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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Feb 27. 2024

[수필] 세상에서 가장 낯선 사람과의 대화: 독백_혼자


나는 사람의 뒷통수를 보면 연민의 감정을 느낀다. 왜 그런지는 알 수 없으나, 눈을 등지고 있는 그 뒤통수에서 그가 평생 보지 못할 우주의 끝 같은 존재를 내가 보았다고 생각될 때가 있다.

우스께소리로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정말 훌륭한 '장총'이면 자신의 뒷통수를 저격할 수 있단다. 우주도 결국은 지구처럼 '구' 모양을 하고 있을진데, 어쩌면 가장 먼거리라고 하면 어설픈 '안드로메다 은하'가 아니라 눈 뒤에 달린 '뒷통수'가 아닐까 생각한다.


'거울'과 '거울'로 내 뒷통수를 구경하는 일을 '취미'삼아 하는 사람은 없다. 그것이 이론상 가능하다고 하더라도 그곳을 들춰 보는 일은 상대의 눈에 비해 희귀한 일이다. '관찰하면 존재하고', '관찰하지 않으면 존재하지 않는다'라더니, 나의 뒷통수는 과연 존재하는가, 존재하지 않는가. 상대의 뒷통수를 보면 제아무리 대단한 사람의 뒷통수라하더라도, 그에게 철저히 '무지'의 영역이 되는 그 '구역'을 면밀히 볼 수 있다는 사실에서 남모를 우월감이나 연민의 감정이 생기기도 한다.


상대의 완전한 '나체'를 관찰하는 듯, 완전히 벗겨져 있는 상대의 모습을 보는 듯. 그의 완전한 무지의 영역을 훔쳐보면서 나또한 누군가에게 뒷통수를 내보인다. 나의 뒷통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아마 흰머리가 약간 있을 수도 있고, 삐친 머리가 불완전하게 달려 있을지 모른다. 그런데 내가 내 뒷통수를 살폈던 것은 언제인가. 가만 살펴보니, 나는 남들을 관찰하며 남에 의해 관찰된다. 그러며 정작 내가 나를 가장 모른다. 나는 나에게 단 한번도 면밀한 360도의 모습을 보여주지 않는다.


살다보면 상대의 표정과 말투, 숨소리를 관찰하게 된다. 나또한 그랬다. 직장 상사의 숨소리가 어땠는지, 그의 표정은 어떻고 목소리는 어떤지. 그 작은 변화에도 큰 의미를 부여하며 생각의 꼬리를 물고 물리며 증폭해 나간다. 상대 눈썹의 미세한 떨림을 포착하고 의미를 부여하며, 아주 사소한 억양과 말투에도 의미를 부여한다. 머릿속은 끝없이 상대의 모습을 되뇌인다.


그러나...


자신이 어떤 말투와 표정을 하고 있는지. 목소리는 어떠하면 말의 빠르기와 높이는 어떠한가. 어떤 눈빛을 하고 있나. 상대의 한숨에 부여하는 큰 의미만큼 나의 숨에도 의미가 부여되고 있는가. 숨을 단 한번이라도 조절해 보거나, 관찰해보려 노력은 한 적 있는가.


입술 주변의 근육은 어떤 긴장상태에 있는가. 이마의 근육은 어떻고. 발이 닿고 있는 바닥의 감촉에 대해서는 떠올려 본 적이 있는가. 나의 왼쪽발 세번째 발가락의 촉감은 어떠한가. 그것을 지금에서야 느껴본다면, 그것이 남의 발가락과는 어떤 차이가 있는 것인가.


살다보면 참 다양한 사람의 인간이 존재한다. 이런 인간들은 각자마다 독특한 특색을 가지고 있다. 우리는 사람들마다 각각 다른 '라벨링'을 하면서 정작에게 자신의 등에 붙어 있는 '라벨링'은 보지 못한다. 눈에서 가장 먼거리인 뒷통수에 달려 있으니 보지 못한다. 가깝고도 멀다는 의미는 그런 의미가 아닐까. 우리가 가장 모르는 것은 '상대'가 아니라 '나'일지 모른다.


혼자라는 것은 때로는 가장 낯선 이와 함께 하는 일일지 모른다. 지금의 내가, 과거의 모든 나를 대표할 자신은 여전히 없기 때문에 지금의 나는 단 한번도 만나 본 적 없는 존재이며, 더욱이 관찰해 본 적은 없다. 낯선 땅에 있을 때,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다는 생각이 당연히 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우리 인간이 혼자 있을 때 느끼는 '외로움'이라는 감정은 가장 낯선 자신과 일대일로 마주할 때가 아닐까. 우리는 가장 낯선이들과 만남을 피하고자 결국은 가장 익숙한 누군가를 밖으로 찾아나선다.


황솔아 작가의 '혼자인 건 좋지만 외로운 건 싫어'는 작가가 서른 여덟살 동안 겪은 다양한 생각과 삶이 그려져 있다. 주변에 존재할 만한 누군가의 이야기이며, 쉽게 나의 모습이 보이기도 한다. 가만히 생각해보건데 황솔아 작가가 말하는 것 처럼, 겉을 보여지는 나와 내면의 내가 각각 다른 표정을 하고 있는 것은 어쩌면 너무 다면화된 사회를 살아가기 위한 현대인이 생존 본능이 아닐까.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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