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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Mar 19. 2021

[계발] 아행 성인간을 위한 지적 생산술

'사이토 다카시'의 글이다. 나는 책을 읽을 때, 표지를 훑어 후 바로 저자가 누구인지 살핀다. '사이토 다카시'라는 이름이 적혀 있다. 어디서 들어본 듯했다. 나는 역시나 그의 책을 몇 권 읽었던 적이 있다. 그는 다작을 하는 작가이다. 내가 그의 책을 처음 접한 건 2017년 발매된 '메모의 재발견'이라는 책에서다.  그는 보통 메모나 독서, 공부법에 대해서 글을 쓰는 편이다. 이 또한 그런 그의 특색에 맞는 주제이다.


 어린 시절 SBS의 '호기심천국'이라는 프로그램이었던 것 같다. 밤에 공부하는 학생과 낮에 공부하는 학생을 두고 결과를 비교하는 주제로 방송이 된 적 있다. 결과는 이렇다. 아침 공부가 저녁 공부보다 3배 이상 집중력이 높아진다는 사실이다. 그 뒤로부터 아침 일찍 일어나는 사람은 성실하고 효율적인 사람이라고 인색했다. 


 책은 데카르트의 죽음의 원인을 이른 아침 기상과 연결시켜 이야기를 끌어낸다. 사실 조금 억지 비약일 수도 있지만, 이야기 전개 방식에서 호기심을 자극하기는 충분하다. 나는 이 책에 일부 공감하고 일부는 생각이 조금 다르다. 하지만 책의 중반부까지 읽으면서 나는 이런 생각을 했다. 

'야행성이 되면 뭐가 좋다는 지는 말 안 하고 딴소리만 자꾸 하네?' 그러다 다시 책의 제목을 들여다봤다. 책은 야행성이 무엇이 좋은지를 말하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야행성 인간이라면, 어떻게 지적 생산을 하는 게 좋은지를 말하는 책이다.


 사람은 살다 보면 무언가에 미쳐있을 때가 있다. 사실 어떤 걸 이루기 위한 방법은 간단하다. 노력하면 된다. 하지만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는 건 더 간단하다. 우리가 단지 그것을 이루기 위한 방법의 방법을 찾기 때문이다. 살 빼는 방법은 덜먹고 많이 움직이는 것이다. 하지만 덜먹는 방법과 많이 움직이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고 다시 덜 먹는 방법에 대한 방법을 고민하고 많이 움직이는 방법에 대한 방법을 고민하게 된다.


 가령, 어떤 음식이 칼로리가 몇인지? 자전거를 타는 게 운동이 되는지? 빠르게 걷는 게 좋은지?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얼마나 움직여야 하는지? 먹기 전에 운동하는 게 좋은지? 운동 후에 먹는 게 좋은지? 등을 고민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러는 방법은 그 방법의 방법을 찾게 되고 다시 그 방법의 방법의 방법을 찾으며 점점 쉽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성공하려고 따지고 들게 된다. 


 하지만 기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아침에 공부하는지와 저녁에 공부하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정말 절박하게 해야 할 일이 있으면, 밤에는 잠이 오지 않고 아침에는 일찍 눈이 떠질 것이다. 그럼 그때마다 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그렇게 접근한다면 이 책을 읽으려는 예비 독자들의 희망을 무참히 짋밥는 일일지도 모른다. 나의 개인적인 생각은 이쯤 접어두고 책에서 말하는 밤이 좋은 이유에 대해 함께 공감해보자. 아마 우리의 대부분은 야행성이다. 때문에 사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자신의 행동을 합리화하고 싶어 할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이 밤에 활동하는 일에 좋다는 근거를 이 책에서 찾고, 마음껏 자신의 스타일대로 살아가 보는 것도 좋다.


 책은 기억은 밤에 더 잘 정착된다고 한다. 자는 동안 뇌에서 하루의 기억을 저장하는 최적화 작업이 일어난다고 하는데, 이 부분에서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소설인 '잠'이라는 소설이 생각난다. 이 소설에서는 자는 동안의 뇌의 작용에 대해 이야기한다. 물론 소설을 가지고 근거로 삼는 것에 고개가 갸우뚱 해질 수도 있지만, 사실 그의 소설은 뇌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집필했던 흔적들이 있다. 그런 걸 보자면 밤이 훨씬 더 유리하다고 볼 수도 있다. 그의 소설에서는 소설 속 주인공이 잠을 자면서 꿈을 통해 공부를 하여 의사가 되는 장면도 매우 설득력 있게 나온다. 


 그의 책을 읽다 보니, 그의 전공처럼 굳이 '밤'과 상관없이 '독서'의 중요성에 대해서 이야기하기도 한다. 그의 전 공답 게 그는 독서의 중요성과 방법에 대해 계속 이야기한다. 그리고 마무리로 그런 독서를 하는 가장 좋은 시간은 밤이라고 말한다. 역시나 책을 좋아하면, 다만 밤낮없이 보게 되지 않을까 생각되기도 한다. 사실 이 책의 내용에 공감하는 내용 중 가장 큰 건, 밤이 주는 감성이다. 사실 어떤 글을 쓴다고 할 때, 밤에 쓰는 글이 조금 더 감성적이다. 같은 책을 고르더라도 아침에 고르는 책과 저녁에 고르는 책이 다른 것처럼 우리의 생체 리듬에 맞는 감성이 존재하고 그 감성에 맞는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아무래도 아침에 읽는 계발서가 훨씬 마음에 와 닿고 저녁에 읽는 시가 더 감성에 와 닿는다. 필요에 의해 선택이 가능한 일이지 않을까 싶다.


 다만, 이미 야행성이라면 내가 야행성이라서 좋은 점을 찾아보는 것만으로도 인생의 밝은 면을 찾는 행위다. 아마 자신을 더 잘 알아가는 독자들이야 말로 미래가 밝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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