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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Mar 08. 2024

[인문] 당신의 글자를 읽었을 때, 뇌에서 벌어지는 일

'사과'

 이 문자를 보면 우리는 '빨간 과일'을 떠올린다. '사과'라는 '음성 신호'도 함께 떠오른다. 어쩌면 누군가는 사과의 '맛'이 떠오를지도 모르고, 감촉이나 과거 기억이 떠오를 수도 있다. 혹은 알 수 없는 '알고리즘'으로 '아이폰'이 떠오를지도 모르고 다시 피보나치 피보나치 수열 알고리즘처럼 '주식'이나 '돈'이 떠오를 수도 있다.

 즉 '사과'라는 문자를 볼 때, 우리의 뇌는 '음성'과 '이미지'를 동시에 떠올리고 뿐만 아니라 미각, 촉각, 시각을 비롯한 다양한 감각을 연결 지을 수도 있다. 이렇게 동시에 떠올리는 작업은 단순한 듯 보이지만 그렇지 않다. 

 우리의 뇌는 '문자'와 다양한 감각을 동시 연결해야 한다. 그것이 '문자'의 역할이다. 자, 그렇다면 우리가 '사과'라는 문자를 읽었을 때, 우리의 뇌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그전에, 우리 뇌는 어떻게 구분할 수 있는지 보자.

 전두엽은 추상적 사고와 판단을, 두중엽은 통증을, 후두엽은 시각, 측두엽은 청각과 기억을 담당한다. 우리가 '사과'라는 문자를 읽었을 때, 뇌는 동시다발적으로 여러 부위를 활성화 시킨다.

 이 말은 무엇일까. 사람의 뇌는 기본적으로 1.4에서 1.6kg정도다. 여기에는 860억개의 뇌 속 신경세포가 있다. 이 점은 '천재'와 '우리'가 크게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들과 우리의 큰 차이는 바로 '시냅스 연결'에 있다. 시냅스는 쉽게 말하면 '전선'이라고 보면 된다.

 10층 짜리 건물이 있다고 해보자. 건물에 스위치를 하나 눌렀을 때, 한 번에 10층 전체의 불을 키기 위해선 여러 개의 스위치를 만들 것이 아니라, 하나의 연결된 스위치만 있으면 된다.

 즉, 전선이 다양하고 복잡하게 연결되어 하나의 스위치에 연결 된다면, 우리는 하나의 작업으로도 10개의 불을 켤 수 있다. 다만 건물이 100층이건 1000층이건 스위치 연결이 시원찮다고 해보자. 그 건물을 켜기 위해 몇 번의 스위치를 눌러야 하는가.

 시냅스 연결 강화는 그래서 중요하다. 그런 의미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냅스를 연결 하는 일이다.

 시냅스는 단단한 피복으로 둘러 쌓인 전선과 다르게 말랑말랑한 단백질이다. 이것은 사용하면 늘어나고 길어지고 서로 달라붙는 '유연성'을 갖고 있다. 즉 축구를 많이 하면 하체 근육이 발달하는 것처럼 이또한 계속되는 빈번한 자극으로 모형을 변형한다.

 '사과'를 문자로 읽었을 때, 동시다발적으로 자극되는 뇌는 일회적으로 끝났을 때는 그저 단순 자극이지만, 그것을 지속적이고 빈번하게 반복하면 그것은 뇌의 여러 방을 연결하는 수많은 전선이 된다. 그리고 하나의 자극으로 여러개의 방을 동시에 키고 끌 수 있는 효율성을 갖게 된다.

 문자는 '소리'와 '이미지', '맛'과 '냄새', '감촉' 등 다양한 감각을 함께 연결한다. 지난 과거의 일인 '기억'을 상기시키고, 추상적인 생각을 일으킨다. 앞의 두 대상의 합이 새로운 순서가 되는 피보나치 수열처럼, 연결되고 합쳐지고 새로운 것이 무한대로 생성된다.

 '사과'는 '사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자극을 한 번에 일으킨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일지 모른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대한민국 사람의 99%는 '문자'가지고 겨우 '음성'으로만 변환시킬 수 있다. 다시 말하지만, 문자는 음성만 저장하는 도구는 아니다. 다른 감각도 함께 떠올릴 수 있는 사람은 25%에 그치지 않는다.

