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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May 08. 2024

[읽을책] 길을 잃었을 때, 고전을 찾는 이유_동양고전

 머리가 가볍지 않다. 본래 그러했다. 근래 더 그렇다. 대충 쌓여 있는 바닥 위로 위태로운 돌탑을 보는 기분이다. '지금부터라도 제대로 쌓아보자!' 했던 수많은 도전이 그대로 삐끗거린다. 아무리 제대로 쌓아도 바닥으로 흔들리는 균형을 잡긴 힘들다. 시간을 두고 더 많은 돌을 쌓을수록 바닥에 쌓은 '불균형'이 더 위태롭게 만든다. 결론에 도달한다.

 '지금이라도 허물고 다시 쌓는가.'

 '일단 어떻게든 위로 쌓으며 방법을 생각해 볼 것인가.'

 매몰비용의 오류라고 있다. 이미 들어간 투자에 대해 '본전'을 떠올리는 것이다. 이미 들어간 비용과 시간 때문에 그 결말을 알면서 진행방향을 유지하는 것이다. 떨어지는 칼날에 물을 들이 붓고, 그 평균을 내린다고 아둥거리는 무지한 투자자 같다.

 '결말'이 보인다면 얼마가 매몰됐는가는 중요치 않다. 더 매몰될 미래를 봤을 때, 지금까지 매몰된 것을 포기해야한다.

 내 기반이 되던 대강의 기초를 모두 들어내고 새로운 기반을 쌓기로 했다. 뿌리부터 잘못된 방향을 고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지 고민했다.

 '철학'이다. 철학은 방향이다. 속력보다 방향이 중요하다. 얼마나 빠른 속도로 달리느냐는 올바른 방향으로 차근차근 나아가는 것을 이기지 못한다. 결국 나를 구성하는 '철학'을 다시 되집기로 했다.

 내가 했던 선택들, 내가 했던 생각들, 내가 맺어왔던 관계와 일상들을 구성하던 '얼치기 철학'을 모두 들어내고 그 자리에 '선인'들의 '철학'을 모방하기로 했다.

 완전한 창조를 위해 '모방'을 피하는 것은 가장 무지한 것들 중 무지한 일이다. 최선의 성장은 '모방'에서 시작한다. 무엇을 모방할까. '인류 탄생 이후' 수많은 이들에게 검증받고 수정되고 길러냈던 선인들의 생각과 말에서 답을 찾아보기로 했다. 

 모든 진리는 하나로 통한다. 결국은 '고전'이 답이다. 너무 당연해서 감흥이 오지 않는다.

'낙숫물이 바위 뚫는다',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충분히 우리를 자극할 수 있는 훌륭한 말들을 두고 가끔은 더 자극적인 말을 찾아 다니느라 애쓴다. 누군가가 말하는 난데없는 질책을 자기계발서에서 찾아 듣고 일종의 '대리만족'과 '열등감'을 느낀다. 이는 결국 독자와 작가의 간극을 더 넓힌다.

 사실 그러고보면 우리는 모두 알고 있다. '정도'가 답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살을 빼기 위해서 '덜' 먹고 '많이' 움직이는 것이 중요하다.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덜' 놀고 '많이' 공부하는 것이 중요하다.

돈을 많이 벌기 위해, '덜' 쓰고 '더' 버는 것이 중요하며,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 '더' 듣고 '덜'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 정도를 피하려다보니 이상하게 꼬인 방법을 찾아가게 된다.

 '정도'를 피하려는 이유는 '더 획기적인 방법'을 찾겠다는 '욕심' 때문이다. 덜 하고 더 얻을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나서는 과정에서 많은 실수를 하고 결국 모두가 정도로 돌아온다.

 그렇게 '베스트셀러'나 '유행'을 따르는 것이 아니라, '스테디셀러'나 '고전'을 찾아 나선다. 30년 간 꾸준한 선택을 받은 스테디셀러도 꽤 검증된 도서다. 많은 이들의 비판적 시각을 이겨내고 세대의 변화를 겪고도 흔들리지 않은 본질을 건들였다. 그렇다면 수백, 수 천년이 된 책들은 어떤가. 더 말할 필요도 없다. 그렇게 점점 '고전'으로 시선이 향한다.

 개인적으로 '철학'에 대해 '동양철학'을 좋아한다. 동양은 '관계'에 깊은 고민을 했다. 높은 강수량은 대규모 농사를 짓도록 했다. 대규모 관개 사업이 필요했고 이 과정에서 수직적 관계가 생겼다. 동양은 관계과 서열을 중요히 여겼다. '서열'은 '효율'을 높힌다. 상하복종은 결정을 빠르고 간결했다. 서양에서 시작된 '산업혁명'의 '동양'에서 꽃피우게 되는 이유다.'집단'은 개인의 희생을 필수로 한다. 중국, 일본, 인도를 포함한 '동양'의 경제는 21세기에 이미 서구를 넘어섰다. 많은 인구와 역사는 그만한 '오답노트'를 갖고 있을 것이다. 그것이 '동양철학'이다. 한사람의 인생을 하나의 역사로 보면, 동양은 분명 서양보다 역사와 인구에서 더많은 시행착오를 경험했다. 적잖은 빅데이터는 '일반화'되고 간결해진다.

 심리학자 '아들러'에 따르면 모든 문제는 '관계'에서 시작한다. 수억 인구의 수천 년 노하우는 분명 가치있다. '꽤 유통기한 지난 고리타분한 말'이 아니다. 그것이 수 천 년 간, 수 억의 사람들에게 전달되고 나에게 온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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