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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발] 진로고민이 든다면?_커리어코치도 커리어 고민을

by 오인환

배우 한석규 님은 손석희 뉴스룸에 출연하여 직업과 나이에 대한 자신의 철학에 대해 말했다.

"배우의 좋은 점은 나이 먹는 것을 기다리는 직업이다"

그의 말에 따르면 그는 나이에 따라 자신하고 싶은 역할이 있다. 60이 되어서, 70이 되어서 자신이 하고 싶은 역할이 있고 그때를 기다리는 즐거움이 있는 직업이라고 했다.

이 말은 표면적으로 앞으로 더 나이 많은 사람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배우'의 말처럼 들리기도 하지만 조금 깊게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에게 해당되는 말이다. 배우 한석규는 20대에 영화 '닥터봉'으로 데뷔한다. 그 뒤로 다양한 영화에 출연하며 종횡무진한다. 이제 환갑의 나이가 된 그가 다시 그런 역을 맡을 수 있을까. 아마 그럴 수 없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앞으로 그가 맡게 될 역은 무수하게 많다. '나이'가 든다는 것은 아마 그런 것이다. 그 시기마다 맞는 옷을 차려 입는 일이다. 고로 과거와 현재, 미래를 관통하는 단 하나의 옷을 입는다은 쉬운 일도 아닐 뿐더러 좋은 일이라고 할 수도 없다. 우리 대부분은 그를 '배우'로 기억하지만, 그의 인생은 그렇게 일관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그는 배우가 되기 전, '성악가'가 꿈이었다. 실제 중학교, 고등학교 시절에 중창단 활동을 했으며 학창시절에 그 재능를 주변에서 인정 받을 정도였다. 고등학교 시절, 그는 배우의 꿈을 꾸었으나 실제로 그는 배우가 되기 전까지 1년 6개월 간, 성우로 활동한다. 사람이 다변적인 이유는 '삶'과 '세상'의 모양이 다변적이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정체성을 단 하나로 정의하는 것은 고로 의미가 없다.

우리는 에이브러햄 링컨을 미국 대통령으로 기억한다. 다만 링컨이 대통령으로 기억하지만, 링컨은 1861년 3월 4일부터 1865년 4월 15일까지 4년 1개월만 대통령으로 임기를 보냈다. 그는 어린 시절 부터 가족 농장에서 일했다. 그곳에서 잡역을 했으며 뉴세일럼에서 점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1833년에는 일리노이주 새그몬 카운티에서 측량사나 우체부로 일하기도 했다. 그가 가장 오랫동안 한 일은 '대통령'이 아니라, '변호사'다. 그는 1836년 변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 대통령이 되기 전까지, 무려 24년 간, 변호사로 활동한다. 그러나 '링컨'의 정체성에 대해 떠올리기에, 우리는 '변호사'보다는 '대통령'이 먼저 떠오른다.

'바루흐 스피노자'하면 우리는 '철학자'가 떠오른다. 다만 그의 직업은 '렌즈 연마사'였다. 그는 망원경용 렌즈를 연마하는 일로 소득을 얻었고 그 전에는 가족의 무역 사업을 돕기도 했다. 그가 렌즈 연마사로 일한 기간은 생각보다 짧지 않은데, 대략 20년 이상 일한 것으로 추정한다. 아이작 뉴턴도 그러하다. 뉴턴은 우리에게 물리학자로 유명하지만 그가 가장 오랫 동안 일한 곳은 '영국 조폐국'이다. 그는 1696년 영국 조폐국 감독관으로 일을 시작했으나, 이후 관장으로 승진였다. 뉴턴은 사망 전인 1727년까지 약 30년 이상 이 직책에서 화폐 위조를 막는 책임자로 일했다. 이런 예시는 너무 많다. '진화론' 하면 떠오르는 '다윈'은 '지질학자'였다. 전화기 발명가로 유명한 '그레이엄 벨'은 청각 장애인을 위한 교육원이었다. 그렇다. '사람'의 정체성은 명확하게 구분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커리어'라는 것은 '무'를 잘라내듯 동강낼 수 있는 어떤 성질이 분명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자신의 '진로'에 대한 고민을 한다. 남들은 명확한 진로를 가지고 나아가는 것 처럼 보이지만, 자신에게만 그것이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대부분 우리가 누군가의 '정체성'이라고 알고 있는 모습은, 실제 그의 인생에서 아주 극한 일부분에 불과하다. 사람들은 일관적인 진로로 커리어를 쌓지 않는다. 누군가는 축구선수를 하다가 장사를 하기도 하고, 누군가는 교사를 하다가 작가가 되기도 한다. 고로 사람의 정체성을 '직업'으로 한정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것도 없다. 그것이 불안정한 세계에서 사람들은 자신만의 확고한 '정체성'을 갖고 싶어한다. 아마 이것이 우리 사회를 '전문직 선호 사회'로 만들지 않았나 싶다. 다만 자신의 미래와 커리어는 죽기 직전까지 고민하는 것이다. 이 고민은 나에게도 꽤 숙제였다. 농사를 짓기도하고, 누군가를 가르치기도 하고, 글을 쓰거나, 사업을 하기도 한다. 모든 정체성이 나를 포함한다. 과거에는 명확한 무언가의 색체를 갖고 있지 않는 것에 대한 불안감도 있었다. 다만 생각해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꽤 다면적인 삶을 살았다. 고로 기회란 다양한 경험과 도전을 겪다가 우연히 만나게 되는 바람과 같은 것이다. '커리어 코칭' 또한 '커리어' 고민을 한다. 누군가를 '코칭'하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모든 것이 '완전한 이'가 아니라, 비슷한 고민을 해 본 이들이어야 한다. 만약 '커리어 코치'가 '커리어'에 대해 한 번도 고민해 보지 않았더라면 누군가를 코치할 자격이 없다. 다만 '코칭'은 분명하게 '도움'을 주는 역할일 뿐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모두가 자신의 내면 속에 가지고 있다. 누군가를 가르쳐보면 알 수 있다. 중요한 것은 모두 스스로 갖고 있다. 떠먹여 입속으로 쑤셔 넣어도 소화하지 않으면 어쩔 수 없다.

그런 의미에서 '능동적인 자세'는 몹시 중요하다. TV를 보면 알아서 정보를 뇌속으로 꽂아준다. 다만 '책'은 그렇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책'을 읽는 이들이 조금더 능동적인 자세를 갖고 있지 않은가 생각해본다. 책을 읽는다는 것은 스스로 찾아야 하고, 읽어내야 하며, 그것을 사색해야 하는 일이다. 광부가 금을 캘 수 있는 것은 금이 찾아왔기 때문이 아니라, 금을 찾아 나섰기 때문이다. 모든 일에서 '스스로 찾는 것'은 몹시 중요하다. 다만 먼저 고민해 본 이들이 고통을 공감해주는 것은 새로운 길을 안내해주는 것만큼이나 커다란 힘이 될 때가 있다. 커리어 코치는 고로 공감능력과 경험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어쨌던 진로 고민은 특별히 당신에게만 있는 것이 아니다. 진로 고민이 든다면 이렇게 생각하는 것이 좋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다.'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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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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