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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Mar 09. 2024

[과학] 자유의지란 있는가_생강 생물1 2

 최면 후 암시란 무엇일까.

최면 후 암시란 최면 상태에 있는 사람에게 어떤 행동, 생각, 감정 등을 최면이 깨어난 후에 하도록 지시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암시를 줘서 최면이 풀린 후에도 그 암시의 영향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

 영화 '올드보이'를 보면 오대수는 15년 간 감금된 후 갑자기 석방된다. 이후 오대수의 행동과 생각은 자유의지가 아닌, 최면술사에 의해 계획되고 조종된다. 암시를 주면 그에 맞는 생각과 행동을 한다. 이는 꽤 흥미로운 영화적 소재다. 그러나 이런 일이 꼭 영화에서만 발생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 모두는 일상생활에서 알게 모르게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 받는다. 이런 상호작용 또한 때때로 '암시'의 형태라고 볼 수 있다. 물론 전통적인 의미의 최면과는 다르다. 다만 누군가의 믿음이 우리에게 어떤 작용을 하는지는 '피그말리온 효과'를 통해서도 이미 입증됐다.

 우리는 '자유의지'를 가지고 살아간다고 믿는다. 그러나 대체로 우리는 '자유의지'보다 '환경적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실제로 '서울대 입학생'의 비율을 보면 특정 지역에서 월등하게 많은 경향이 있는데, 이는 물론 '부모의 소득과 직업'이라는 사회적 영향이 분명이 존재하지만 실제로 알게 모르게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환경에 의한 '암시'를 받는다는 것을 방증하는 지도 모른다.

 우리가 매일 경험하는 '감정', '생각', '감각'들은 모두 화학 반응으로 연결되어 있다. 우리는 물리, 화학과 완전히 동떨어진 존재는 아니다. 우리의 신체는 역시 대부분 촉촉한 상태로 이루어져 있다. 물은 화학 반응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물은 우수한 용매다. 고로 물에 녹아 있는 이온과 분자는 화학물질의 특성을 갖는다. 고로 우리 몸은 끊임없는 화학 반응의 장이다. 화학은 우리가 경험하는 세상을 만든다. 우리는 '자유의지'를 갖고 스스로 운명을 개척한다고 여기지만 정말 그런지 정확하게는 알 수 없다. 우리 몸은 세포로 이루어져 있다. 세포는 물,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핵산 등의 화학물질로 이루어져 있다. 우리 몸의 세포 안팍에는 나트륨, 칼륨, 칼슘, 염소 등이 있다. 특히 세포 외부에는 나트륨(Na+)과 칼륨(K+)이 있고 내부에는 염소(Cl-)가 있다.

 세포 외부에는 나트륨과 칼륨이 많다. 이들은 양이온이다. 반대로 내부에는 염소가 많다. 이는 음이온이다. 양이온과 음이온을 구분하는 기준은 '전자'를 얻었는지 잃었는지로 구분한다. 모든 원자는 대체로 중성자와 전자로 이뤄져 있다. 전자는 마이너스다. 즉 원자가 전자를 잃으면 양이온, 전자를 얻으면 음이온이다. 즉 여기서 양이온과 음이온이 섞이면서 세포 내부가 상대적으로 양의 전하가 되면 근처 세포막도 연쇄적으로 반응하며 양이온 채널을 연다. 이런 과정은 반복적으로 일어나는데 이런 전기적 차이가 신경 세포를 따라 빠르게 이동한다. 이런 전기적 신호는 외부의 자극으로 시작해 빠르게 뇌까지 도달한다.

 후각, 촉각, 미각, 시각, 청각 등 모든 정보는 사실상 '전기신호'이며 전기 신호는 '화학'을 기반으로 작동한다. 영화 매트릭스를 보면 '매트릭스' 신호로 짜여진 가짜 세상에 대한 소재가 등장한다. 우리가 외부에 있다고 믿는 어떤 것은 실제로 외부에 있는지 철학적으로 알 수 없다.

 이유는 이렇다. 우리가 어떤 것을 보고 만지고 듣고 맛본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그것이 아니라, 그것이라는 '신호'일 뿐이다. 세포의 구성 물질 간의 삼투압과 관련한 전기적 작용이 연쇄적으로 일어나 발생한 전기적 신호이며 그 신호가 받아들이는 방식은 '농도'에 따라 달리 정해진다.

 우리는 모두 같은 세상을 보고 있는가.

 사실은 알 수 없다. 모든 나무는 그 구성 성분이 일부 비슷하여 서로 비슷한 성질을 공유하지만 그것의 농도는 모두 다르다. 고로 완전히 똑같은 '나무'라 할 수 없다. 우리 인간도 그렇다. 하물며 손톱 모양, 손바닥을 이루고 있는 지문의 모양도 각기 다른데, 그를 이루고 있는 화학물질의 구성과 농도 차이가 똑같다고 할 수 없다. 같은 것을 보고도 다르게 느끼고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받아 들이는 것은 때로 그것이 실제 그에게 다르기 때문일 수 있다.

 모든 것은 연쇄작용이다. 어떤 음식을 먹고 어떻게 분해하고 어떤 자극을 주었으며 이후 어떤 화학적 농도를 가지게 됐는가. 다시 거기에 어떤 음식을 취식하고 다시 어떻게 분해했으며, 어떤 자극이 쌓여 갔는가. 이런 매순간 작은 자극과 선택은 나비효과가 되어 완전히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 낸다.

 이는 결정론적 우주관인 '라플라스의 마법사'와 비슷하다. 라플라스의 마법사는 19세기 프랑스 수학자이자 천문학자인 피에르시몽 라플라스가 제안한 사상 실험이다. 만약 우주의 모든 입자의 위치와 속도를 정확히 알고 있다면 그리고 모든 자연 법칙을 완전히 이해하고 있다면 우리는 모든 과거의 사건과 미래의 모든 사건을 완전히 예측하고 재현 할 수 있다. 그 엄청난 경우의 수를 모두 계산할 수 있다면 '물리학' 뿐만 아니라, '화학'도 '결정론적 운명'을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은 아닐까.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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