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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Jan 21. 2024

[계발] 인장지덕 목장지패(人長之德 ,木長之敗)_우보천

 통찰력은 어디서 나오는가. 우리가 '창조'라고 믿는 대부분의 것은 '모방'과 '연결'에서 시작했다. 완전히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은 존재하지 않으며, 과거로 부터의 무엇과 현재의 무엇 사이를 끊임없이 연결하고 복제하는 과정에서 나온다. 인간만 이런 모방과 연결에서 '창조'를 만들어내는 것은 아니다. 현재 새로운 의미로 인간을 뛰어 넘는 존재로 위협하는 '인공지능'도 그 창조 방법이 같다. 인공지능은 과거의 기록과 현재의 무엇과 끊임없이 연결하는 과정에서 벌어진다. 고로 '창조력'은 '모방'할 데이터가 많아야 하고, 연결할 '대상'이 화수분처럼 흘러 넘쳐야 한다. 우리가 인지한 어떤 것들은 우리 뇌속에 '약몰입'상태로 존재하다가, 시냅스 사이의 끊임없는 화학작용 중 '번뜩'하고 연결성을 찾아낸다. 아르키메데스가 욕조에서 뛰어나오며 '유레카'라고 외친 것은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아이디어가 그의 머릿속에 내리 꽂힌 것이 아니라, 그가 읽었던 책, 생각 그리고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던 약몰입 상태가 묘하게 이어지다가, 의식이 인지하지 못하는 상황에 터져 나오는 것이다.

 모든 전모가 환하게 보여지는 것. 우리는 그것을 '통찰력'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위대한 이가 독서를 좋아한 이유는 독서가 이런 통찰력을 길러주는 매우 핵심적인 여가 행위이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은 과학자이지만 음악을 좋아했다. 다윈은 지리학자지만 생물학에서 굉장한 업적을 발견했다. 모든 것은 불완전한 연결과 무관하고 임의적인 데이터 간의 상호작용으로 벌어진다. 고로,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는 아주 명확하다. 그것이 전모를 꿰뚫어 볼 수 있는 통찰을 가져다 주며, 인간이 '환경'을 모방하고자 하는 본능에 철저하게 이용되게 하기 때문이다. 수백, 수천년 전에 죽은 철학자와 대화를 나눈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달라지나, 양자역학을 공부하는 학자와 음악하는 세계적인 음악가들 사이에 언제나 노출되어 있으면 우리는 어떻게 달라지나, 이 위인들간의 연결의 접합점으로 우리는 어떤 인물이 되는가. 또한 그 위대한 인물들을 알고 있는 다른 인물들과의 관계 형성이 수월해지며 우리가 소통하는 방식과 생각하는 방식은 어떻게 범인과 달라지는가.

 근묵자흑(近墨者黑), 먹을 가까이하면 검어진다는 말이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 주변 영향을 많이 받는다. 사람만 그런 것은 아니다. 자연이 환경에 영향을 받는 것은 워낙 당연하기에 북극곰의 털은 '흰색'이 되고, 나탁의 털은 '황색'이 된다. 자연 환경에 적합한 것이 같은 방향으로 진화해 가듯, 인간에게 환경도 그런 영향을 끼친다. '맹모'가 세 번씩이나 이사를 가면서 아들을 가르친 교훈은 아들을 키우는 것이 '어미'가 아니라 '환경'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고, 말은 제주로 보내는 이유도 그만한 환경이 그만한 양육능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나를 길러내는 환경은 어떤 모양을 하고 있나. 자신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알기 위해서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환경을 아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스스로 학습한다는 인지 없이 꾸준히 학습하게 하는 '환경'의 무서움은 그래서 무엇보다 중요하다. 

