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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가정보육하는 싱글대디의 하루?_열심히 하지 마

by 오인환

금요일 밤 일을 마치면, 10시가 된다. 집으로 들어가, 아이의 캐리어 가방에, 이것 저것 짐을 챙긴다. 학습지, 잠옷, 인형 등. 그것을 차에 싣는다. 다시 엘리베이터를 탄다. 자고 있는 아이를 하나 안고 다시 차로 내려간다. 아이를 싣는다. 다시 올라간다. 자고 있는 아이 하나를 또 업고 다시 차로 내려간다. 이렇게 세 번을 한다. 차에 타면 부모님 댁에 간다. 왕복 2시간 반. 집으로 돌아오면 새벽 한 시가 된다. 드디어 씻고 옷을 잠옷으로 갈아 입는다. 끼니를 해결한다. 읽을 책 하나를 펴놓고 잠시 멍을 때리다가, 생각없이 볼 수 있는 유튜브 영상 하나를 재생한다. 가만히 넋을 놓고 1시간 정도 지나면 두 시 반... 스르륵 잠에 든다.

다시 토요일 오후 1시, 일정이 있다. 일정을 마치면 차를 타고 한 시간을 달린다. 두 번째 일정을 소화한다. 식사 시간은 없다. 두 번째 일정을 가는 길에 맥도날드 드라이브 스루를 할 수도 있다. 다만, 바로 옆에 있는 맥도날드를 거치는 10분이면 반드시 15분이 늦는다. 고로 식사는 다음 기회로 미룬다. 도착하면 아주 정확하게 정시에 도착한다. 일정을 소화한다. 일정이 끝나면 밤 11시에 정확하게 집에 도착한다. 배달음식을 하나 시킨다. 집을 정리한다. 씻고 책을 꺼내놓고 몇 장 넘기다가 잠에 든다. 아침에 6시에 눈이 떠진다. 눈이 떠지는 이유는 아이들이 그 시간에 보통 일어나기 때문이다. 고로 나의 기상시간도 6시다. 대략 대여섯 시간 정도 자고 나면 다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일정으로 움직인다. 일요일 오전 9시에 출발하면 오전 10시에 도착한다. 일정을 소화하면 12시. 부모님 댁에서 아이를 태우고 집으로 돌아간다. 아이와 함께 청소, 빨래, 설거지를 한다. 대체로 아이들에게 정리를 시킨다. 조금 난이도 있는 일들은 내가 한다. 저녁 6시 아이들과 식사를 하고 동화책을 본다. 간단한 학습지 문제를 풀고 나면, 아이들은 자기들끼리 놀이를 시작한다. 그때 책을 펴서 본다. 당연히 집중은 되지 않는다. 아이들은 중간에 노래를 부르고 싸우기도 하고, 소리도 지른다. 갑자기 배 위에 올라서 뛴다. 책에 집중하기 어려워지면 그냥 멍하게 아이들을 바라본다.

가장 바쁜 주말이 끝나고 월요일이 된다. 아침 6시가 되면 아이들이 노래 부르는 소리에 깬다. 침대에 가만히 누워 멀뚱 멀뚱 하늘을 바라본다. 그러면 아이들이 방문을 열고 '아빠는 잠꾸러기!'라고 소리친다. 시계를 본다. 6시 30분. 부엌으로 넘어가 물 한잔 마신다. 아이들이 뭐하고 놀고 있는지 살핀다. 대충 파악되면 배가 고픈지 묻는다. 배가 고프다고 하면 가볍게 베이글에 쨈 혹은 시리얼과 과일을 꺼내 준다. 아이들 학습패드의 충전선을 꼽는다.

'오늘의 학습 다 했어?"

아이에게 묻는다. 아이는 아직이라고 말한다.

"아빠가 해야하는 거랑, 하고 싶은 거 중에서 뭐 먼저 해야 한다고 했지?"

아이는 답한다

"해야하는 거"

"그럼 해야 하는 거 먼저 하자."

그러면 아이는 식사를 마치고 학습패드를 시작한다. 아이들은 학습패드를 혼자서 한다. 아이들이 거기에 몰입하고 있을 때, 아이들이 먹었던 식탁을 정리한다. 식탁이 정리되면 아이들의 학습패드도 끝난다. 그럼 다시 묻는다.

"종이 오늘의 학습도 다 했어?"

종이 오늘의 학습은 내가 직접 만든 학습지다.

구성은 '국어, 수학, 영어, 한자'로 되어 있다. 매일 한 장 씩 풀 수 있도록 하여 클립으로 찝어 주었다. 한 달치를 미리 만들어 두었다. 아이들은 학습지가 끝나면 가차없이 그것을 찢어버린다.

아이들이 식탁 위에서 '종이 오늘의 학습'을 할 때, 설거지를 한다. 그러면 아이들이 반드시 물어본다. 그때마다 알려준다. 설거지가 끝나면 아이와 바닥에 털썩 엎드린다. 엎드려서 하나 하나 풀어 재낀다. 영어, 한자, 국어, 수학, 하나가 물어보면 그것을 답하고 있는 중에, 다른 하나가 다른 것을 묻는다. 그럼 다시 그것을 답하다가 왜 답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다시 답하다가, 왜 자신의 대답은 답하다가 말았느냐는 물음에 다시 답한다. 그리고 셋다 만족하지 못하는 물음과 대답을 하고, 결국은 하나가 울고 끝난다. 다시 달래고 다시 하고를 반복하다보면 시간이 꽤 지나있다.

