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인환 Jan 20. 2024

[감사] 가진 것을 버려야 감사하게 되는 이유


 바닷가재는 놀라운 생명체다. 바닷가재는 이론상 영생할 수 있다. 그들은 '무한성장'할 수 있는 동물로 가능성은 끝도 없다. 바닷가재가 영생할 수 있는 이유는 '텔로미어' 때문이다. 텔로미어는 염색체 말단의 보호구조다. 이는 세포가 분열하고 노화되는 과정에서 손상을 줄인다. 다시말해 대부분의 생물은 어떤 시점에 성장을 멈추거나 노화한다. 다만, 바닷가재는 그렇지 않다. 그들은 한계없이 성장한다. 그들에게 '노화'는 없다. '성장'만 있을 뿐이다.


 그들이 이론적으로 '무한성장'하고 '노화'되지 않는다해도 그들 모두가 영생하는 것은 아니다. 그들은 단단한 외골격 내에서 안전하게 성장을 하다가, 성장의 한계를 만난다. 이때 몸을 팽창하여 스스로 외골격을 분리한다. 이렇게 껍데기를 탈피하면 그들은 더 단단하고 큰 외골격을 갖게 된다. 그들이 성장하는 과정은 이처럼 매우 위험하다. 그러나 그들은 성장을 위해 스스로 외골격을 벗어내고 말랑거리는 살을 노출한다. 이들은 다시말해 성장할 때, 가장 연약해진다. 기존 외피를 벗어던진다. 모든 것에 무방비해진다. 이런 위험은 그들을 위험에 노출시키지만 이 과정을 지나고 나면 이들은 더 크고 단단한 외골격을 갖게 된다.




 무엇을 가지고 있나. 때로 우리는 가지고 있는 것을 던저 버릴 때, 성장하게 된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것은 우리의 일부임에 틀림 없으나, 그 자체가 우리는 아니다. 우리는 누구인가. 우리를 둘러싼 과거의 산물이 모두 우리일까.그리스 신화에는 '테세우스'라는 영웅이 등장한다. 테세우스는 미노타우로스라는 괴물을 물리치고 돌아온다. 이로인해 아테네 사람들은 이 배를 매우 소중하게 보관한다. 다만 시간이 흐르면서 배는 썩는 부분이 생기기도하고, 낡은 부분이 생기기도 한다. 사람들은 배의 이런 부분을 하나씩 새로운 나무로 교체한다. 시간이 흘렀을 때, 그들은 알게 된다. 배의 모든 부분은 하나씩 교체됐고 '테세우스의 배'라는 이름을 제외한 모든 부분이 완전히 교체 됐다는 사실을 말이다. 자, 모든 부분이 바뀌어버린 '테세우스의 배'는 여전히 '테세우스의 배'인가.




  갖고 싶다는 욕망은 때로는 갖고 있다는 자각을 잊게 한다. 고로 가진 것에 대한 감사함 없이 새로운 것을 갖는 건 옳지 못하다. 그렇다고 갖고 있는 걸 놓지 못해서도 안된다. 가진 것을 내려 놓아야, 새로운 것을 가질 수 있다. 모든 부품이 바뀌어버려도, 테세우스의 배는 여전히 '테세우스의 배'다. 그 정체성은 '단순히 유지'에 있지 않다. '정체성은 일관적인 방향으로의 진화과정까지 포함한다. 


 인간의 세포는 7년을 주기로 완전히 새로운 세포로 탄생한다. 이론적으로 보자면 7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완전히 다른 존재다. 테세우스의 배처럼 모든 부분이 완전히 갈아치워졌지만 내가 정의하는 나에 의하면 나는 여전히 나다.


 우리는 가진 것을 유지한 채, 새로운 것을 얻을 수 있을까. 더 단단하고 큰 외피를 갖기 위해 껍질을 벗지 않고 성장할 수 있을가. 그렇지 않다. 모든 도전에는 '위험'이 존재한다. 위험은 때로 그 존재 자체를 상실하게 만들 만큼 위험할 수도 있지만, 그 과정이 없다면 우리는 '망가지고 썩어버린 과거의 흔적'만 갖게 된다. 




 놓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 내가 놓지 않더라도, 과거는 온전하게 보존되지 않는다. 유지한다는 착각 아래, 모든 것은 테세우스의 배처럼 스스로 무너지고 썩어버린다. 외부에 의해 자연히 변하게 될 외피라면, 위험을 무릅쓰고 완전히 새로운 것을 얻어내는 것이 더 중요할지도 모른다. 감사함이란 당연하지 않은 것을 가질 때 발생한다. 어렵게 얻은 흔적은 다시 과거가 되어 '감사해야 할 대상'을 변한다. 고로 감사하기 때문에 내려놓지 못한다면, 다음에 얻게 될 무엇에도 감사함을 갖지 못한다. 더큰 감사함을 얻기 위해서, 과거에 감사한 것을 버릴 정도의 위험 부담이 필요하다. 그렇게 얻어진 것은 더 값지다. 즉, 과거의 것을 가만히 갖고 있는 것보다. 감사한 것을 내다 버릴 만큼 위험한 것을 얻어냈을 때, 거기에 새로운 감사함이 생기게 된다. 





작가의 이전글 [창작소설] 내가 그린 그림이 사라졌을 때_2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