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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Mar 19. 2021

[계발] 시그니처

 '시그니처'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확실하다. 제목과 표지에서 누구라도 알 수 있듯, 쉽고 간단하다. 시그니처는 '자신만의 특징'을 나타내는 명사이고, 자신을 대표하는 '서명'이기도 하다. 표지에는 제목에 걸맞은 '지문' 모양이 커다랗게 들어가 있다.

 책을 읽기 전부터 기대하던 표지라 책을 편 순간부터 마지막 표지를 덮는 순간까지 오래 걸리지 않은 책이다. 어느 날, '작가'가 되기 위해 글쓰기 책을 산더미처럼 쌓아 놓고 필기하면서 읽는 와이프를 바라보며 물어본 적이 있다.

'그렇게 쓰면서 읽으면 책 내용이 머리에 들어와?'

 평소 책을 읽을 때, 메모를 하지 않는 나는 메모를 하면서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고 싶었다. 빠르게 전체 내용을 이해하지 않으면 중간중간 전체의 흐름을 놓치는 듯해서 필기를 하지 않았던 나의 모습과 다른 와이프의 독서 습관이 신기했다.

 이 책을 읽으면서는 내가 그토록 갖고 싶던, 메모하면서 책 읽기의 습관이 생겼다. 스스로 강하게 잊지 않고 싶은 것이 있을 때는 메모를 하게 되는 듯하다.

이 책은 중간중간 손글씨의 그림 해석들이 들어가는데, 그 또한 내가 메모하고자 하는 부분들이라 참 깔끔한 구성이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는 제목만큼이나 명료하다.

'그 또한, 스스로의 시그니처일 뿐이다.'

'Get your own life'

이 책을 메모하기 위해 꺼내 든 메모장에 내가 제일 먼저 적어둔 문장이다.

 따지고 보자면, 우리는 자신의 인생을 미완으로 남겨놓고, 완벽한 누군가의 인생을 따라 하려고 한다. 새로운 창업을 하려는 친구는 '스티브 잡스'의 인생을 닮으려고 노력하고, 가수 지망생 친구는 잘 나가는 팝스타의 인생과 철학을 닮아가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누군가의 특색을 닮는다는 것은 어쩌면, 자신만의 특색을 잊어버리는 것과 같다. TV에 나오는 모창 가수들은 '와~ 잘한다' 생각이 들지만, 같은 노래면 원곡 가수를 듣고 싶을 뿐이다.

 우리는 스스로를 잘 받아들일 필요가 있다. 자신의 못난 부분이나, 자신의 인생에 상처 혹은 실패의 경험 등, 자신이 부정하고 싶은 모든 부분이 사실은 자신만의 '시그니처'가 된다.

 그 상처와 실패가 자신을 만들어가는데 아주 중요한 일조를 했다는 것 또한 부정하고 싶지만 사실이다. '진로'에 대한 고민은 우리 젊은 이들이 하는 가장 큰 고민 중 하나이다.

 사회 초년병에 입사한 회사에서 뿌리를 박고 살기에는 사회는 우리의 불안감을 해소시켜주지 못한다. 그렇다고, 이 길이 내 길이 맞는지도 모른 채 방황하는 삶을 살아가는 듯 스스로를 부정하며,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가득 찬 눈빛을 하고 산다.

이 책에는 4C에 대해 설명한다,

Concern(진로 관심)

Control(통제)

curiosity(호기심)

Confidence(자신감)

 알파벳 C로 시작한 4개의 단어가 말해주는 공통점은 우리가 잃어버린 것이다. 우리는 이 4개의 잃어버린 것들로 인해, 스스로를 잃어렸다.

자신이 하는 일에 대한 무관심이 결국 주도적으로 자신의 삶을 결정하는 행위를 포기하게 만들고, 그것이 주도적으로 나의 일을 만드는 일을 포기하게 만든다.

 이 책에는 이런 말이 있다.

'주도적으로 나의 일을 만들어 가라'

 그렇다. 우리는 세상이 던 저주는 숙제애 대해 수동적으로 살아간다. 세상이 던져놓은 문제를 해결해 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는 자신을 잃고 우리가 원하지 않은 모습으로 인생이 흘러갔다고 한탄하고 산다.