학습이 끝날 때 쯤해서 시계를 보면 10시가 되어 있다. 아이들은 유치원에 가지 않는다. 가정보육했다. 어쨌건 한 것은 없는데 시간은 빨리 흐른다. 그러면 다이슨 청소기를 꺼낸다. 파워를 올리면 하율이가 냉큼 달려와 자기가 하고 싶다고 한다. 그러면 청소기를 내어준다. 얼마 뒤에 다율이가 뛰어나와 자기도 하고 싶다고 말한다. 그럼 물걸레 청소기를 건내준다. 그리고 10분 정도 지나면 엉망으로 한다. 10분 뒤에 이 둘을 다시 한다.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킨다. 청소가 끝나면 화장실로 간다. 화장실에서 샤워를 한다. 샤워 중 바디클랜저나 샴푸에서 거품을 내어 구석 구석 씻는다. 그러면 거품이 조금 과하게 남는다. 그 거품을 욕실 이곳 저곳에 뿌린다. 그리고 몸을 씻고 샤워기로 화장실 청소를 대략 마친다. 밖으로 나오면 아이들은 '놀이'나 '책', '청소'를 하고 있다. 시계를 다시 살핀다 11시다. 다시 부엌으로 가서 계란 후라이와 소세지전, 김 등을 꺼내어 점심 식사를 만든다. 아이와 나눠 먹는다. 아이와 나눠 먹고 안락소파에 '털썩' 앉아서 조용히 책을 읽는다. 책을 읽다보면 아이를 봐주시는 선생님이 오신다. 선생님께 아이를 부탁하고 일하러 나간다. 일하러 나가면 대략 30분 정도의 짬이 있다. 이 시간에는 저녁식사를 하면 좋다. 다만 이때는 '글'을 써둔다. 미리 예약발행을 하기도 한다. 일을 마치는 시간은 오후 10시, 집으로 돌아온다. 씻고 밥을 먹는다. 시계를 살피면 11시다. 오후에 썼던 글을 '블로그', '인스타', '브런치', '그 밖의 두 곳'에 발행한다. 이 글을 토대로 유튜브를 만든다. 그리고 업로드한다. 시간은 11시 59분. 다행히 오늘 해야 할 몫을 했다. 12시가 되면 해야 할 일들을 시작한다. 밀린 업무라던지, 자기 계발일 수도 있다. 하루종일 무음으로 설정되어 있던, 문자, 카톡, DM을 살핀다. 시계를 보면 2시. 넷플릭스를 켜서 영화 하나를 볼까... 한다. 만약 영화 한 편을 다 보고자면 4시가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이들이 6시에 일어나기에, 영화를 보면 그날 수면 시간은 2시간이다. 그럴 순 없다. '코끼리'나 '캄'에서 혹은 '유튜브'에서 꽤 잔잔한 이야기 하나를 틀어 놓고 수면 안대를 착용한다. 그리고 다시 6시다.

그렇게 월, 화, 수, 목, 금, 토, 일...

5년의 시간이 흘렀다.

사람들에게 '쌍둥이 키우는 싱글대디'라는 커밍아웃은 잘 하지 않는다. 그것은 짐을 달고 달리는 연민을 불러 일으킨다. 이어 어쩌면 무능하게 비춰질지 모른다. 그러나 가만 생각해보면 대한민국 최고 부자 '이재용' 회장도, 세계 최고 부자 '일론 머스크'도 싱글대디 아니던가. 무엇이 대수인가 싶기도 하다.

아이들의 취침시간은 대략 8시에서 8시 반이다. 오늘은 모든 일정이 취소됐다. 고로 8시에 아이를 재우고 밀려 있는 일을 하려고 했다. 아이들은 꼼지락 꼼지락 거리며, 덥다. 춥다. 잠이 안온다. 할 말이 있다. 등의 이유로 잠을 자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은 9시, 10시, 11시가 됐다. 12시를 넘기면 안되는 일 몇 개를 가지고 있는데 아직 시작도 못했다. 고로 조급함이 머리 끝까지 차올랐다. 아이에게 '버럭!'하고 성질을 부렸다. 그러고 얼마 뒤에 보니 잠에 들었다. 아마 잠투정이었던 모양이다. 괜히 씁쓸하다는 생각을 했다. 다만 아이가 너무 늦게 잠에 들면, 나는 내 개인 시간을 갖지 못한다. 그 개인 시간을 갖지 못하면, 일도 일이지만 삶의 낙이 사라진다. 이것 저것 나라에서 해주는 제도가 있는지 짬짬이 알아본다. 분명한 것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안되는 이유는 '소득'이나 '자산' 때문이란다. 즉, 소득이나 자산이 줄어야 나라의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예전에는 어떤 제도였는지 기억이 안나지만, 내가 '어머니'가 아니라 '아버지'이기 때문에 지원이 어렵다는 설명을 들었던 적도 있다. 세상에나.. 뭐.. 어차피 내 아이, 내가 키우는 것이기에 나라가 뭘 해 줄 필요는 그닥 없다고 생각했는데... 가끔 다시 생각해보면 조금 억울할 때가 있다.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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