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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Apr 13. 2024

[소설] 짧게 스치고 간 '젊음'... 그것을 닮은 소

 기묘하다. 이런 류를 '고딕 소설'이라고 한다는데, '고딕 소설'은 19세기에 영국에서 유행한 공포와 로맨스가 결합된 분위기의 소설이란다. 그러하다. 소설은 기묘했고 묘했다. 우리 영화 '장화홍련'에서 느꺼지는 적막하고 오묘한 분위기의 소설이다. 더군다나 반전까지 덧붙인다면 더욱 그렇다.

 소설의 화자는 주인공을 '너'라고 부른다. 마치 '독자'에게 이야기 하듯 담담한 목소리로 '너'의 이야기를 읊은다. 화자는 젊은 역사학자 필레페 몬테로를 '너'라고 칭한다. 필레페는 구인광고를 보고 '콘수엘로' 부인의 글을 정리하기로 한다. 콘수엘로는 그가 집에 머물면서 작업을 하길 바라고 결국 필레페는 그렇게 하기로 한다. 집안은 신비롭고 음산한 분위기로 가득차 있으며 빛이 들어오지 않는 어둠으로 가득차 있다. 이 어둠에서 '필레페'는 초록색 눈의 아름다운 소녀를 본다. '아우라'다. 아우라는 콘수엘로의 조카다. 그 젊음이 매혹적이다.

 마른 양파 껍질같은 피부를 가진 노파, '콘수엘로'와 너무나 대조적인 '아우라'는 완전히 극적으로 대조적이다. 이런 대조 속에서 주인공 '필레페'는 '노파'에 대한 혐오와 '아우라'에 대한 사랑의 감정을 교차하며 느낀다. 음산한 분위기의 이 고딕 미스터리 소설은 매우 짧지만 강렬하다.

 소설가 '카를로스 푸엔테스'는 독특하게도 이 소설에서 2인칭 서술 방식을 사용했다. 가만히 생각해 보건데, 이런 서술방식의 소설은 처음 읽어 본 듯 하다. 이 기법은 독자인 내가 소설의 신비로운 경험을 직접하도록 한다. 이야기 속 행동과 결정의 주체가 마치 자신이 된 것 같은 착각 속에서 그 몰입도가 월등하게 높아졌다. 전지적 시점으로 쓰인 다른 소설처럼 독자가 단순한 관찰자가 아니라, 능동적 참여를 하는 참여자로 만들어 낸다. 다시 생각해보니, 괴테의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서도 비슷한 감정을 느낀 듯 하다.

 이 소설은 현실과 환상, 꿈과 실제가 모호한 경계로 이어져 있다. 그 묘한 분위기 속에서 '필레페'는 아우라와 그녀의 이모인 '콘수엘로' 사이에 벌어지는 신비한 사건에 휘날린다. 콘수엘로 남편의 기록을 정리하는 단순한 서사로 시작되지만 초자연적 사건, 아우라와의 관계, 심오하고 어두운 사건들과 비밀이 짧은 순간에 동시적으로 일어나며 다양한 내면적 갈등이 일어난다. 소설을 다 읽고도 남은 여운을 잊지 못해 꽤 한 동안 그 이야기를 곱씹게 된다.

 이 소설은 '젊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작가 '카를로스 푸엔테스'는 종종 젊은 캐릭터를 통해 시대의 변화와 정체성에 대한 고뇌를 그리는 작가다. 대체로 개인과 사회 간의 갈등을 주제로 하는데, 이 소설인 '아우라'에서도 콘수엘로 부인의 남편 글을 정리한다. 이 글은 '회고록'으로 꽤 역사적인 사건을 개인이 관통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 글이 쓰여지던 1960년대는 '카를로스 푸엔테스'가 있던 '멕시코'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큰 사회적 혹은 문화적인 변화를 겪던 시기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젊은이'들이 있었다. 푸엔테스는 이런 '젊은이'들의 '변화'와 '혁신'에 대한 이미지를 종종 작품에서 사용했다.

 사실 '멕시코 문학'은 처음 읽었다. 소설의 군데군데 묻어 있는 '멕시코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이야기도 흥미있고 신기하다. 라틴 아메리카하면 우리가 배우는 주된 역사와 꽤 떨어진 곳이 아닌가. 카를로스 푸엔테스로 하여금 만난 첫 멕시코 문학에 대한 꽤 깊은 인상을 받았다. 소설이 짧아 쉽게 시작했으나 여운이 길어 짧은 소설을 읽었다고는 믿겨지지 않을 정도다. '민음사'에서 출판한 '세계문학전집'이라는 '세트'가 없었더라면 과연 나는 이 책을 읽어 볼 수나 있었을까. 반전이 있는 소설이라 줄거리를 모두 기록 할 수는 없다. 몇 번을 다시 읽어도 될 명작인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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