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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육아] 언젠가 하늘을 보는데... 문뜩 떠오르다.

by 오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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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씨가 맑다. 언젠가 의자에 누워 하늘을 보는데 구름이 천천히 흘러간다. 구름이 멈춰진 듯 천천히 움직였다. 만약 그날 그 시간, 그 장소에, 그곳을 바라보지 않았다면 적어도 구름의 형체는 달나라 토끼 같은 게 됐을까. 문뜩 그런 생각이 들었다. 가끔은 하늘을 올려다 봐야겠다. 활자나 영상이 아니라 살아 있는 것들을 봐야겠다.

아이의 영상을 보느라, 아이를 못보는 경우가 있다. 원래 그런 걸까. 여러번 돌려 볼 수 있는 것들을 보느라, 두 번 다시 보지 못할 것을 놓친다. 아이가 조금씩 자라고 있다. 아이를 볼 때 나는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생각했다.

아이를 키우고 있다. 다시 생각해보자면, 키우는 것이 아니라, 함께 커가는 것 같다. 아침에 셋, 저녁에 넷보다 아침에 넷, 저녁에 셋을 준다는 솔깃한 어리석음 가진 사람이다. 부모라고 먼저 성숙했지만, 결코 나은 바 없는 시기상 앞선 아이의 이야기다. 먼저 성숙했다는 이유는 우월감이 될 수 없다. 그저 그정도다. 아이의 이야기와 책의 이야기, 그리고 개인적인 이야기를 마구 집어 넣는다.

기록으로 만들어 놓겠지만 모두 기록을 자리에 두고 성큼성큼 시간을 걸어나간다. 언젠가 놔주고 온 이 이야기 보따리가 희미한 기억이 될 때 후회와 추억을 떠올리느라 아이의 표정을 놓치지 않겠다. 그리고 지금도 머리 위로 흘러가는 머리 위에 구름 처럼 매순간 사라져가는 세상을 감상해야 한다. 혹시 알까. 내가 보지 않는 그 잠깐이 사이에 구름이 달나라 토끼 모양처럼 잠시 생겼다 사라질지도 모른다. 지금 이순간에도 내가 모르던 아름다운 것들은 살아지고 사라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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