 다시말해, 우리나라에서 문자를 소리내어 읽을 수 없는 사람의 수, 문맹률은 1%이지만 그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알지 못하는 사람의 수는 75%나 된다.

 최신식 TV를 가지고 '소리'만 듣는 용도로 사용하는 셈이다.

한때, 영화 평론가 이동진 님의 기생충 평이 뜨거웠던 적이 있다. 

 '상승과 하강으로 명징하게 직조해낸 신랄하면서 처연한 계급 우화'

 '명징'과 '직조'가 담고 있는 '음성 정보'를 꺼내 읽을 수 있는 사람은 많았다. 다만 그것을 '이미지화', '의미', '감각' 등 다양한 방식으로 연결하는 경우는 많지 않았다. 결국 이것은 이슈가 됐다.

 언어는 이처림 '기호성'을 갖는다. 뿐만 아니다. '언어'는 '자의성'과 '창의성' 또한 갖는다. '언어'는 집단 지성에 의해 자연 발생한다. 고로 언어는 그 문화와 사회를 반영하기도 한다. 어떤 단어를 만날 때, 우리는 그 단어가 가진 문화적, 사회적 배경에 대해 떠올릴 수도 있다. 이는 역시 앞서 말한 다양한 감각기관을 자극한다.

 다양한 민족이 섞여 살수록 '문법 체계'는 단순해진다. 또한 '단어'는 여러 문명에 유입되어 다양해진다. '인도네시아'의 인니어가 대표적이다. 인니어는 그 문법이 꽤 단순하다.

 이 언어에서 책은 '부꾸'다. 영어의 'book'와 닮았다. 반면 '책들'은 무엇일까. 책의 복수는 '부꾸부꾸'다. 단순히 명사를 두 번 씀으로써 복수형 명사를 만드는 것이다. 중국의 경우도 그렇다. 중국은 다민족 국가다. 이들의 문법은 비교적 단순한 편이다. 다양한 민족이 빠르게 배우고 소통해야 하기에 복잡한 문법 체계가 단순화 되는 것이다.

 이것은 누군가의 설계에 의해 이뤄지는 것은 아니다. 문법이라면 '아래로의 발전'으로 이뤄진다. 이게 무슨 말인고 하면 이렇다. 스페인 바로셀로나에 있는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과 흰개미집의 차이다. 스페인 바로셀로나에 있는 파밀리아 성당은 위로 뾰족 솟은 12개의 첨탑 건물 구조가 인상적이다. 다만 흰개미집은 얼핏 파밀리아 성당과 매우 유사한 구조로 이뤄져 있다. 그렇다면 이 둘의 차이는 무엇인가. 파밀리아 성당의 경우 가우스가 설계한 건축물이다. 다만 흰개미집의 경우는 다수의 흰개미가 설계도면 없이 지은 구조물이다.

 이 둘의 결과물은 상당히 유사하지만 그 과정은 상당히 다르다. 이에 대해 '리처드 도킨스'는 하향식 설계와 상향식 설계를 언급했다. 파밀리아는 '위에서 아래로의 하향식 설계'다. 설계자가 있고 그 도면에 맞춰 지어진 계획적 구조물이라는 것이다. 반면 '흰개미집'의 경우 무리에 속한 개미가 자신에게 주어진 규칙에 따라 개별로 작동하며 이뤄지는 '아래에서 위로의 상향식' 구조체다.

 언어라면 흰개미집과 같이 아래에서 위로의 상향식 구조체다. 즉 다수가 개별의 활동을 하며 이뤄낸 복합적 구성체라는 의미다. 다수가 사용하다보니 여기에는 규칙성과 창조성이 함께 들어간다. 다시 말해 '문법'은 자연발생적이며 창조적이고, 기호성을 갖고 있으며 역사와 사회성을 갖는다.

 문법을 배우고 언어를 아는 것이 아니라, 언어를 알게 되면 문법이 저절로 익는다. 다시 말해 글을 많이 읽고 이야기를 많이 하는 것은 다양한 자극을 주고 우리가 더 특별한 사고를 할 수 있도록 돕는다. 단순히 문자가 담고 있는 정보를 열어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한 번에 여러 개의 방을 밝히는 '효율적인 시스템'을 갖게 하는 것이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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