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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Feb 21. 2024

[생각] 시계를 뒤집는 이유_저도 모르게 만들어지는 습

 거추장스럽게 몸에 무언가 달고 있는 것을 좋아하진 않는다. 고로 시계도 답답하여 몇 번을 착용했다가 푼다. 그러나 애플워치를 착용하는 이유는 '스마트폰'을 덜 쓰기 위해서다.

 의미없이 '시간'을 확인하려다, 알람을 확인하고 알람을 확인하려다 짧은 영상을 본다. 다시 뉴스 기사를 확인하면 애초에 무엇을 하려 했는지 잊어 버린다. 고로 뚱뚱한 손가락으로 두 개의 버튼이 눌러진다 하더라도, 몸집에 맞지 않는 가장 작은 스마트폰을 가지고 있다. 스마트폰을 멀리하고 중요한 메시지만 확인할 수 있도록 '애플워치'를 착용했다. 중요한 전화나 메시지만 선택적으로 받을 수 있도록 스마트워치에 설정하면 '혹여나 중요한 연락을 받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 없이 '독서'를 즐길 수 있다.

 책상에 앉아 왼손으로 책을 든다. 오른손손으로는 책을 넘긴다. 이렇게 책이 왼손에 위치하게 되면 어쩔 수 없이 시계를 착용하고 있는 쪽은 손바닥을 뒤집어 하늘을 향하게 된다. 그 결과 시계의 '액정' 부분이 아래로 닿는다.

 '슥슥' 몇 번 시계가 바닥을 긁으며 내는 불쾌한 소리를 들으면 이내, 착용한 시계를 벗어버린다. 이렇게 시계를 착용했다 벗었다를 반복하면 이내 불편함이 솟구쳐 오른다.

 의도나 계획한 바 없이 시계를 뒤집어 책을 읽는다. 다시 컴퓨터로 글을 쓸 때면 손바닥이 아래로 향하게 되기에, 다시 시계를 뒤집는다. 그로 시계는 언젠가는 손목의 위를 향하고, 언젠가는 손목의 아래를 향한다.

 언젠가 한 번은 '신체 구조상', 남성은 손목의 바깥쪽으로, 여성은 손목의 안쪽으로 시계를 착용하는 편이 편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손목 안쪽으로 시계를 착용하는 것이 어쩐지 여성스럽다는 편견을 갖게 됐다. 물론 그것은 사실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오래된 기억이 만든 선입견에 따라, 시계를 안쪽으로 착용하는 '패션센스'에 대해 꽤 일반적으로 '여성스럽다'는 생각을 갖곤 했다.

 그것을 의식한 것은 아니지만, 어쩐지 시계를 돌려 차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있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점차 남의 시선을 고정으로 선입견들이 '편의성'에 비해 하찮다는 사실을 깨닳는다. 그렇게 어떤 경우에는 시계를 돌려 차고 한참이 지나기도 한다.

 국민학교 때는 시계를 돌려 착용하는 여자 아이들이 있었다. 다만 그렇게 착용한 남자를 본 적은 그 이후로 지금까지 한번도 없다. 상대적으로 '외형'에 신경쓰지 않는 '남성의 문화' 일 수도 있고 아직 발견하지 못한 세계의 이야기 일 수 있다.

 우연히 발견한 나의 습관,

독서 할 때, 시계를 뒤집는 나를 발견했다.

 분명한 것은 매우 '합리적인 이유'로 시계를 돌려 착용하는 문화가 나에게 생겼다. '왜 그렇게 착용합니까'라는 질문에, '멋을 위해서요'가 아닌, '책 읽을 때 불편하거든요'라고 현대 우리 사회가 갖고 있는 편견에 대항할 변명도 갖고 있다. 어쨌건 그렇다. 나는 시계를 바로 착용하기도 하고, 뒤집어 착용하기도 한다. 이렇게 내가 나의 삶과 사고 방식에 편하도록 나의 외부에 만들어가는 습관들이 하나, 둘 나의 정체성을 만들어간다. 어쩌면 그것이 오해를 불러 일으킬 수 있고, 때로는 스스로도 그 이유를 찾지 못할 때도 있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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