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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인환 Aug 16. 2024

[인문] 영향력 3만 인플루언서가 말하는 '알고리즘'?

 이 글에는 아마 200개에서 3,000개의 '좋아요'가 달릴 것이다. 글이 발견된 플랫폼은 '네이버 블로그'일수도 있고 인스타그램 일수도 있다. 한창 계정을 운영하던 시기에는 훨씬 더 많은 이들에게 노출됐었다. 지금은 '글태기', '책태기'를 비롯해 여러가지 일이 겹치며 관리 소흘로 겨우 현상 유지만 하고 있다.

 2024년 8월 16일 기준으로 네이버 블로그 14,160명, 인스타그램 8,333명, 스레드 6,153명, 유튜브 1,434명, 브런치에 203명의 팔로워가 있다. 이처럼 다양한 플랫폼을 운영하면서 깨달은 몇가지가 '카일 차이카'의 '필터월드'라는 도서와 오버랩됐다.


 글밑으로 어쩌면 댓글로 다음과 같은 해쉬태그가 달릴 것이다.


#필터월드 #미래의창 #카일차이카 #김익성 #Filterworld #KyleChayka #책스타그램 #책그램 #북스타그램 #북그램 #독서스타그램 #독서그램 #생각스타그램 #생각그램 #알고리즘 #인스타그램 #네이버블로그 #인플루언서 #팔로워#페이스북 #넷플릭스


 글의 저자인 '카일 차이카(Kyle Chayka)와 출판사인 '미래의창'은 게시글에 태그가 되어 올라갈 것이다. 대상은 '대통령'이건, 대기업 '회장님'이건 상관없다. 글과 연관되어 있으면 태그될 것이다.


 태그된 글에는 어쩌면 작가나 출판사가 '좋아요'를 누르거나 '공유하기'를 누르는 경우가 있을 것이고 그들에게 쪽지를 통해 '당신의 도서를 최소 다섯 이상의 플랫폼에 홍보했습니다'라는 쪽지를 보낼 것이다.

 블로그, 브런치, 알라딘, 예스24, 유튜브, 인스타그램, 스레드 등의 글에 동시 업로드 된 글은 URL을 첨부하여 작가와 출판사에게 보낼 것이고 운이 좋으면 '작가'와는 개인적인 사담을 나눌 기회가 생기고 출판사로부터 출간 제의가 오기도 할 것이다.


 여기까지가 영향력 3만 미만의 '인플루언서'가 계정을 운영해오는 방식이다. 이렇게 업로드 된 글은 의도치 않게 각 플랫폼에 맞는 방식으로 올라간다. 가령 블로그에 올라가는 도서의 사진은 인스타와 마찬가지로 정방형이다. 하나의 글을 여러 플랫폼에 동시에 올리기 위해 각 플랫폼마다의 특징에 부합하는 중간지점을 찾은 것이다. 사진은 정면, 가운데, 후면으로 찍힐 것이고 이렇게 세 장이 사용되는 이유는 네이버 블로그에서 좋아하는 최소한의 사진 갯수가 세장이기 때문이다.


 인스타그램의 글자수 제한은 3,000자 이상인데, 그런 이유로 해당 개시글은 아마 4,000자 정도로 쓰여질 것이다. 인스타그램에는 3,000자 이후 글에 대해 "...중략..."이라는 표기가 달릴 것이고 글의 후반부를 궁금해하는 이들은 '네이버 블로그'로 넘어와 나머지 글을 볼 것이다. 그 특성에 맞게 글은 '미괄식'으로 쓰여지는 편이 좋고, 호기심을 강하게 불러 일으키는 소재를 가장 첫줄에 두고, 글에 대한 총정리를 마지막에 둠으로써 시작을 붙잡고 끝으로 이어지도록 설계할 것이다.

