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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Jul 08. 2024

[미래] 엘리베이터 작동법을 선행학습할 필요는 없다_미

 국립국어원은 표준어를 정하고 관리한다. 다만 영어는 다르다. '표준어'를 공식적으로 정하는 기관이 없다. 그런 이유로 각 나라마다 사용하는 스펠링과 발음, 어휘 가 다르다.

 예전 뉴질랜드에서 살 때 자주 보이던 단어가 'centre'다. 얼핏 '센트레'로 읽힐 것 같지만 '쎈타'에 가깝다. 영어는 표준을 특정 기관이 아니라 권위 있는 사전의 출판사가 결정한다. 옥스퍼드 영어 사전이나 메리엄 웹마스터 사전이 영어의 표준기준으로 사용된다. 그런 이유로 영어는 유연하게 변화하고 발전한다. 이것이 영어가 세계 공용어로 입지를 다질 수 있는 이유 중 하나다. 큰 영토를 지배하기 위해 '봉건제도'가 유리했던 것처럼 많은 민족과 사람을 관리하기 위해 영어는 자율성을 인정했다. 당연히 '중앙집권'은 많은 민족과 사람을 관리하기에 불리하다. 고로 영어는 지역에 맞게 변형되고 섞이며 수용한다. 

 얼마전, 옥스퍼드 영어 사전에 'Daebak'이라는 영어 단어가 등재됐다. 네이버에서 검색해보면 이는 감탄사다. 이 단어의 출처는 한국이다. 이미 예상할 수 있듯, 이 단어의 어원은 한국어 '대박'에서 시작한다. 한류가 세계적 유행이 되며 단순히 컨텐츠 뿐만 아니라, 언어도 수출됐다. 알리바바의 창업주, '마윈'에 따르면 언어는 단순 '정보'를 담는 것이 아니라 문화와 역사, 인문학적 사실도 함께 담고 있다. 다시말해 언어가 수출되는 것은 우리로써 굉장히 고무적인 일이다. 그렇다고 자만해서도 안된다. 우리 언어의 자랑스러움을 느낄 수도 있지만 반면 '영국'의 태도를 보고 느끼는 바도 있어야 한다. 영어가 다양한 민족과 국가, 문화를 수용하는 유연함광 ㅕ유가 그렇다.

 마이크로소프트사의 프로그램은 centre, colour, humour와 같은 영국식 철자에 빨간 밑줄을 긋는다. 일부 영국인들은 그러나 이를 수용하고 받아들인다. 이는 '자신감'의 표현이다. 때로 우리말은 극성 맞을 정도로 '표준어'를 강조한다. 신조어나 외래어 등에 배타적이다. 다만 우리 국어 사전에도 등재되지 않은 여러 말들이 영어 사전에 먼저 등재되는 일에 대해서는 우리도 생각해 봐야 할 문제다.

 얼마전 로보트 춤을 추는 한 사람의 영상을 본 적 있다. 그 춤사위는 벌써 잊혀졌지만 그 아래 달렸던 댓글은 지금도 기억에 남는다.

 '기계는 꾸준히 인간을 모방하고, 인간은 꾸준히 기계를 모방한다.'

그러고보니 제대로 인식하지 않는 인공지능 시리를 위해, '기계식 명령어'를 사용하는 자신을 발견한 적 있다.

 '시리야, 내일의 날씨 알려줘'

사실, 실제 비서라면 그렇게 말하지는 않을 것이다. 사람에 따라 각자의 말투와 억양, 사투리가 존재하겠지만, 우리는 기계 앞에서 더 기계처럼 말하곤 한다.

 사실 인간이 기계화되고, 기계가 인간화 된다는 것은 거기서 한정되진 않는다. 인간은 점차 덜 학습하고, 기계는 더 학습한다는데 있다.

 스마트폰이 보급화되면서 사람들은 덜 스마트해지고 있다. 어떤 이는 '디지털리터리시'를 언급하며 글을 읽는 문해력은 과거 사람들의 전유물이 되고, 앞으로는 디지털 기기를 잘 사용하는 사람들의 디지털기기 문해력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들 중 일부는 아이에게 디지털기기를 노출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스마트 기기는 원숭이도 쉽게 조작할 수 있을 정도로 직관적이다. 이를 위해 이른 시기부터 학습과 훈련을 할 필요는 없다.

 계산을 이용해야 더 멀리 갈 수 있는 체력이 길러진다는데, 어린시절부터 운동을 하지 않고 엘리베이터 작동법을 가르치는 격이다.

 흔히 언어는 생각을 담는 그릇이라고 한다. 우리가 과거의 언어를 보고 그들의 생각과 삶의 방식을 유추하는 것처럼, 언어가 나아가는 방향을 보면 우리의 미래를 유추할 수 있다. 크게는 사회와 문화를 알 수 있지만, 작게는 개인의 현재와 미래를 알 수 있으며 그들이 어떤 삶을 살았고 앞으로 어떤 삶을 살지 또한 알 수 있다. '조지은' 작가의 '미래 언어가 온다'는 언어의 현재와 미래에 대해 다양한 각도로 볼 수 있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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