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인환 Mar 19. 2021

[고전] 우아한 승부사

 올해, 설 명절이면 벌써 3개월이나 지난 것 같다. 송도 현대 아웃렛에 있는 영풍문고에 죽치고 앉아, 하루 반나절을 보냈던 때, 내 눈에 들어오던 제목과 무언가를 강하게 당기는 목차 때문에, 이 책을 집어 들었다. 당시 바로 제주로 돌아가야 하는 일정 때문에, 누군가의 권유로 인터넷 주문하기로 하고 이 책을 도로 집어넣었다.

한 달이 지나서, 예스 24로 이 책과 함께 열댓 권의 책을 구매했다. 한 달 평균 10~15만 원 정도를 책 값으로 쓰다 보니, 보고 싶은 책은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한 번에 결제하는 습관이 있다. 무슨 책이 왔는지 신경도 쓰지 않고, 그냥 일주일이 흘러서 보니 미도착 책이 몇 권 있었다. 무슨 책이 안 왔는지는 나는 몰랐다.

 고객 센터에 좌초 지종을 이야기하고, 다시 받아본 택배 박스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이 책은 '고전'에 관한 짧은 스토리가 함께 첨부되어 있는 책이다. 흔히 말하는 동양 고전의 '공자 왈', '맹자 왈' 들이 단순 문장뿐만 아니라, 그 고전 문장들이 의미하는 역사적 배경과 간단한 설명이 함께 있다.

 책은 매우 짧은 하나의 고전 문장에 대해 한 장 내지, 두 장 정도로 짧게 기술되어 있다. 당. 연. 히. '고리타분'한 옛날이야기들 일 수도 있지만, 우리가 그토록 '고리타분'하게 느껴지는 이유가, 고전이 우리의 사상에 가장 기초적인 틀을 이미 잡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책은 각 소주제가 짧기 때문에, 한 번에 완독 하는 것은 별로라고 생각했다. 또한, 매일 아침마다, 헤어드라이어기로 머리를 멀리는 짧은 토막 시간이면 이 책의 소주제 하나를 끝 낼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게 매일 머리를 말리며, 하루 한 단원씩 머리를 말리며 읽은 책이, 석 달이 지나서 드디어 완독 했다.

 하루아침에 머리를 말리며, 미처리된 지난 업무에 대한 걱정이나, 오늘 하루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갖는 것보다, 하루에 힘을 얻고 나를 다시 새롭게 정비할 수 있는 좋은 책을 읽는 것은 좋은 습관이다.

 머리가 마르는 순간 이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생각은, 다시 헤어를 만지면서, 업무 하기 전까지 곱씹을 수 있다. 미국 국방부나, 세계적인 기업가들이 동양고전을 교본으로 삼고 있다는 데에서, 역사가 지난 힘을 알 수가 있었다.

 사실 우리가 마주하는 대부분의 현상들은, 그것이 다만 처음 일어난 일이라고 생각하지만, 실제로 역사에서 몇 번씩이나 반복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이었던 경우가 많다. 때문에, 역사를 아는 것은 막연하고 불안한 미래를 맞이 하는 우리에게 많은 교훈과 가르침을 준다.

 그냥, 생각 없이, 사색 없이, 거침없이 '글. 자.'를 읽어 내려간다면, 반드시 지루하고 뻔한 책이지만, 분명 생각해보는 독자의 깊이 따라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고전'을 차용하지만, 실제 '고전인 책'은 아니다. 때문에 이 책으로 하여금, 나도 '고전'에 조금 더 관심이 생겼다. 멀지 않은 미래에, '이름만 들어 본', 혹은 '대충 무슨 내용인지 알 것 같은' 그런 고전들을 내가 직접 읽어봐야겠다는 동기부여가 생겼다.


작가의 이전글 [계발] 절제의 기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