 책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을 피하고 책을 인용하거나 느낀바를 적음으로 비슷한 키워드에서 경쟁하는 일을 없앨 것이고 '네이버 인플루언서'의 '키워드 챌린지'를 덕지덕지 붙여 마치 본인 도서를 판매하듯 상위노출을 시도할 것이다.


 책을 읽으며 중간 중간 찍은 문구는 짧고 강렬한 한문장이 바로 담겨질 수 있도록 좌측 45도로 기울여 찍고 소재가 떨어지는 경우마다 노출할 것이고, '읽는책', '읽을책', '읽은책'이라는 이유로 여러차례 노출 할 것이다.


 대단히 연구한 결과는 아니며 상황이 변함에따라 조금씩 바꾸어가던 관습이 하나둘 자리 잡았을 뿐이다. 진화론의 '자연선택'이 그렇지 않은가. 살아남은 개체가 진화에 성공하고 후손을 남긴다. 아마 '알고리즘'이라는 환경에 맞는 '유저'가 더 많은 '노출'에 성공하고 더 많은 팔로워와 반응을 얻어가는 것은 아닌가 싶다. 이렇게 자연 혹은 알고리즘에 선택 받은 생존개체는 더 많은 이들에게 노출되고 이것이 흔히 말하는 '영향력'이라는 형태로 남게 되는지 모른다.


 미미한 팔로워임에도 적잖게 그 영향력이라는 경우를 느낄 때가 있다. 손편지를 받거나, 개인 메일을 통해 자신의 생각을 전해 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 서점에 책을 고르다가 '인스타그램 팔로워 중이에요'라는 인사를 받는 경우도 적지만 있었다.

 이런 긍정적인 반응뿐만 아니라 부정적인 반응도 꽤 있다.

띄어쓰기와 맞춤법에 대한 지적을 받거나 논리가 어색하다, 글이 산만하다, 비약이 심하다, 근거 중 잘못된 부분이 있다는 지적도 받는다.

 부정적인 피드백의 경우에는 항상 함께 오는 말이 있는데, '작가라는 분이....', '인플루언서이시면...'이라는 '자격'에 대한 이야기다.


 '글에 영향력이 있으면 얼마나 있다고...'

싶다가도 이런 반응이 있을 때면 크지 않지만 책임감을 가져야 하나, 생각하곤 한다.


 2017년 11월, '몰리 러셀(Molly Russell)'이라는 런던 북서부 출신 열네 살 여자 아이에 대한 이야기가 있다. 이 여학생은 어린 나이에 자살로 생을 마감했는데, 2022년 북런던 고위검시관인 앤드루 워커에 따르면 '러셀'의 자살은 소셜 미디어에 의한 영향력 때문이라고 했다.

 그녀의 사망 6개월 전, 러셀은 인스타그램에서 1만 6천 개가 넘는 콘텐츠에 노출이 됐는데, 러셀의 사망을 조사한 정부 보고서에 따르면 그중 2천 개 또는 13%가 자살, 자해, 우울증과 관련이 있다고 했다. 그녀는 이런 이미지를 469개나 모아두기도 했는데, 그녀가 수집하면 할수록 알고리즘은 그녀에게 더 비슷한 소재의 컨텐츠를 제공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녀의 이야기를 듣는데, 1만 6천개의 컨텐츠 노출이라면 하루에 하나씩 올리는 내 컨텐츠의 노출 빈도를 봤을 때, 누군가에게도 영향력이 들어 갈수도 있을까, 하는 노파심이 생기기도 한다. 글을 올리는 입장에서 '아무도 글을 봐주지 않아도 된다'는 마음으로 올리진 않는다. 꽤 많은이들이 볼 수 있기를 기대하며 올리는 것이 당연지사다. 그렇다면 알고리즘이라는 환경에 적응하지 않을 수가 없다. 더 많은 노출을 위해 그에 맞는 변화를 만들어야 생존이 가능한 이 변화무쌍한 환경에서 '자연'과 '환경'을 조성하는 '플랫폼' 기업은 이 세계의 '신'과 다르지 않지 않을까 싶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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