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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Mar 19. 2021

[계발] 톨스토이의 인생론_ 다 겪어본 자의 스크랩

 톨스토이는 19세기를 대표하는 러시아의 위대한 작가다. 글을 가지고 하는 예술 행위 가인 '작가'라는 그의 직업에서 그가 소중하게 생각하는 '글'들은 어떤 것이 있을까. 막연한 대작가의 선택력이 궁금했다. 그가 취급하고 선별했던 여러 글에는 동서양을 막론한 글들이 많다. 30대에 도박으로 부모의 유산을 모두 날린 그는 방탕한 생활에 빠져 빚을 많이 지고 살았다. 그는 성욕과 도박 등의 유혹에 너무 쉽게 현혹되었으며, 쾌락과 그 뒤에 찾아오는 환멸감의 윤회를 꾸준하게 반복하는 삶을 살았다. 그는 질투심이 많고 남들의 존경과 세상의 찬사를 즐기는 세속적이고도 세속적인 인생을 살았다.

 그렇게 차분한 '작가'라는 삶과는 거리가 멀 것 같은 그는 어느 날 불연 듯, 깨달음을 얻은 성인들처럼 인생의 무상함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진정한 삶의 가치에 대하 탐구하고 고민했다. '작가'라는 타이틀은 그저 글을 쓰는 사람일 뿐이다. 그는 '글'을 쓰는 사람이라고 단정할 수 없다. 사상가의 면모가 있는 그는 다른 현인들처럼 인생의 '무상'함과 허망함을 깨닫는다. 이는 성경과 불경에서 또한 말하는 '인생'의 어느 부분을 닮아 있다. 

그는 노년에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고 '인생이란 무엇인가'라는 다소 염세적인 책을 쓰기도 한다. 사실 평온한 인새를 살았던 사람은 인생의 진정한 가치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지 않는다. 온갖 산전수전을 다 겪고 위부터 아래까지 모두 경험해 본 이에게 우리는 물을게 많다.

 그의 스크랩 북에는 어떤 글들이 스크랩되어 있는가. 나는 군대 시절부터 항상 수첩에 글을 쓰곤 했다. 그 수첩에는 내 생각만 적는다기 보다 책을 읽다가 만나게 된 좋은 구절이나 얼핏 들었던 나를 자극하는 일들 혹은 말들이 빼곡하게 적혀있다. 가끔 그것을 꺼내 보다 보면, 그 시절 내가 어떤 글과 어떤 말들에 자극받고 살았는지 느껴질 때가 있다. 다소 지금은 공감하지 못하는 글들도 어김없이 적혀있는 그 수첩은 하루하루 변해가는 감정에 따라 어떤 날은 뼈저리가 공감되고 어떤 날은 도저히 공감이 되지 않았다.

 원래 삶이란 그런 듯하다. 오늘 읽은 책은 감동적인 책이 내일은 무덤덤할 때가 있고 방금 전에 듣던 감동적인 음악이 한 시간 뒤에는 무덤덤 해질 때가 있다. 작년에 생각 없이 부르던 노래가 올해는 뼛속을 울리는 노래가 되기도 한다. 멈춰버린 시곗바늘이어야 말로 하루에 두 번은 정확하게 맞는다던가. 

 가끔은 그저 그 자리에서 묵묵히 지키는 고전에서 우리는 뼛속까지 공감하기도 한다. 이 책은 한 번 훑고 넘어가기에는 1시간도 걸리지 않는다. 하지만, 언젠가 꺼내보고도 다시 꺼내보다 보면, 내 인생 어느 부분에서 정확히 맞아떨어지는 그 시기가 반드시 있을 것이다.

세속적이고도 세속적인 오늘날 현대인들이 그의 사상에서 배울 점이 무엇이 있는지 읽어 볼 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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