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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발] 법보다 중요한 것_선과 악의 기준은 무엇인가

by 오인환

13세기 중세 스페인의 작가이자 정치가이자 군인이자 귀족인 '후안 마누엘'의 글이다. 문화와 시기, 지역마다 조금씩 다르지만 중세 시기 유럽의 귀족은 인구 전체의 5% 미만이다.

즉, 그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기회는 '인류사'를 통틀어 극하게 드문 일이다. 700년의 시간, 동양과 서양이라는 물리적 거리를 넘어 그의 글이 나에게 왔다. 그는 스페인 문학사에서 중요한 인물이다. 알폰소 10세의 손자로 아주 유력한 귀족 가문 출신이며 정치적으로도 중요한 인물로 활약했다. 군사 작전에도 참여하고 왕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자신의 독립적인 정치적 입장을 갖기도 했다.

시기만 보아도 알 수 있듯, 당시 문학은 주로 종교적이었다. 글을 쓰는 사람도 대부분 성직자 중심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인의 사고 방식과 조금은 다를 수 있다. 다만 '후안 마누엘'의 글은 다르다. 그의 관점은 꽤 세속적이고 실용적이다. 가만 생각해보면 현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성공'을 이룬 이들을 인용한 '자기계발서'가 많다.

'워렌버핏', '빌게이츠', '일론 머스크', '마크 주커버그' 등 그렇다.

이들은 참 대단한 인물이지만 우리 세대의 인물일 뿐이다. 인류 역사는 이런 인물을 꾸준하게 배출해 왔다. 현대의 성공가들은 자신의 업적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아직 현재 진형 중이다. 고로 그들은 자신의 생각을 대중에게 꾸준하게 어필하지 않는다. 앞서 말한 인물을 포함하여 다수의 '성공한 인물'들은 그들이 아주 개인적인 이유로 했던 메모를 공개하지 않았다.

역사를 찾아가다보면 그들만큼 대단했던 역사적 인물들의 '사적인 메모'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선과 악의 기준은 무엇인가'는 다양한 세속적인 교훈을 우리에게 준다. 뿐만아니라 교훈을 이끌어 내기 위한 '동화'같은 이야고 함께 있다.

셰익스피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나 안데르센의 '발거벗은 임금님'도 이 책의 이야기를 배경으로 재구성했다.

우리가 인간으로써 살아가는데 '규범'이라는 것이 필요하다. 이는 '법'과 달라서 칼로 무자르듯 동강 낼 수 없는 정의다. 하물며 법조차 해석이 다를 수 있어서 '법조인'의 다툼은 때로 '칼든 무사' 만큼이나 치열하다. 우리 사회가 만들어낸 규범은 언제나 개인이 스스로 만들어낸 '가치관'과 부딪친다.

우리 사회는 '스스로 사회 규범과 자신의 가치관을 비교할 의지력을 상실했다. 고로 대부분의 사람들은 '법대로 하세요'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법대로 하세요'는 언뜻 좋은 표현이지만 우리 사회는 '법'으로만 움직이진 않는다. 10대 소년이 80대 노인에게 반말을 한다고 해도 '위법'은 아니다. 학생이 교복을 입은 채 거리를 횡보해도 위법은 아니다. 법은 '최소한의 무언가'이지, '최선'이 될 수 없다. 대한민국 대법원 정의의 여신상은 한 손에는 저울을, 다른 한손에는 칼을 쥐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공정하다고 볼 수 없다.

장애인 주차장의 과태료는 10만원이다. 다시말하면 10만원을 주차비로 감당할 여력이 있으면 주차할 수 있다. 법이 가진 헛점이다. 같은 행위라고 하더라도 소득 수준에 따라 그 기준은 얼마든 낮아질 수 있다.

대한민국에는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이 있다. 빌딩 외벽에는 그림이나 광고물을 설치하는 것을 규제한다. 다만 과거 월드컵 당시 일부 기업들은 과태료 500만원을 감수하고 응원 메시지와 광고물을 설치했다.

즉 법이 가진 기준이란 지나치게 주관적이다. 얼마의 자산을 갖고 있던지와 상관없이 '규범'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의 기준선을 갖는다. 때로는 꽤 적잖은 자산을 소유한 자산가가 더 겸손하거나 예의가 바른 경우를 본다. 결국 '법'보다 '우선'시 되어야 하는 '도덕'이라는 기준이 각자에 있어야 하는 이유다.

책의 들어가는 부분에 가장 먼저 언급된 것은 '수치심'이다. 인간에게 아주 필수적인 덕목이다. 우리는 '수치심'이라는 감정으로 꽤 많은 부분을 억제한다. 세상은 단순히 '법'과 '돈'으로 흘러가진 않는다. 그것은 인간 사회를 외부적으로 통제하는 가시적인 시스템일 뿐이다. 결국 우리는 외부에 모호하게 존재하는 규범과 내부에 더 모호하게 존재하는 가치관에 대해 고민해 보지 않을 수 없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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