 스스로 부를 이룬 이들이 '책을 읽으라 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째서 한국인들은 '학력'을 얻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갖게 되는 것일까. 누구에게 둘러 쌓이느냐에 따라 인간은 자신의 정체성을 확립한다. 정신분석학자 알프레드 아들러는 정체성이 관계속에서 형성된다고 봤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개인의 정체성은 사회적 상호작용과 관계를 통해 발달하며, 이런 관계들은 개인의 성격 형성과 자신이 누구인지 인식하는 정체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고로 개인은 속한 사회적 맥락과 경험하는 대인 관계에 따라 자신을 설정한다. 사업하는 이들이 '학력'이 우수한 이들을 먼저 뽑는 것은 단순히 그들의 학습능력이 '돈'을 만들어내기 때문이 아니다.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학구적인 인물'을 우선적으로 채용하는 이유는 이들이 '목표'를 위해 무엇을 포기하고, 무엇을 선택했는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명확히 눈에 보이는 '숙제'도 게을리 하지 않았던 이들에게, 대부분의 사업가는 업무를 맡길 수 없고, 꾸준하게 자신만의 패턴으로 '반복'해왔던 습관에 대한 강한 믿음이 있다. 그리하여 사회는 '학력 높은 이들'을 우선적으로 곁에 두고 그들로 하여금 '성취'를 얻어 내도록 한다. 다만 사람마다 성장의 시기와 깨달음의 시기가 달라, 누구나 좋은 학력을 가질 수는 없고, 누구나 좋은 인맥을 형성할 수는 없다. 애당초 안정된 분위기에 어린 시절이 노출된 이들과 불안전한 분위기에 노출된 이들이 갖게 되는 심리적 안정감의 차이도 분명하게 있다. 고로 10대 시절 학력만 가지고 사람을 평가할 수는 없다. 고로 그 인간이 어떤 환경에 둘러싸여 있는지를 알기 위해, 우리는 '그 사람의 학력', '출신'을 살피고 가정환경을 알아보고자 한다. 다만 이런 것들 보다 더욱 사람의 정체성을 바꾸는 것이 있는데 그것이 바로 독서다.

 독서는 방구석에서 '뉴욕대 교수'와 대화를 나눌 수 있고, 수 백년 전, 이미 사망한 철학자와 대화를 나눌 수 있게 한다. 다시 엄청난 고학자들에 둘러 쌓여 많은 삶의 간접 경험과 영향력을 얻기도 한다. 책 좋아하는 사람이 성공하는 이유는 거기에 단순히 '돈 버는 방법'이 적혀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 스스로가 그들을 둘러싸는 환경에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 있는 능동력을 갖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작은 마을에서 자랐으나 그는 세계의 위대한 사상가들과 발명가들, 과학자를 책으로 만났으며, 책을 통해 같은 인맥을 공유하고 있는 이들과 원활한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토대를 갖추기도 했다.

 빌게이츠는 우리안에 3080만 달러를 주고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수첩을 구매했으며 폴 앨런, 마이크로소프트 공동 창립자는 카렐 차페크라는 체코의 유명 작가의 작품을 120만 달러에 구입했다. 존 제임스 오듀본의 '북아메라키의 새들'이라는 책은 2010년 런던 미술 딜러인 마이클 톨레마크에 의해 1500만달러에 구매됐고 2023년 워렌 버핏과의 점심식사 경매가는 무려 1900만 달러였다. 주식투자자와의 점심식사도 이처럼 비싼 값을 하는데, 우리는 이만원 안팍으로 동서고금의 엄청난 현자를 만날 수 있다. 

 자, 동네 서점에 가서 '뉴턴'의 프린키피아나 다윈의 '종의 기원'은 2만원 내외의 돈으로 구매할 수 있다. 이로인해 우리는 오래 전 위대한 이들과 커넥션을 갖는다. 이것을 얼마나 위대한 '인맥형성'인가. 그것은 환경이 되고 환경은 사람을 기른다. '큰 사람 밑에서는 덕을 배울 수 있고, 큰 나무 밑에서면 크게 자랄 수 없다.' 누군가와 함께 하고 있는지, 최근 어떤 책을 읽었는지, 그 다양한 환경이 우리를 만들며 우리가 인문학을 공부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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