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생학은 20세기 초반에 여러나라에서 널리 받아 들여졌다. 특히 독일과 미국에 큰 영향을 미쳤다. 특정 유전적 특성을 장려하거나 억제함으로써 인류의 유전적 구성을 개선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얼핏 보기에도 그럴듯 해보이나, 이는 비인륜적이고 인종차별적이다. 그렇지 않은가. 강제적 불임 혹은 결혼 제한을 통해 우월한 유전자만 남기는 일 말이다. 열등한 유전자는 강제 낙태하고 우등한 유전적 특성을 가진 사람들의 결혼과 출산을 장려한다. 결과적으로 전인류적 유전적 품질을 향상시킨다. 꽤 이상적인 생각이다. 실제 이는 법률로 제정되어 선진국에서 많은 인구가 강제 불임 수술을 받았다. 독일에서도 유대인과 집시, 장애인 등 수 백만 명을 학살하는 홀로코스트의 기반이 된다. 우생학은 과학 혹은 윤리적으로 심각한 비판을 받는다. 그렇다면 우생학은 나쁜가.
'그렇다'고 답할 것이다.
그렇다면 우생학의 근본은 어디에 있는가. 우생학의 아버지인 '프랜시스 골턴'은 영국의 통계학자이자 인류학자다. 그는 현대 우생학의 개념을 처음으로 체계화한 인물이다. 비인륜적 사상의 시조, 그의 어머니 '비거 다윈'은 '로버트 다윈'의 여동생이다. '로버트 다윈'은 누구인가. 바로 '찰스 다윈'의 아버지다.
'찰스 다윈?'
찰스 다윈은 자연선택설을 주장한 '진화론'의 아버지다. 진화론의 아버지와 우생학의 아버지는 '외사촌 지간'이다. 진화론과 우생학 또한 과학적으로 비슷한 뿌리와 출발점을 갖고 있다. 열등한 인자는 줄고 우수한 인자가 살아남는다는 '진화론'은 원인론적이다. 반대로 '열등한 인자는 줄이고 우수한 인자는 살아 남긴다는 '우생학'은 결과론적이다. 비슷한 근거로 시작했으나 완전히 다른 결과가 된다. 이러한 '우생학'은 불행히도 '제국주의 시대'에 꽃을 피웠다. 인간이 열등과 우월로 나눠지며 어떤 민족은 어떤 민족에 의해 지배를 받아도 된다는 의식의 기초가 됐다. 우수한 자는 열등한 자를 정당한 명분으로 지배할 수 있었고 개체수를 줄일 수 있었다.
수바드라 다스의 '세계의 열 가지 프레임은 역사, 과학, 사회 전반에 걸친 '백인 중심 세계관'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담은 책이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에 의심을 가져야 한다고 말한다.
'과학'은 다수를 설득할 수 있는 논리성을 갖는다. '비가 올 것 같기 때문에 비가 온다.' 가 아니라 물리학과 대기역학으로 설명한다. 논리적 근거를 제시한다. 반박할 수 없는 논리성은 '힘'을 갖는다. 다만 결과적으로 이는 인종차별의 합리성을 제공했다. 의심없이 받아들이는 것은 과연 맞는 것인가.
우생학을 통해 강제 불임, 강제 낙태, 인종청소 등의 비인륜적 행위는 역사에서 일어났다. 과학은 정당화의 기반이 되었다. 대체로 서구 문명에 대한 변호사 역할을 했다. 그 결과, 수많은 무고한 사람들이 고통받고 희생되었다.
수바드라 다스의 '세계를 움직인 열 가지 프레임'은 이러한 역사적 사실들을 통해 백인 중심의 세계관을 비판적으로 조명한다. 우리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사고방식에 의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는 과학이 항상 옳은 방향으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라, 때로는 편견과 차별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경고를 담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과학적 근거가 제시되더라도 그것이 인간의 존엄성과 윤리를 해치지 않는지 비판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과학의 힘은 그 논리적 근거에서 나오지만, 그 힘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다. 인간성을 해치는 논리와 근거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다.
우생학의 역사는 우리에게 중요한 교훈을 준다. 과학적 진보와 인간의 존엄성은 함께 가야 한다는 것이다. 어떤 이론이나 주장이 인류의 일부를 열등하다고 규정하고, 그들의 권리를 침해하는 방향으로 나아간다면 우리는 그것을 거부하고 비판해야 한다.
결국, 우생학은 진화론과는 달리 비윤리적이고 인종차별적인 사상으로 귀결되었다. 과학적 이론이 어떻게 사용되느냐에 따라 그것이 인류에게 도움이 될 수도, 해가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우리는 역사를 통해 이러한 잘못을 반복하지 않도록 배워야 한다.
수바드라 다스의 '세계를 움직인 열 가지 프레임'은 우리가 당연하다고 여기는 많은 것들에 대해 다시 생각해보게 한다. 진정한 과학의 힘은 인간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을 이해하고, 보호하며, 나아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있다. 우리는 과학을 통해 얻은 지식을 인류의 공익을 위해 사용해야 하며, 그것이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임을 명심해야 한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