 그렇다. 토마스 에디슨은 매일 실험실에서 18시간을 보내며 수천 번의 실험을 했고, 스티브 잡스, 니콜라 테슬라, 빌게이츠 등은 매우 극단적으로 일에 몰두하기도 했다. 이들의 대부분은 꽤 공통적인 특징이 있는데 '최첨단'이라는 문화의 선두에 있으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노동'했다는 것이다. 흔히 '긴 노동'은 '비효율'과 '똑똑하지 못함'의 상징이 되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일들은 엄청난 노동시간 뒤에 이어진다. 기적은 아무것도 안하고 결과가 나오는 것이 아니라 엄청나게 많이 한 결과일 뿐이다. 유대교 '할리차'라는 종교법이 있다. 여기에 '피츠츠이' 원칙이 있다. '피츠츠이' 원칙은 급한 경우에는 종교적 의무를 행하지 않도록 허용한다. 다시말해서, '기도'가 최선이 아님을 이 종교에서 말하고 있는 셈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자를 돕는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하늘이 돕기 위해서는 어떤 일을 꾸준하게 하고 있어야 한다. 엄청나게 많은 인고의 시간이 쌓이면 그것은 어떤 일을 만들어낸다. 그것이 기적이다. 즉 기적은 원인이 아니라, 결과다. 기적이 일어나서 어떤 일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엄청난 어떤 일들의 결과가 기적인 것이다. 일론 머스크는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의 직원을 가차없이 자르고 엄청난 노동시간을 요구한다. 이것은 꽤 가혹해 보일 수있다. 다만 이런 원칙은 '세종대왕'에게도 사양된다. 세종대왕의 업무 부담은 거의 건강에도 영향을 끼쳤다. 또한 밤낮을 가리지 않고 제도와 법률을 만드는 일 때문에 밤을 새우는 일이 빈번하기도 했다. 세종 시대, 사육신 중 한 며인 성삼문은 왕의 명령으로 명나라에 출장만 열 세번을 다녀온다. 또한 신하들에게 읽은 책의 권수를 3개월마다 보고서로 제출하게 하고 매달 세 차례나 독후감을 지어 올리도록 했다. 고령으로 인해 사직을 희망하는 '황희'에게 '사직 거부'를 여러차례 했던 것으로도 유명하다. 그가 연로함을 계속해서 이유로 삼자, 자신의 가마를 내어 주겠노라, 말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많은 신하들이 고된 업무강도에 사직을 희망하곤 했다. 세종은 프로젝트에 대한 작업일정을 명확하게 설정하고 과도하게 밀어부치는 스타일 이었다. 그는 신하에게 빠른 진행을 압박하곤 했다. 세종은 주기적으로 작업 현황을 점검하고 수정사항을 제안하곤 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질문을 하고 답변을 듣기도 했는데 분야를 가리지 않고 엄청난 업적 뒤에는 엄청난 고강도 노동이 필수적이다.

한 사람이 엄청나게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단순히 운이나 요행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운이 좋다면 단기간 성취가 이뤄질 수 있지만 지속적인 성취라면 그것은 단순히 '운'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지속적인 성취의 뒤에는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들어가 있음을 여러 인물들을 통해 볼 수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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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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