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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범죄 유전자'가 있다면...?_정말 미안하지

by 오인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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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츠와 릴스가 중독성 있다더니 '김동식 작가'의 '엽편소설'이 나에게 그러하다. 짧게 끊어지는 소설은 '이북'으로 읽기 쉽고, 자기 전이나 짜투리 시간에 읽기 좋다. 두께가 있는 책들은 책장을 펴기 전에 대략의 부담을 갖고 시작하는 반면 김동식 작가의 소설은 몇 장 읽다가 소재가 끌리지 않으면 한 편을 통채로 넘겨도 괜찮다.



흥미있던 소재를 굳이 생각해보자면 '범죄 유전자' 편이 흥미로웠다. 해당 소설은 재판에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이 있는 '유전자'에 관한 소설이다. '범죄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이 저지른 범죄는 '자의'가 아니다. '유전적 문제'는 곧 감형을 받을 수 있다는 논리로 전개된다. 이 판례는 부유한 권력자가 최초로 만들어 냈고 이후 사회는 '범죄 유전자 소유자'들이 '범법'을 저질러도 처벌되지 않는 지경에 이르게 된다.



사회에는 '범죄유전자'가 우대받는 상황이 생긴다. 최초의 의도와 다르게 '범죄 유전자'는 우월 유전자로 여겨지고 사람들은 점차 '범죄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을 동경하기 시작한다.



소설을 읽다보면 대략 전개가 어떻겠다고 생각하게 되는데 이 경우는 허를 찔렀다. 범죄유전자를 가진 쪽을 '제노사이드'할 것이라고 여겼던 '예상'을 벗어나, '범죄 유전자'를 우월 유전자로 여기는 사회가 된다는 설정이 너무 흥미롭다.



예전 유시민 작가의 영상을 본 적 있다. '책읽기'에 관한 내용이었다. 워딩이 정확하진 않지만 그에 따르면 사람에 따라 자신에게 맞는 글의 유형이 있단다. '이야기'를 쉽게 읽는 사람, '정보글'을 쉽게 읽는 사람, 역사나 인문학글을 쉽게 읽는 사람이 각각 다르다. 고로 자신이 '소설'을 읽는데 집중이 되지 않는다면 과감하게 다른 유형의 글을 읽으라는 조언이었다.



나의 경우는 '역사'나 '인문학' 책은 쉽고 빠르게 읽힌다. 다만 '소설'의 경우는 쉽게 읽히지 않는다. 소설을 좋아하긴 하지만 '소설'을 읽을 때는 다른 책보다 그 시간이 훨씬 더 많이 걸린다.


읽다보면 '주인공'이 누구였더라, '아까 그 인물이 누구였지'하고 헷갈리기도 한다. 한번 흐름을 놓치고 나면 소설은 그때부터 엉망징창이 되버린다. 과거에는 메모에 소설 관계도를 적으면서 읽기도 했는데 그만큼 정성이 필요하단 이야기다.



그런 의미에서 짧게 끝나는 초단편소설은 지금처럼 집중력이 과거보다 높지 않을 때, '소설읽기' 훈련하는데 도움을 준다. 그의 소설 주인공 이름은 거의 정해져 있다.



등장인물은 각각 단편마다 다른 캐릭터로 나오지만 이름은 똑같다. 고로 소설 주인공의 관계를 이해하기 쉽고 전개도 예측하기 쉽다.



김남우- '남자 주인공 배우'의 줄인말로 대체로 남자주인공이다.


임여우- '여자 주인공 배우'의 줄인말로 대체로 여자주인공이다.


정재준- 대체로 이성적인 성격을 가진 인물로 나오는 편이고 논리적인 인물이다.


홍혜화- 혜화역에서 영감을 얻은 이름으로 주도적이고 강한 여성의 캐릭터다.


두석규- 한석규 배우에서 따온 이름으로 대기업 회장, 정치인 등 권력자로 나온다.


공치열- 대체로 열정과 고집이 있는 인물로 나온다.


최무정- 작가 개인의 악연에서 따온 캐릭터로 악역이고 음모와 배신의 캐릭터다.


장진주- 발랄하고 긍정적인 캐릭터로 주변상황을 밝게 만든다.



이름은 보면 임여우는 ㅇㅇㅇ, 정재준은 ㅈㅈㅈ, 홍혜화는 ㅎㅎㅎ, 장진주는 ㅈㅈㅈ처럼 쉽게 지었다. 마치 만화 드래곤볼의 캐릭터 이름이 '야채'이름인 것과 닮았다.


킬링 타임으로 읽기 딱 좋아서 전자책으로 종종 본다. 어쩌면 꽤 애매했던 전자책 용도를 찾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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