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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초등 시기에 독서 습관이 중요한 이유

by 오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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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에서 실험을 하나 했다. 예테보리 대학교 산하 예테보리 연구소에서 '영어 학습'에 대한 연구다. 스웨덴 내 영어 학습자들의 '읽기'와 '듣기'의 능력, '말하기'와 '쓰기' 능력의 상관관계를 확인하는 내용이었다.

연구에 따르면 많은 학생들은 영어로 텍스트를 읽을 수 있었고 이해할 수 있었다. 다만 말하기나 쓰기에 있어서는 어려움을 느꼈다. 이유는 읽기와 듣기는 수동적인 기술이고, 말하기와 쓰기는 능동적인 생산 기술이기 때문이다. 수동적 기술만으로는 생산 기술을 개선할 수 없다.

실험은 읽기와 듣기, 말하기와 쓰기를 구분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읽기'와 '쓰기' 도 '말하기'와 '듣기'와 다르다. '읽기'와 '쓰기'는 '문자'를 대상으로 하는 훈련이고 '말하기'와 '듣기'는 '소리'를 대상으로 하는 훈련이다.

즉, 언어를 공부함에 있어서, '읽기, 쓰기, 말하기, 듣기'는 모두 각자 계발해야 하는 분야다. 아무리 말 못하는 사람이라도 글 읽는 것이 수월하고, 아무리 말을 잘하는 사람도 말귀를 알아듣는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하나의 기술은 분명 다른 기술에 상호보완적이다. 다만 많이 들었다고 잘 쓸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많이 말했다고 잘 읽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 않겠는가.

달리기 선수가 달리기 하는 것을 많이 봤다고 잘 달릴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처럼 말이다. 실제 체득하는 것과 구경하는 것의 차이, 능동적 행동을 하는 것과 그저 받아들이는 것의 차이는 분명히 있다.

이 능력은 각각 다른 능력이다. 고로 신체의 발달 속도가 다른 것처럼 시기에도 차이가 발생한다. 인간에게 가장 먼저 발달하는 능력은 '듣기'다. 인간은 태어나면서 듣는 능력을 가장 먼저 발달시킨다. 어느정도 이해를 하는 수준까지 오면 겨우 '옹아리'를 할 수 있다. 옹아리는 '회화' 수준으로 올라가다. 그러면 그때서야 '읽기'가 가능하다. 그 이후에는 '쓰기'가 가능해진다. 이는 인지 능력의 발달 과정과 상관있다.

듣기, 읽기, 쓰기, 말하기는 각각 다른 인지 능력을 필요로 한다. 다만 말하기와 듣기의 경우는 '일상회화' 수준에서 더 높은 인지능력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일상 회화 수준을 벗어는 '어휘력'은 어디서 만들어지나, 바로 '문어체'에서 만들어진다.

듣기, 읽기, 쓰기, 말하기가 다른 것 처럼, 구어체와 문어체는 완전히 다른 언어다. 문어체에서 사용되는 '다만'이라는 단어는 실제 '회화'에서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고로 구어체로만 훈련된 이들에게 '문어체'는 완전히 다른 언어이자 외국어와 다름 없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제 살펴보자. 말하기와 듣기는 '소리'매체다. 소리 매체는 기본적으로 저장의 한계가 있다. 또한 '축약'의 한계도 존재한다. 그런 의미에서 '반복할 수 있는지, 간결하게 말할 수 있는지'에 대한 차이가 발생한다. 수업에서 '선생님'의 이야기를 잘 듣는 능력이 있다고 하더라도 선생님은 단번의 정보 전달로 끝낼 여지가 있다. 다만 '교과서는 반복적으로 읽을 수 있고, 인지 능력에 맞는 속도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며 앞과 뒤를 오가며 필요한 정보들끼리 편집할 수 있기도 하다.

인간의 언어 습득 능력은 초등학교 2학년 이후로 급격하게 달라진다. 그 전까지는 읽기보다 듣기로 학습되는 내용이 많다면, 이후부터는 읽기로 학습되는 내용이 많아진다. 이 숫자는 점차 벌어지다가 고등학생이 되면 10배 이상의 차이로 벌어진다. 즉 '문자'로 학습 가능한 인간은 시간이 지나며 따라잡을 수 없는 수준으로 학습 능력의 격차를 높인다.

즉 같은 시간을 공부해도 누군가가 더 빠르고 정확한 학습 능력을 가질 수 있고 이는 얼핏 '유전적인 영향'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공부에서 유전자가 끼치는 영향이 전혀 없다고 할수는 없다. 다만 그보다 훨씬 중요한 것은 인간의 발달에 맞는 학습 능력을 갖추는 것이다. '소리'를 통해서 얻어내는 능력은 아무리 많아도 문자로 얻어느낸 능력에 비해 10분의 1도 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시간이 지나면서 어떤 능력을 길러야 하는가. 우리의 아이에게는 과연 어떤 능력을 길러 주어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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