 나는 보통의 다른 사람보다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이렇게 특이한 이력은 '이력서' 기입에 사용되지 않는다. 나의 머릿속 깊은 어딘가에 남아 스스로에 대한 자부심을 만들어주고, 다음 내가 할 결정 등에 영향을 미친다.

 내가 살아가는 동안 내 마음속에 있던 말이 있다.

'일단 저지르자. 그러면 그다음은 알아서 진행된다.'

 돈 없이, 여행을 가고 싶다면, 간단하다.

 그냥 수개월 뒤에 환불이 안 되는 비행기표를 덜컥 끊어버려라. 

그러면, 야간 아르바이트를 하던, 친구에게 돈을 빌린던,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나는 수개월 뒤에 여행지에 가 있을 것이다. 

 결정하는 자아와 행동하는 자를 이처럼 분리시킨다면, 결정장애가 있는 사람도 언제든지 큰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 항상 가능성을 열어놓고 살아가야 한다. 우리에게 무슨 일이 일어날지는 아무도 모른다. 때문에 행동할 수 있는 거의 대부분의 것들을 행동하고, 결정할 수 있는 결정은 그 자리에서 빠르게 결정하는 것이 좋다.

 이 책은 내가 읽었던 책인 '일하는 마음'의 저자 '제헌주' 님과 토스의 이승건 대표님의 이야기가 많은 편이다. 대단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곁에서 들을 수 있는 작가님이 내심 부럽기도 하지만, 그 이야기를 이 책으로 훔쳐 읽을 수 있다는 사실은 내심 감사하기도 하다.

 예전에 인플레이션이라는 책을 읽었던 적이 있다. 그 책에서는 세상이 만들어내는 인플레이션에, '월급 인상, 은행 이자, 부동산 투자, 주식 투자, 펀드 투자'를 포함한 상당히 많은 투자가 큰 수익을 얻지 못한다고 했다. 그에 가장 큰 투자 수익은 자신의 내부에 쌓는 투자라고 했다. 이는 유대인 격언에도 있는 것이다. 누구도 훔쳐갈 수 없는 소중한 투자 수익을 내부에 쌓는 것이다.

 살다 보면, 마음이 황폐해질 만큼 실패와 시련이 한 번씩 내 인생을 휩쓸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떠올리는 말이 있다. 이 책에서도 그런 생각에 공감이 되어주는 말이 있었다.

'심리학과 의학은 전쟁 중에 발달한다.'

 모든 것을 파괴하고 앗아가는 끔찍한 전쟁 통에서, 우리는 평화로울 때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던, 사람에 대한 이해와 치료에 관심을 갖게 된다. 현재의 고난과 시련은 아마도, 다음 고난과 시련을 맞이 할 때를 대비한 일종의 발전 과정일지도 모른다. 때문에 내가 고난에 있다 하더라도, 그것을 그대로 방치하지 말 것이며, 전쟁이 내 마음속을 황폐화하지 말고, 이 고난이 주는 긍정적인 측면을 고려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전쟁으로 황폐화된 마음은 다음 전쟁에서 그대로 일어난다. 삶은 모르는 일의 연속이라는 말이 있었다. 그렇다. 우리가 불안한 이유는 그것이 단지 '모르는 일'이기 때문이다.

사람은 깊이를 모르면 2m도 안 되는 얕은 강물에서도 익사한다고 한다. 발이 닿는 2m보다 발이 닿지 않는 1.9m에서 더 많은 사람들이 공포에 떤다. 허우적거린 내 발 끝 아래로 1mm에 땅이 있다 하더라도, 우리는 그 무지로 인해 공포스러워한다.

 하지만, 우리에게 안전벨트가 채워져 있다는 안도감만 있다면  혹은, 이 강물의 깊이가 어느 정도인지의 인지만 있다면, 우리는 아무리 깊은 도량도 두렵지 않게 넘어갈 수 있다. 그 무지를 인지로 바꾸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에 대한 확고한 신념을 가져야 한다. 자신이 내릴 결정에 대한 믿음과, 내가 내렸던 결정들에 관한 확신이 차 있다면, 우리가 내딜 다음 발걸음에 대한 무지의 영역도 줄어들 것이다.

 이 책이 말하고자 했던 내용에 더불어, 나 스스로는 이 책을 통해 얻은 가장 큰 부분은 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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